신성일, 뉴 스타 넘버 원
배우 예명인 신성일(申星一)은 신필름 시절 ‘뉴 스타 넘버 원’이라는 영어 뜻을 이름에 담아 만든 것이다. 그가 본격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렸던 작품은 한운사의 인기 방송극을 영화화한 유현목 감독의 <아낌없이 주련다>(1962)부터다.
본래 신필름 전속배우였던 신성일은 극동흥업에서 제작된 이 영화에 출연하며 신필름에서 물러나 배신자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그런데 이 작품은 본격적으로 신성일을 주목받는 신인 스타로 만들었고, 이듬해 극동흥업에서 제작한 김기덕 감독의 <맨발의 청춘>(1964)은 신드롬이라 불릴 폭발적인 팬덤을 만들어냈다.
1962년 불과 5편에 불과했던 출연작은 이듬해 22편으로 4배가 늘었고 1965년에는 38편, 1966년 한해 동안 89편의 작품에 출연했을 정도다. 당시 한해에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영화의 3분의 1에 주연으로 출연한 셈이다.
<내시>(감독 신상옥, 1968)와 같은 사극영화, <안개>(감독 김수용, 1967), <장군의 수염>(감독 이성구, 1968), <휴일>(감독 이만희, 1968)에 이르는 모더니즘영화, <춘몽>(1965)에 이르는 몽환적 색정극, <길소뜸>과 같은 차가운 리얼리즘영화들에 출연해왔기 때문에, 그의 배우적 필모그래피 앞에 한 단어의 명징한 레테르를 붙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한국영화사의 가장 풍요로운 시기에서부터 이후 중요한 분기점마다 그가 영화사적으로 기념비적 작품이 될 작품에 자신의 족적을 남겼으며, 이번 신성일 회고전을 통해 우리는 한국영화사의 그 결정적 순간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