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먼로 슐츠가 1950년부터 2000년까지 무려 50년간 연재해온 전설의 네 컷 만화. 스누피나 찰리 브라운 만화로 알려져 있지만 정식 명칭은 피너츠(Peanuts)’. 어린아이들이 등장한다고 마냥 밝고 희망적인 건 아니다. 적당히 어둡고 적당히 냉소적이고 적당히 따듯하다. 이런 다양한 감정이 맞물리고 서로를 보완하며 50년이라는 시간을 이어올 수 있었다.

피너츠의 주인공은 놀랍게도찰리 브라운이다. 스누피는 그저 찰리 브라운이 키우는 개일 뿐이지만 찰리 브라운의 인기를 넘어설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캐릭터 또한 늘 진지하고 심각하고 냉소적인 기운이 강한 탓에 다른 등장인물들(과 심지어 키우는 개)에게 무시당할 때가 많다.

<찰리 브라운 크리스마스>(A Charlie Brown Christmas)는 이런 피너츠의 특징이 잘 담겨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30분이 안 되는 짧은 재생 시간에 찰리 브라운이라는 캐릭터, 그를 놀리고 무시하는 스누피와 친구들이 등장한다. 또 앞서 말했듯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적당히 냉소적이고 적당히 따뜻하게 표현한다. 196512CBS에서 처음 방영된 이후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지금까지도 매년 크리스마스면 어김없이 방영되는 이야기되는 고전이 되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왔네 / 행복과 환희, 즐거움이 넘치는 날이라 노래하는 소년들의 합창 속에 등장한 찰리 브라운은 라이너스를 붙들고 크리스마스가 전혀 즐겁지 않다며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모르겠어라고 말한다. 그에게 크리스마스는 오히려 너무나 상업적으로 변한 우울한 날이다. 어린아이들이 다루기엔 꽤나 진지한 주제이지만 이를 다시 아이들만의 방식으로 풀어나간다.

처음 방영되고 난 뒤 큰 성공을 거두지만 누구도 이런 성공을 예상하지 못했다 한다. 적은 예산으로 전체적으로 많은 부분이 부족했고 CBS 또한 기존의 크리스마스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내용 때문에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또 하나, 지금이야 영원한 스테디셀러로 각광받고 있지만 <찰리 브라운 크리스마스>가 방영되는 25분의 시간 동안 내내 배경음악으로 등장하는 빈스 과랄디 트리오의 음악도 처음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애니메이션 음악으론 너무 우울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한다. 하지만 55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찰리 브라운 크리스마스>도 빈스 과랄디 트리오의 음악도 모두 크리스마스 시즌에 빼놓을 수 없는 전설의 고전이 됐다.

빈스 과랄디

1928년 미국에서 태어나 활동한 피아니스트 빈스 과랄디는 재즈 역사에서 그렇게 큰 비중을 갖고 있는 인물은 아니다. 48살이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탓도 있겠지만 그의 음악은 거의 이 피너츠(Peanuts)’ 사운드트랙으로 알려져 있다. 그와 베이스 연주자 프레드 마샬, 드럼 연주자 제리 그라넬리(Jerry Granellie)로 구성된 빈스 과랄리 트리오는 <찰리 브라운 크리스마스><A Boy Named Charlie Brown>으로 이름을 널리 알린다.
 
앞서 나는 빈스 과랄디의 음악이 <찰리 브라운 크리스마스>가 방영되는 내내 배경음악으로 등장한다 했는데 실제로 빈스 과랄디의 연주는 아이들이 대화를 주고받는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배경으로 깔린다. 피너츠 시리즈의 주제곡과도 같은 ‘Linus & Lucy’ 같은 창작곡뿐 아니라 ‘O Tannenbaum’, ‘My Little Drum’, ‘Fur Elise’, ‘The Christmas Song’, ‘Greensleeves’ 같은 익숙한 곡들을 빈스 과랄디 트리오는 차분하면서 아련한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맞게 연출한다.

대부분이 짧은 소품 형식으로 구성된 앨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곡은 역시 연주 버전과 보컬 버전으로 나뉜 ‘Christmas Is Here’. 영화의 시작과 함께 소년들의 성스럽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불리는 ‘Christmas Is Here’는 빈스 과랄디 트리오에 의해 6분짜리 정갈한 재즈 피아노 트리오 연주로 다시 탄생한다. 소년 합창단의 목소리는 ‘Hark! The Herald Angels Sing’에서 또 한 번 등장한다. 모든 곡들이 다 캐럴은 아니지만 빈스 과랄디의 연주와 소년 합창단의 노래로 겨울 분위기에 맞게 새롭게 탄생했다.

Vince Guaraldi Trio - Christmas Time Is Here (Instrumental)

캐럴은 언제나 수많은 버전으로 탄생해왔고 재즈 버전 또한 수없이 많다. 그 가운데서도 빈스 과랄디의 <찰리 브라운 크리스마스>는 처음 등장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영원한 고전으로,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애니메이션 배경음악이라는 친숙한 요소도 있겠지만 극의 주제와 어울리는 차분하면서 서정적인 연주가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빛나는 애니메이션 사운드트랙이며 동시에 재즈의 대중화에 큰 역할을 한 재즈 스탠더드이기도 하다. 빈스 과랄디보다 훨씬 더 유명하고 재즈 역사에서 더 많은 일을 한 수많은 재즈 음악가들이 있지만,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빈스 과랄디를 넘어서지 못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빈스 과랄디의 음악을 들을 시간이 왔다.

스누피 - 찰리 브라운 크리스마스

감독 빌 멜렌데즈

출연 앤 알트리

개봉 1965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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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선 /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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