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어데블> 엘렉트라 역의 에로디 영. (사진 제공 - 씨네21)
액션 히로인 에로디 영

지난 6월 28일, 마블 드라마의 히로인 에로디 영이 한국을 찾았습니다. 올해 공개된 드라마 <데어데블> 시즌2의 홍보를 위해서였죠. <데어데블>에 대한 소개는 천천히 이어서 하도록 하고 먼저 에로디 영이라는 배우에 대해서 소개를 해볼게요. 에로디 영은 국내에는 그리 많이 알려진 배우는 아닙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갓 오브 이집트> <.아이.2> <13구역: 얼티메이텀> 등에서 액션 히로인으로 활약한 배우입니다. 어떤 역할로 출연했느냐고요?

먼저 가장 최근 출연작인 <갓 오브 이집트>에서 사랑의 여신 헥토르를 연기했습니다. 잘 모르시겠다고요? 그럼 <지. 아이. 조2>의 이 캐릭터는 기억 날 수도 있어요. 어쩌면 <데어데블>의 제작진은 에로디 영의 출연작 가운데 <지. 아이. 조2>를 보고 엘렉트라 역에 잘 어울리겠다 판단했을지도 모릅니다. 그 정도로 본격 액션 스타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영화이죠. 그녀가 연기했던 '징스'라는 캐릭터는 일본 무예를 익힌 닌자와도 같은 일종의 자객이었습니다. (심지어 눈을 가리고 연습하는 장면도 있어요. 앞 못 보는 히어로 데어데블이 연상되죠.)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엘렉트라의 역할에 잘 어울리는 조건을 두루 갖춘 배우였습니다. 프랑스인 어머니와 캄보디아인 아버지 사이에서 자란 그녀가 이국적인 외모의 소유자라는 것과 어릴 때부터 동서양 문화를 자연스레 접하며 자란 성장 배경을 포함해서 오랫동안 무술을 익힌 유단자라는 사실 모두가 총체적으로 마블 제작진을 매료시켰을 겁니다. 사실 실제 코믹스의 설정에서도 엘렉트라가 주로 영향을 받아 구사하는 액션 컨셉은 일본의 닌자거든요.
제작진 뿐만 아니라 그녀 역시 엘렉트라를 연기하면서 너무 좋았다고 이야기합니다. “도덕성이 결여된 폭력적인인물임과 동시에자신만의 정의가 있어 무조건 악하다고 볼 수도 없는 복잡한엘렉트라의 내면이 마음에 쏙 들었다고 이야기했죠.
<지. 아이. 조. 2>에서 에로디 영이 연기헀던 징스
“샴페인과 캐비어에 대해
모두 알아야” 하며,
“사람 죽이는 방법도 알고
있어야 하는 인물”
엘렉트라가 누구?

그럼 이제 엘렉트라에 대해서 알아볼까요? 엘렉트라는 마블 코믹스의 대표 슈퍼히어로인 데어데블의 연인이자 온갖 무술의 달인으로 등장하는 여성 히어로입니다. 그녀의 첫 등장은 코믹스에서였습니다. 엘렉트라는 <씬시티>의 작가 프랭크 밀러의 손끝에서 탄생해 만화책 안에서 처음 등장한 캐릭터였는데요.마초들이 득시글대는 슈퍼히어로 세계에서 단연 독특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인물입니다.

엘렉트라는 코믹스 상에서 1981년 1월 <데어데블> 연재분에서 처음으로 등장했습니다. 최근 만들어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TV드라마에서도 그녀는 <데어데블> 시즌2부터 합류합니다. 유복한 집안에서 자랐지만 가족의 비극을 겪으면서 히어로로 각성하게 되는 그녀는 어둠의 기운을 머금은 다크 히어로에 가깝습니다. 마블TV의 책임자 제프로브가 그녀를 두고 한 말이 인상적인데요. “샴페인과 캐비어에 대해 모두 알아야하며, “사람 죽이는 방법도 알고 있어야 하는 인물이라고 소개했죠.

<데어데블> 시즌2의 히로인 엘렉트라
두 번째 엘렉트라

사실 마블은 이미 2000년대 초반 제니퍼 가너에 의해 영화화됐던 구버전 '엘렉트라를 통해 한번의 실패를 경험한 적 있습니다. 벤 에플랙 주연의 <데어데블> 이후 별도의 <엘렉트라> 영화화가 됐으나 지금은 완전히 마블 스튜디오의 흑역사 중 하나로 잊혀졌죠. 코믹스 상의 인기가 영화 흥행으로 전혀 이어지지 못했던 것이죠. 그 이유가 왜 일까 생각해보면 당시 영화화에 특별한 컨셉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냥 코믹스 상의 줄거리를 영상으로 이어간다고 사람들이 좋아하지는 않을 거거든요. 영화나 드라마는 고유 매체 속성에 따라 명확한 컨셉이 있어야 하는데 이전 '엘렉트라'는 그것에 실패했습니다. 제니퍼 가너가 연기 못하는 배우라는 건 아닙니다.

이번 <데어데블> 시즌2에 엘렉트라가 등장한다는 사실을 두고 한 가지 염려됐던 건 이번에도 단독 주연 드라마가 아니라 마치 데어데블 곁에서 셋방살이하는 신세처럼 보이기도 했다는 것인데요. 하지만 주목할 것은 에로디 영이 연기하는 새로운 엘렉트라는 <데어데블>의 시즌1과 시즌2의 명백한 구분점으로 투입됩니다. 그렇기에 <데어데블> 시즌2는 사실상 엘렉트라의 이야기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지요. 그녀가 등장함으로써 대부분의 갈등이 시작되며, 악의 기운을 몰고 왔고, 심지어 드라마의 마지막도 그녀가 장식합니다.

뿐만 아니라 에로디 영은시즌3에서 엘렉트라가 어떤 변화를 겪어 재등장할지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마 그녀는 우리를 깜짝 놀라게 만들 것이다.”라고 말이죠. 데뷔 초부터 지금까지 줄곧 액션 연기를 도맡아 하는 게 지겨울 수도 있지만그것이 나의 경쟁력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에로디 영의 차기작은 <히트맨의 보디가드>입니다. 이번에는 샐마 헤이엑과 함께 액션 연기를 선보였어요. 어느새 그녀는 할리우드 여성 액션 스타의 계보도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려놓고 있습니다.

<데어데블>
<데어데블>은 어떤 드라마?
어릴 때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은 소년 매튜가 덕분에 초인적인 감각을 얻어 낮에는 변호사로, 밤에는 뉴욕 헬스키친의 수호자 데어데블(찰리 콕스)로 활약하는 이야기. 시즌1에서는 영화 <어벤져스> 이후 뉴욕이 초토화되자 악당이자 재벌인 윌슨 피스크가 차이나타운 범죄조직과 손잡고 뉴욕을 지배하려 든다. 이에 데어데블이 그들과 맞서며 히어로의 정체성을 다져 나간다. 시즌2에서는 선악 구분이 모호하면서도 컨셉 자체가 액션 위주인 엘렉트라, 퍼니셔 등 새로운 히어로가 등장해 데어데블 주변을 맴돌며 범죄조직과 대립한다. <어벤져스> 시리즈가 못하거나 일부러 안 보여주는 음울한 정서를 마음껏 뽐내는 드라마다.
덧붙여

실제로 만난 에로디 영은 정말 에너지 넘치는 배우였습니다. 제가 <제시카 존스>의 크리스틴 리터를 좋아한다고 하자, "그럼 내가 전화번호 알아봐줄까?" 라고 농담까지 건넬 정도였어요. 물론 그 얘기를 듣는 순간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살짝 떨렸습니다. 또 재미있었던 것은 그녀의 스마트폰 액정이 완전히 박살이 나서 테이프로 칭칭 감겨 있기에 "엘렉트라 핸드폰이라서 부서졌냐?"고 하자 박장대소하더군요.

씨네플레이 에디터 가로등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