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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그리고 하정우와 유나얼까지…‘아메리칸 팝아트 거장전’ 열리다

주성철편집장
아메리칸 팝아트 거장전이 9월 18일까지 열린다
아메리칸 팝아트 거장전이 9월 18일까지 열린다

영화와 미술의 크로스오버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인물이 바로 앤디 워홀이다. 무엇보다 팝아트로 유명한 그는 실크스크린 기법을 사용하여 대량생산이 가능한 미술품의 가치에 대해 재고하게 했고, 상업 예술과 순수 예술의 경계선을 없앴다. 하지만 <잭 스미스와 아틀란티스>(2006), <키스 하링의 우주>(2008), <콘 아티스트>(2009) 등의 미술 다큐멘터리에 종종 출연한 것뿐만 아니라, 60년대 말 미국 문화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쳤던 전설적인 록 밴드 ‘도어즈’와 리드보컬 짐 모리슨의 일대기를 담아낸 다큐멘터리 <왠 유어 스트레인지>(2010)에도 등장했다. <아리아 위드 어 트위스트>(2010), <뷰티 달링>(2010), <이브 생 로랑의 라무르>(2011) 등에도 출연한 그는 단지 미술이나 팝아트라는 영역에 한정되지 않는, 그야말로 전방위적인 예술가였다.

 

〈잠〉과 〈엠파이어〉(오른쪽)

지나치게 실험적이긴 했지만, 앤디 워홀은 유명한 영화 제작자이기도 했다. 팝아트로 성공하여 얻은 재산을 영화에 투자해 영화를 만들었을 정도로 영화를 좋아했다. 그가 처음으로 만든 영화는 <잠>(1963)이다. 시인 존 조르노가 6시간 동안 자는 모습만 나온다. 물론 그가 자는 모습을 20분간 촬영하고 나머지는 그것을 반복한 것이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자체가 스타이기 때문에 찍었다”는 말로 유명한 <엠파이어>는 8시간 동안 미국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모습을 편집이나 연출 없이 그대로 담아낸다. 건축물의 모습은 주로 빛에 의해서 변화한다. 빌딩 앞에 카메라를 고정하고 8시간 동안 하나의 쇼트로 담아, 영화 속 가장 큰 사건은 낮이 밤으로 변하는 순간뿐이다. 그렇게 그는 1963년부터 1967년까지 장·단편 합쳐 55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대부분 실험적인 논란의 영화들이었으나 <첼시의 소녀들>(Chelsea Girls, 1966)처럼 국제적으로 성공한 영화도 있다. 뉴욕 첼시 호텔의 다양한 방에서 벌어지는 장면들을 흑백과 컬러의 분할 화면으로 담은 3시간 30분짜리 영화였다. 총격 사건 이후에도 영화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고 <앤디 워홀의 프랑켄슈타인>(1974)을 만들기도 했는데, 무려 3D로 제작된 영화였을 뿐만 아니라 <자전거 도둑>(1948)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거장 비토리오 데시카 감독이 배우로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투씨〉에 카메오 출연한 실제 앤디 워홀(사진에서 왼쪽)과 가이 피어스가 앤디 워홀을 연기한〈팩토리 걸〉(오른쪽) 
〈투씨〉에 카메오 출연한 실제 앤디 워홀(사진에서 왼쪽)과 가이 피어스가 앤디 워홀을 연기한〈팩토리 걸〉(오른쪽) 

미국 대중문화에서 언제나 ‘핫’한 아이콘이었기에, 앤디 워홀은 극영화에서도 종종 다뤄졌다. 가령 <팩토리 걸>(2006)에서는 배우 가이 피어스가 앤디 워홀을 연기했다. 또 지난 2020년에는 <수어사이드 스쿼드>(2016)에서 조커를 연기한 자레드 레토가 앤디 워홀 역을 맡아 그의 전기영화가 제작될 것이란 뉴스가 전해졌으나, 아직 구체적인 이후 소식이 들려온 바 없다. 그런 그를 팝아트의 거장이라는 ‘본업’으로 조우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그는 만화나 배우 사진 등 대중적 이미지를 실크스크린 기법을 구사해 되풀이하는 반회화 작업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가령 캠벨 수프 깡통을 그린 37점의 회화를 전시하면서, 대량 생산되어 번호가 매겨지는 미국 문화의 속성과 상업성에 대한 논평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그러한 작업은 마릴린 먼로의 이미지를 지나 엘비스 프레슬리, 말론 브랜도, 엘리자베스 테일러로도 이어졌다.

 

앤디 워홀 전시 공간

아시아 최초, 서울에서 열리는 최대 규모의 팝아트 전시 ‘아메리칸 팝아트 거장전’이 지난 5월 1일 서울 인사센트럴뮤지엄에서 오픈했다. 아시아와 미주, 유럽, 오세아니아 4대륙에 걸쳐 글로벌 투어 중인 ‘아메리칸 팝아트 거장전’은 뉴욕을 현대 미술의 중심지로 만든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재스퍼 존스, 로버트 라우셴버그, 로버트 인디애나, 제임스 로젠퀴스트, 짐 다인, 톰 웨셀만 등 8인의 팝아트 거장과 하정우, 유나얼, 위제트, 찰스장, 아트놈, 이승구, 함도하, 알타임 죠, 임태규, 모어킹, 코코림, 최주열 등 국내 정상급 팝아트 작가 12인이 직접 제작한 실크스크린과 리소그래피, 혼합 매체 작품 약 280점을 선보이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팝아트 전시회다. 이번 전시는 세계적인 이탈리아 전시 기획사인 코메디아팅(COMEDIARTING)과 국내 주관사인 컨텐츠로드, 팬커뮤니케이션코리아가 기획했다. 또한 오랜 시간 미술에 대한 진정성 있는 관심을 보여온 씨엔블루 멤버 강민혁이 재능기부로 ‘아메리칸 팝아트’ 오디오 가이드를 녹음하여 더욱 화제로, 네이버 VIBE 앱을 통해 무료로 들을 수 있다.

 

로이 리히텐슈타인 전시 공간

앤디 워홀 외에도 주목할 만한 작가들이 많다. 먼저 두꺼운 검은 윤곽선들과 역동적인 구성을 보여준 로이 리히텐슈타인을 빼놓을 수 없다. 그의 커다란 그림들은 주로 신문을 통해 볼 수 있는 일상 용품의 광고 이미지와 만화의 일부분을 확대한 것으로, 신문의 광고나 연재만화보다는 크기가 훨씬 컸기 때문에 원색 점들을 스텐실을 이용해 표현했다. 그처럼 리히텐슈타인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이상화되었고, 텍스트는 모호해지면서 강한 원색이나 흑백을 사용해 힘 있는 패턴으로 쉽게 전환되어 각인됐다. 그 또한 앤디 워홀 같은 동시대 팝아트 작가들처럼 고전적인 예술가상을 버리고 전통적인 고급 미술의 중요성에 도전했다.

 

재스퍼 존스 전시 공간

화가이자 판화가로서 평범한 사물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도록 조명하여 ‘팝 아트의 아버지’라 불리는 재스퍼 존스는, 1958년에 뉴욕의 리오 카스텔리 갤러리에서 성공적인 개인전을 개최한 이후 1970년대 당시 살아 있는 미국 미술가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에 작품을 판매하는 작가가 됐다. 이어 로버트 라우셴버그는 추상표현파의 영향 아래 참신한 작품을 발표해오던 중, 오브제를 발라서 붙인 화면에 색채를 거칠게 붓으로 그려 넣은 콤바인(combine) 회화를 만들어 추상표현파에서 독립했고, 그런 독특한 표현법으로 팝 아트의 중심적인 존재가 됐다.

 

로버트 인디애나 전시 공간

간결하고 문학적 상징이 내포된 기하학적 작품을 주로 만든 로버트 인디애나는 ‘LOVE’라는 거대한 조형물 하나로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문자와 상업디자인을 이용한 그래픽디자인 방식을 택하여 그래픽디자인이 얼마나 논리적이고 강력한 것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을 만들어 냈다. 주로 교통표지판이나 가스회사의 상표와 같은 간결 명료한 기하학적 추상형을 보여주며 자기만의 본능적인 개성을 표출했다.

 

제임스 로젠퀴스트 전시 공간

미국 팝아트 운동의 발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제임스 로젠퀴스트는 광고판 화가로 일한 경험이 자신의 작품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때 갈고닦은 다양한 회화 기법들을 통해 미국 대중문화에서 영감을 얻은 이미지를 대담하게 그려냈고, 회화의 면적을 관람자들이 한눈에 관찰할 수 없을 정도의 커다란 규모로 확대한 것 역시 광고 전략과 똑같은 것이었다. 자신의 신체를 이용한 해프닝 작업의 선구적 존재인 짐 다인은 대상에 대한 자전적이며 감성적인 접근으로 다른 팝아트 작가들과 구별되며, 개인적인 의식의 흐름을 상징화하는 이미지와 자유롭고 격렬한 표현 작업을 보여줬다. 로이 리히텐슈타인, 로버트 라우센버그, 재스퍼 존스 등과 더불어 일상 소비생활 속의 키치한 것들을 예술 속에 끌어들이는 작업을 추구했으며 주로 신발, 하트 모양, 해머나 기타 연장 등을 오브제로 선택해 이를 감각적이고 위트 넘치는 미술 형식으로 탈바꿈시켰다. 마지막으로 톰 웨셀만은 광고의 콜라주에 의한 정물과 현실의 사물 ‘트롱프뢰이유’, 그리고 평면적인 회화 약식을 병치한 ‘아메리칸 누드’ 시리즈로 널리 알려졌다. 정물화나 풍경화, 누드 등 전통적인 회화의 주제를 다루면서도 지극히 미국 대중문화적인 팝아트 이미지와 결합하고 변형시키면서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냈는데, 짐 다인은 그를 향해 “미국의 가장 위대한 화가 중 한 명”이라며 격찬했다.

 

짐 다인 전시 공간

‘블록버스터급’이라 부를 만한 이번 전시는, 단 한 명으로도 화제가 될 8명의 레전드 작가들과 국내 팝아트 작가 10인의 작품을 단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예술을 대중의 품으로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는 팝아트 선구자들의 작품을 통해 예술의 본질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서울 인사동에 위치한 ‘안녕 인사동’의 인사센트럴뮤지엄 전시장에서 5월 1일부터 9월 18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네이버 영화 콘텐츠 공식 파트너사인 씨네플레이도 전시 후원으로 참여한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 40분까지이며(입장마감 오후 7시), 전시는 9월 19일까지 계속된다.

 

하정우, 유나얼, 위제트 등 국내작가 전시 공간
하정우, 유나얼, 위제트 등 국내작가 전시 공간

 

주성철 씨네플레이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