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씨네21> 이동훈

10 17일 오후 부산 영화의 전당 두레라움홀에서 올리버 스톤 감독 마스터 클래스가 열렸습니다. 그는 등장과 함께 무대에 걸려있는 자신의 사진 속 앞니를 가리키며 셀프 디스를 했는데요. 세계적인 거장 감독의 이러한 재치는 마스터 클래스가 진행되는 동안 내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올리버 스톤 감독, 그가 말하는 그의 삶과 영화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그의 영화 인생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젊은 시절 그는 8개의 각본을 쓰고 5개의 트리트먼트를 썼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았는데요. 그의 나이 앞자리가 3으로 바뀔 무렵 그는 포기하고 싶었지만 계속해서 도전했습니다. 포기를 모르는 그에게 인생은 운을 던져주었습니다1986년 미국 정부의 중앙아메리카 개입을 비판한 영화 <살바도르>로 성공적인 감독 데뷔를 하게 된 것이죠. 뒤이어 생각지 못했던 저예산영화 <플래툰>도 흥행에 성공하게 됩니다. 흥행뿐 아니라 베를린 영화제 감독상과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감독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한 번의 성공 이후 수많은 실패가 뒤따랐습니다. <닉슨>에 많은 공을 들였지만 흥행하지 못했고, 여러 작품들을 내놓았지만 비평과 흥행이 엇갈린 순간이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성공보다는 실패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것이 삶"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의 인생이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님을 정확히 알려주는 말이었죠영화의 성공과 실패에 상관없이 그는 이후로도 <월 스트리트> <도어스> <JFK> <올리버스톤의 킬러> <알렉산더> <파괴자들> <스노든> 등 지금까지도 꾸준히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연출과 각본에 모두 능한 진정한 영화인

올리버 스톤은 앞서 말한 작품들을 통해 감독으로 이름을 알리기도 했지만, 영화 <미드나잇 익스프레스>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수상하고 <코난> <스카페이스> <이어 오브 드래곤> 등의 각본을 쓰며 시나리오작가로 명성을 얻기도 했습니다. 그는 "글을 쓰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지금도 매일 글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고, 이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며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보내는 조언도 잊지 않았습니다.
 
"당신처럼 좋은 감독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관객의 질문에 내가 훌륭한 감독인가요?”라고 반문하면서도 "열정과 열의가 있어야 한다"고 대답한 올리버 스톤 감독. "영화 한 편을 끝내고 나면 너무 힘들어 다신 하고 싶지 않지만 다시 하게 되는 열병 같은 직업"이란 말을 했는데요. "당신의 건강을 위해서라면 결코 추천하지 않는 일"이라는 농담도 덧붙였습니다.

전쟁 그리고 실존 인물
<닉슨> <더블유> <스노든>

그의 작품들 속 소재의 가장 큰 특징 두 가지를 꼽으라면 전쟁과 실존 인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중남미의 독재 문화와 내전을 다룬 데뷔작 <살바도르>, 감독 자신이 베트남전에 참전한 것을 바탕으로 만든 자전적인 영화 <플래툰>이 전쟁을 다뤘고, 풍티 리리의 자서전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 <하늘과 땅>, F. 케네디의 암살 음모론에 대한 영화 <JFK.>, 리처드 M. 닉슨의 이야기를 다룬 <닉슨>, 조지 부시를 소재로 한 전기 영화 <더블유>, 에드워드 스노든의 프리즘 폭로 사건에 대한 영화 <스노든>이 모두 실존 인물을 다룬 작품이기 때문이죠.

가장 최근작인 <더 푸틴 인터뷰> 또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한 다큐멘터리입니다. 올리버 스톤 감독이 푸틴 대통령을 보기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한 것은 4번, 총 인터뷰 시간은 24시간이라고 하는데요. 푸틴 대통령은 올리버 스톤 감독에게 자신의 솔직한 이야기를 쏟아냈고, 24시간의 인터뷰는 4시간으로 압축되었습니다. 아쉽게도 국내 상영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습니다.

올리버 스톤 감독의 한국 영화 사랑

평소 한국 영화에 대한 사랑을 드러내왔던 그는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국 영화에서는 사람 사이에 있는 진정성이 느껴지고, 자연적인 영화를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죠. 이전에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공조>를 북한에서 상영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데 이어 이번엔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 사람들>을 언급했습니다. 굉장한 한국 영화이자 자신이 본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죠.
 
또한 그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심사위원장을 맡아 지금까지 10편의 영화를 봤다고 했는데요. 한국 영화를 포함한 대부분의 아시아 영화들이 서민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미국에서는 이런 영화들이 만들어지지 않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마스터 클래스가 진행되던 초반 두레라움홀 위로 헬리콥터가 지나가며 내는 소리를 듣고는 미군이 훈련을 시작한 것 아니냐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걱정하던 그는, 10월 20일까지 실시되는 한미 양국의 대규모 해상 연합훈련을 염두에 두고 평화를 위한 기원을 해주시길 바란다는 말과 함께 마스터 클래스를 마무리했습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박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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