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행>을 연출한 김대환 감독은 전작 <철원기행>(2014)으로 똘똘한 연출가임을 증명한 바 있다. 졸업작품으로 내놓은 영화가 들꽃영화상 신인감독상을 안겼다. <철원기행>에서는 가정의 해체 앞에 놓인 가족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나아가는 '여정'을 그렸고, <초행>에선 현시대를 살아가는 청춘이 놓인 '여정'을 담아냈다. 두 작품 모두 현실에서 마주할 것 같은 생생함에 집중한다. 배우와 시나리오 사이에 생길 수 있는 이질적인 공백을 믿음으로 채워 넣는 게 김대환 감독의 힘이다. 김새벽 역시 자신에 대한 감독의 신뢰가 있었기에 시나리오를 선택할 수 있었다.
<초행>에서 연인으로 호흡을 보여준 김새벽과 조현철은 독립영화계에선 이름나 있는 이들이다. 김새벽은 <한여름의 판타지아>, <수요기도회>, <누에치던 방>, <그 후>로 얼굴을 비추며 잔잔해 보이지만 강단있는 배우임을 입증했다. 어떤 역할이든 제 것으로 야무지게 소화해내는 조현철은 <뎀프시롤: 참회록>, <척추측만> 등 여러 단편 영화에 연출과 배우로 참여했고, <건축학개론>의 후배 동구, <차이나타운> 홍주, <터널>의 막내 대원, <마스터>의 안경남 등 상업영화의 조연 출연도 꾸준히 했다. <초행>은 착한 얼굴을 가진 두 배우의 조합으로 더욱 시너지 효과를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