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만큼 뜨거운 예능이 있을까. 지난해 글로벌 TOP10 TV쇼 비영어 부문에서 대한민국 예능 최초로 월드 차트 1위를 달성한 <피지컬:100>이 더 치열한 생존 경쟁으로 돌아왔다. 3월 19일 시작한 <피지컬:100-언더그라운드>는 공개 첫 주만에 또다시 글로벌 1위를 달성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흥행만큼이나 숱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던 <피지컬:100>. 지난 3일 서울시 종로구에서 만난 <피지컬:100-언더그라운드> 장호기 PD는 “시즌 2가 부담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라며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지난 시즌과 완전히 달라졌다는 <피지컬:100-언더그라운드> 장호기 PD와 나눈 이야기를 공유한다.

<피지컬:100-언더 그라운드>가 공개 후 또다시 넷플릭스 글로벌 1위를 차지했다. 인기가 실감이 되나.
첫 주부터 이제 많은 국가에서 순위권에 올라가게 된 것에 매우 기분이 좋았다. 이렇게 즉각적인 관심은 시즌 1 때도 없었다. 너무 감사하다. 특히 유독 브라질과 같이 남미권 시청자들이 재미있게 봤다는 메시지를 많이 보내셨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굉장히 반가운 부분이다.
지난 4월 MBC를 나와 갤럭시코퍼레이션의 콘텐츠 레이블 스튜디오27로 이적했다.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에 있어 MBC에 있었을 때와 차이가 있었나.
프로그램에 영향을 끼칠 정도의 큰 차이는 없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홀로서기 후 만드는 첫 프로그램이었기에 하나하나 꾸려야 하는 상황에 어려움이 있었다.
시즌 2는 나에게 어려운 숙제와 같았다. 완전히 처음부터 시작해서 새로운 프로그램처럼 만들어 낼지, 일정 부분을 유지하고 일정 부분을 교체할지 고민이 많았다. 그러다 IT기업 애플의 전략이 생각났다. 통상 애플이 새로운 핸드폰을 출시할 때 홀수 제품은 새로움을 주고 짝수 제품은 완성도를 준다는 이야기가 있다. 어쩌면 이것이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완성도를 높이는 쪽에 많은 신경을 썼다.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 역시 엄청난 스케일로 시청자들에게 놀라움을 주었다. 세트를 구현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듯한데...
이번 시즌의 컨셉은 ‘지하 광산’이다. 이것을 실감 나게 구현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참가자분들이 촬영장이 아닌 실제 광산에 있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완벽하게 구현하고자 했다. 스케일이 워낙 크다 보니 덤프트럭 60대 이상을 사용해 300톤이 넘는 모래를 옮겼다. 바닥에 깔린 레일도 150m 이상을 제작해 3개로 쪼갰다. 카메라가 잘 안 보이는 부분에도 거미줄을 연출하는 등 신경을 많이 썼다.
참가자 각각의 매력이 돋보이는 프로그램인 만큼 100명의 인원을 섭외하는 데도 공을 많이 들였을 것 같다.
시즌 2는 섭외 단계부터 쉽지 않았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면서 기존의 좋은 모습을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에 갇히게 되더라. 나도 모르게 ‘제2의 추성훈’, ‘제2의 장은실’을 염두해 섭외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러다 시즌 1의 구성을 그대로 따라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생각했다. 다양한 피지컬을 우선적으로 찾고 그 안에서 정말 뛰어나신 분들을 모시고자 했다. 첫 선을 보인 시즌 1은 아무래도 관심을 많이 받아야 해서 운동 능력뿐 아니라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드리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시즌 2는 ‘제대로 된 한국의 피지컬을 보여주자’는 마음이었다. 결과적으로 국가대표 출신 참가자가 30%를 넘고 그 외에도 각자의 씬에서 인정받으시는 분들을 모실 수 있었다.
*이하 <피지컬:100-언더그라운드>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현장에는 <피지컬:100-언더그라운드> TOP3 아모띠, 홍범석, 안드레 진 참가자가 함께했다. 최종 생존자 아모띠는 지난 시즌 참가를 위해 미팅을 했지만 모종의 이유로 참여하지 못했고 이번 시즌에 합류했다고 전했다. 유일한 재도전 참가자 홍범석에 대해 장PD는 ‘많은 분들이 다시 나왔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셨다’며 많은 논의 끝에 출연 제의를 했다고 말했다. 럭비 전 국가대표 출신 참가자 안드레 진은 한국 럭비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 출연했다고.
이번 시즌 퀘스트는 지난 시즌보다 더 극한의 체력을 요하는 듯하다. 어느 정도의 회복 시간을 가지고 촬영을 진행하나.
하나의 퀘스트는 하루에 진행이 되며 각 퀘스트 별로 2주 정도의 휴식 기간이 있다. 예를 들어 총 3라운드로 진행된 파이널 퀘스트는 모두 하루에 진행되었다. 사실 2라운드의 '무한 스쿼트' 퀘스트를 진행하고 출연자분들이 다리를 쓰기 어려울 것 같아 마지막 라운드를 진행하는 데에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아모띠, 홍범석 이 대단한 정신력의 참가자 두 분이 짧은 휴식 시간을 가지고도 마지막 라운드에 임해주셨다. 그래서 ‘정말 피지컬을 뛰어넘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피지컬:100-언더그라운드>에 특출난 활약을 보여주는 여자 참가자가 없다는 아쉬움을 드러내는 분들도 있다. 남녀 시즌으로 나눠서 진행해달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난 시즌이 ‘언더독’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이번 시즌은 ‘강대강’의 서사가 부각되었다. 촬영할 때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활약을 보인 여성 참가자분들이 많았지만 전체 촬영분을 놓고 봤을 때 주목하고자 하는 지점이 달랐던 것 같다.
이 피드백은 ‘다양한 피지컬들이 다양한 활약을 할 수 있는 구성을 만들어달라’는 의견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나 역시 이번 시즌에 아쉬운 지점이다. 지난 시즌 퀘스트의 난이도가 낮다는 의견이 있었기에 난이도를 높이고자 했다. 그래서 여성 참가자나 체급이 낮은 참가자들이 고생하셨다. 이 점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한편으로는 팀을 구성하면서 개인전을 할 때는 탈락하지 않을 참가자들이 억울하게 탈락한다는 의견도 있다.
맞다. 이것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는데 결국 본질로 돌아가자는 생각을 한다. <피지컬:100>은 피지컬의 순위를 매기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과정을 통해서 살아남는 하나의 피지컬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각각의 퀘스트가 다 장단점이 있지만 사전 퀘스트부터 파이널 퀘스트까지 전체적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다양한 상황에서 각 피지컬이 어떻게 기능하고 어떤 활약을 하는지 종합적으로 보여드리는 것이 목표이다. 앞으로 조금씩 밸런스를 조절하면서 진행할 것이다.
이번 시즌은 소위 ‘빌런’ 캐릭터가 없는 듯하다. 어찌 보면 참가자에 대한 검증을 잘 거친 덕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화제성 측면에서 아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즌 1에는 말씀하신 ‘빌런’과 같이 다양한 캐릭터의 참가자가 존재했다. <피지컬:100>은 예능이기에 그런 요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피지컬:100> 시리즈가 너무 스포츠 게임과 같이 진행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제작진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톡톡 튀는 참가자들이 촬영장에 가시면 감히 빌런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옆에 이원희, 정지현과 같은 형님들이 있는데 감히 ‘싸워볼래?’라고 나서지 못하는 것이다. 이것도 저희의 고민거리 중 하나이다. (웃음)
완벽한 피지컬을 찾는 두 번째 탐구를 마쳤다. 나름의 답을 내렸나.
제작을 거듭할수록 ‘완벽한 피지컬에 대한 답을 내리기 어렵다’고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답을 주는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나름의 탐구 과정을 시청자분들에게 전달하고 그것에 대해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드리는 역할을 하고 싶다.
<피지컬:100 아시아>를 암시하는 듯한 쿠키 영상이 있었다. 시즌 3 제작을 진행할 예정인가.
아직 확실하지는 않다. 다만 조금 더 판을 넓혀서 아시아에 있는 다양한 분들을 모시고 지금까지 없었던 콘텐츠를 만들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미 전 세계의 많은 팬분들이 기획안까지 만들어서 보내주실 정도로 열성적이다. 시즌 3가 긍정적으로 논의되고 있기에 조만간 또 좋은 소식 들려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