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자료원은 매해 연말 즈음 '사사로운 리스트'라는 목록을 발표한다. 평론가, 기자, 영화제 프로그래머 등 한국의 영화 전문가 20명이 선택한 영화들이 모여 있다. 극장에 정식 개봉한 작품뿐만 아니라 개봉 전 영화제를 통해서만 발표된 화제작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지금의 영화'에 주목하는 이들이라면 눈을 크게 뜨고 읽어나갈 수밖에 없는 리스트인 셈. 상위 20개 영화 가운데 미개봉작 10편에 대한 소개를 덧붙였다.



1위 (8표)
<미세스 팡> 왕빙

2위 (6표)
<희망의 건너편> 아키 카우리스마키

3위 (5표)
<로건> 제임스 맨골드
<문라이트> 베리 젠킨스
<어떤 여자들> 켈리 레이커트
<오늘밤 사자는 잠든다> 스와 노부히로
<옥자> 봉준호

8위 (4표)
<로우> 줄리아 뒤코르노
<밤의 해변에서 혼자> 홍상수
<산책하는 침략자> 구로사와 기요시
<스푸어> 아그네츠카 홀란드

12위 (3표)
<그 후> 홍상수
<금구모궐> 요시다 다이하치
<덩케르크> 크리스토퍼 놀란
<맨체스터 바이 더 씨> 케네스 로너건
<얼라이드> 로버트 저메키스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일디코 엔예디
<잃어버린 도시 Z> 제임스 그레이
<자마> 루크레치아 마르텔
<트윈 픽스: 더 리턴> 데이빗 린치


미세스 팡
方绣英

감독 왕빙

왕빙의 다큐멘터리가 위대한 이유는 카메라와 대상 사이의 거리를 지켜낸다는 점에 있다. 그 거리로 인해 우리는 그가 중국 도처에서 담아낸 인민들의 삶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 신작 <미세스 팡>의 주인공은 임종을 앞둔 노인 팡슈잉이다. 수년간 알츠하이머를 앓다 집으로 돌아와 죽음만을 기다려야 하는 팡 여사의 마지막 날들을 찍었다. 사람의 죽음을 기록하는 것만큼 다큐멘터리로서 위태로운 방향이 또 있을까. 하지만 그걸 왕빙이 했기에, 전세계 눈밝은 영화인들이 그 결단에 박수를 보내고 있기에, 기대를 품을 수밖에 없다. 서울독립영화제에서 12월 3일, 7일 상영될 예정이다.



미세스 팡

감독 왕빙

출연

개봉 2017 프랑스, 중국,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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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건너편
Toivon tuolla puolen

감독 아키 카우리스마키
출연 셰르완 하지, 사카리 쿠오스마넨

핀란드의 거장 아키 카우리스마키가 6년 만에 내놓은 새 영화. 전작 <르 아브르>에 이어 난민 문제에 대한 관심을 이어나갔다. 시리아 난민 칼레드는 어렵게 헬싱키에 밀입국하지만 망명이 기각되면서 순찰을 피해 거리를 떠돌아다니는 처지가 된다. 카우리스마키는 막막한 상황의 연속에서도 칼레드에게 기어코 희망을 선사한다. 무뚝뚝한 인물들이 부대끼며 만드는 상황은 폭소를 자아내고, 헬싱키 곳곳에서 울리는 씩씩한 로큰롤이 느릿느릿 퍼져나가는 희망에 활력을 보탠다.



희망의 건너편

감독 아키 카우리스마키

출연 사카리 쿠오스마넨, 빌레 비르타넨, 카티 오우티넨, 토미 코펠라

개봉 2017 핀란드,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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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여자들
Certain Women

감독 켈리 레이커트
출연 미셸 윌리엄스, 로라 던, 크리스틴 스튜어트

켈리 레이커트는 미셸 윌리엄스와 함께 <웬디와 루시>, <믹의 지름길> 등 여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들을 연출해 호평을 이끌어냈다. 6년 만에 다시 윌리엄스와 작업한 <어떤 여자들>은 로라 던, 크리스틴 스튜어트 등까지 가세해, 세 여자가 각자 관계를 맺는 과정을 건조하게 보여준다. 변호사와 의뢰인, 판매자와 소비자, 학생과 선생 등 자기 신분에 따른 필요로 만나게 되지만, 그들의 사이는 좀체 좁혀지지 않는다. 닿지 못하는 관계의 틈과 몬타나 주 겨울의 풍경이 맞물린 스산한 공기로 가득하다.   



어떤 여자들

감독 켈리 리처드

출연 크리스틴 스튜어트, 미셸 윌리엄스, 로라 던

개봉 2016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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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밤 사자는 잠든다
Le lion est mort ce soir

감독 스와 노부히로
출연 장 피에르 레오

프랑스 누벨바그의 아이콘 장 피에르 레오는 이제 노년에 접어들면서 '죽음'을 상징하는 캐릭터로 캐스팅되고 있다. 작년 한해 상당한 찬사를 받았던 <루이 14세의 죽음>에 이어, <오늘밤 사자는 잠든다> 역시 레오의 얼굴에서 죽음의 그림자를 잡아내려는 의지가 뚜렷하다. 나이든 배우 장은 촬영이 지연되자 죽은 옛 연인의 집을 찾아가고, 그곳에서 공포영화를 만들려는 아이들을 만나 그 영화에 출연하기로 한다. 전작 <유키와 니나>에 이어 스와 노부히로는 비전문 어린이 배우들을 기용해 젊음과 죽음, 그리고 사랑이 얽힌 기묘한 드라마를 만들었다.



오늘밤 사자는 잠든다

감독 스와 노부히로

출연 장 피에르 레오, 폴린 에티엔

개봉 2017 프랑스,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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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우
Raw

감독 줄리아 뒤쿠르노
출연 가랑스 마릴리에, 엘라 룸프

채식주의자인 저스틴은 부모, 언니의 모교인 수의대에 입학하고, 신입생 파티에서 토끼 신장을 억지로 먹게 된 후 식인의 욕망을 깨닫는다. <로우>는 이목을 확 낚아채는 설정에서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뻗어나갈 수 있는 이야기를 쌓아가며 관객들의 신경을 쥐고 흔든다. 섹스에 대한 테마까지 겹쳐져 영화는 점점 더 겉잡을 수 없는 방향까지 나아간다. 서사뿐만 아니라, 그걸 펼쳐보이는 이미지와 사운드가 대단히 독특해서 미감까지 제대로 만족시킨다.

'Raw' Official Trailer (2016)



로우

감독 줄리아 듀코나우

출연 가렌스 마릴러, 엘라 룸프

개봉 2017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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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하는 침략자
散歩する侵略者

감독 구로사와 기요시
출연 마츠다 류헤이, 나가사와 마사미, 하세가와 히로키

구로사와 기요시의 창작력은 멈추지 않는다. 작년 전혀 다른 두 영화 <크리피: 일가족 연쇄 실종 사건>, <은판 위의 여인>을 내놓은 그는 금세 신작 <산책하는 침략자>를 만들었다. 이번엔 무려 SF다. 실종된 후 다른 모습으로 돌아온 신지는 아내에게 "지구를 침략하러 왔다"고 말하고, 또 다른 외계인들로 인해 마을은 난리통이 된다. 장르와 장르 사이를 아무렇지 않게 넘나들었던 기요시는, SF라는 장르의 틀을 완전히 해체시켜 '기요시식 사랑학'을 구축했다. '침략'보다는 '산책'에 무게가 실린 듯한 외계인 신지를 통해 기존의 허무주의적 탄식 대신 세상은 구원될 수 있다는 희망을 설파한다.




산책하는 침략자

감독 구로사와 기요시

출연 나가사와 마사미, 마츠다 류헤이, 하세가와 히로키

개봉 2017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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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구모궐
羊の木

감독 요시다 다이하치
출연 마츠다 류헤이,니시키도 료

원제는 '양의 나무', 같은 제목의 만화를 바탕으로 각색된 작품이다. <금구모궐>의 배경은 전과자들이 감옥 없이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갈 수 있을지 살피기 위한 정부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섬마을이다. 그곳에 갖가지 범죄를 저지른 여섯 사람이 살고 있고, 지극히 평범히 사는 시청직원은 그들과 점점 엮이게 된다. <종이달>, <키리시마가 동아리 활동 그만둔대> 등을 통해 쉽게 긍정할 수 없는 인간 군상에 대한 사려깊은 시선을 보여준 요시다 다이하치의 재능이 잘 드러날 수밖에 없는 소재다. 우리는 과연 이 여섯 전과자들을 '긍정'할 수 있을까?



금구모궐

감독 요시다 다이하치

출연 니시키도 료, 마츠다 류헤이

개봉 2017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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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푸어
Pokot

감독 아그네츠카 홀랜드
출연 빅토르 즈보로브스키, 야쿱 기에르샬

체코와 폴란드 사이 산골 마을에 사는 노인 두셰이코. 자연과 동물을 사랑하고 점성술을 믿는 그녀는, 숲에서 사냥꾼들이 살해당한 걸 발견하고 인간들에게 당하고 살았던 자연과 동물이 반격을 시작했다고 여긴다. 두셰이코의 예감이 맞을까? 언뜻 범죄 스릴러처럼 보이는 영화는 범인은 누구인가에 대한 빤한 관심은 밀어두고, 변방에 밀린 존재들이 연대하는 과정을 그리는 데에 더 큰 힘을 쏟는다. (잔혹)동화 같은 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약자에 대한 폭력이 자행돼온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스푸어

감독 아그네츠카 홀란드, 카시아 애더믹

출연 빅토르 즈보로브스키, 야쿱 기에르샬

개봉 2017 폴란드, 독일, 체코, 스웨덴, 슬로바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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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마
Zama

감독 루크레시아 마르텔
출연 다니엘 지메네스 카초, 롤라 두에나스

주인공 자마는 더 나은 곳으로 발령 나기를 기다리는 스페인 왕국 '남미 태생의' 관리다. 기약 없이 세월을 보내던 그는 노상강도를 쫓는 군인 무리에 합류하기로 한다. 자마가 탐험 중에 지나는 공간과 그곳에 사는 사람을 통해 인간, 역사, 풍경에 대한 진중한 시선을 드러낸다. 특정한 사건보다는 멕시코의 대배우 다니엘 지메네스 카초의 얼굴에 드러나는 자마라는 사내의 심리를 그리는 데에 집중한다. 인간과 공간이 어우러지는 풍경들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자마

감독 루크레시아 마르텔

출연 다니엘 기메네즈 카쵸

개봉 2017 아르헨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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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 픽스: 더 리턴
Twin Peaks: The Return

감독 데이빗 린치
출연 카일 맥라클란

전설적인 드라마 <트윈 픽스>가 26년 만에 돌아왔다. 제작 전까지 여러 난항이 있었지만 데이빗 린치는 결국 전 에피소드의 연출을 맡았다. 이 말은즉슨 여전히 기괴하고, 음울하고, 매혹적이라는 뜻이다. 시즌2와 시즌3 사이에 린치가 <로스트 하이웨이>, <멀홀랜드 드라이브>, <인랜드 엠파이어>를 거쳐왔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트윈 픽스 3>가 얼마나 더 무시무시해졌을지 예상할 수 있다. 물론 결과물은 회차를 거듭할수록 그 예상을 뛰어넘으며 전 세계의 시청자들을 거대한 카오스에 처넣었고, 여전히 허우적대고 있다.

트윈 픽스 시즌1

감독 칼렙 디샤넬, 데이빗 린치, 다이안 키튼, 듀웨인 던햄, 그레이엄 클리포드, 제임스 폴리, 조나단 생거, 레슬리 링카 글래터, 마크 프로스트, 스티븐 질렌할, 팀 헌터, 토드 홀랜드, 울리 에델

출연 카일 맥라클란, 파이퍼 로리, 마이클 온키언, 조안 첸, 다나 애쉬브룩, 매드첸 아믹

개봉 1990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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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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