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함께-죄와 벌>(이하 <신과 함께>)의 흥행세가 무섭다. 개봉 일주일째인 12월27일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상망 기준으로 관객 569만 7480명을 기록했다.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는 다소 갈리는 듯하지만 천만 관객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졌다. 무엇이 <신과 함께>의 흥행을 가능하게 했을까. 언론이 소개한 내용을 기반으로 <신과 함께>의 흥행 요소를 정리해봤다.

- 신과함께-죄와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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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김용화
출연 하정우, 차태현, 주지훈, 김향기, 김동욱
개봉 2017 한국
1. CG
영화를 본 관객들은 한번도 본 적 없던 저승세계를 완벽하게 구현해낸 영화에 찬사를 쏟아내고 있다. 망자가 반드시 지나야 하는 살인지옥, 나태지옥, 거짓지옥, 불의지옥, 배신지옥, 폭력지옥, 천륜지옥 등 7개의 지옥은 각각 불, 물, 철, 얼음, 거울, 중력, 모래의 자연 물성을 차용, 대자연의 압도적인 풍광을 더해 완성됐다.
OSEN 지민경 기자
처음 <신과 함께>의 티저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가 떠오른다. 많은 사람들이 악평을 쏟아냈고, 그 악평의 이유에는 CG의 퀄리티도 포함돼 있었다. 사후 세계를 다룬 웹툰이 원작인 만큼 CG의 완성도는 <신과 함께>가 반드시 풀어내야 할 숙제였다. 개봉 후 이 악평은 거의 대부분 사그라든 것처럼 보인다. 특히 강림과 악귀의 추격전에 대한 평가가 좋았다. 저승의 7개의 지옥을 표현한 CG 역시 나쁘지 않았다. 후반부 모래 돌풍 신에 대한 평가는 갈린다. <신과 함께>를 연출한 김용화 감독은 VFX 전문 업체인 덱스터 스튜디오의 대표이기도 하다. 어찌 됐건 본편에서 예고편 공개 당시의 우려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일부러 예고편의 완성도를 낮췄다면 대단한 마케팅 기술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2. 원작의 힘
주호민 작가가 지난 2010년 연재한 동명의 원작 웹툰은 네이버 웹툰 조회수 전체 1위, 45만 권 이상의 단행본 판매를 기록하며 웹툰의 전설이라 불린다.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신과 함께>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만화가 주호민이 네이버 웹툰에 연재한 만화가 원작이다. 원작 <신과 함께>는 한국 불교와 설화 등을 기반으로 한 작품으로 저승, 이승, 신화 3부 구성으로 완결했다. 이번에 개봉한 영화의 원작인 저승편은 김자홍과 변호사 진기한이 49일 동안 7개의 재판을 받는 이야기이다. 이승편은 가난하게 살아가는 할아버지 김천규와 손자가 등장한다. 재개발로 인해 집에서 쫓겨날 신세가 되자 집을 지키는 가택신들이 나서는 내용이다. 신화편은 저승편과 이승편에 등장한 캐릭터들의 과거 모습을 다룬 일종의 프리퀄이다.
웹툰 <신과 함께>는 연재 당시 큰 인기를 얻었다. 완결 이후 유료화가 됐을 때도 많은 독자들이 구독했다. 주호민의 동료 작가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지점이라고 한다. <신과 함께>는 인기만큼이나 많은 상을 차지했다. 독자만화대상 온라인 만화상 1위, 2011년 부천만화대상 우수이야기만화상, 2011년 대한민국 콘텐츠어워드 대통령상, 제10회 독자만화대상 등을 수상했으며 2012년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선정 한국만화 명작 100선에 포함되기도 했다. <신과 함께>는 일본에서 출판만화로 리메이크된 적이 있고, 2015년 뮤지컬로도 각색된 바 있다.
3. 배우의 힘
김동욱은 <신과 함께>에서 수홍 역을 맡아 열연했다. 영화의 후반부에 등장해 엄청난 존재감을 발휘하며 <신과 함께>를 하드캐리 했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텐아시아 이은진 기자
차태현, 하정우, 주지훈, 김향기 등 주연배우 셋 이외에도 <신과 함께>에는 눈에 띄는 배우들이 많다. 영화가 공개되기 전까지 많은 주목을 받지 못한 김동욱이 대표적이다. 차태현이 연기한 김자홍의 동생 수홍을 연기한 김동욱은 군부대 내에서 억울한 일을 당하고 극한으로 치닫는 모습을 잘 표현했다. 김동욱과 함께 군생활을 하는 원 일병을 연기한 도경수의 연기도 나무랄 데 없었다. 악역이라고 할 수 있는 박 중위 역의 이준혁도 제몫을 다 했다. 그밖에 각 재판을 관장하는 염라대왕 이정재, 오관대왕 이경영, 초강대왕 김해숙, 송제대왕 김하늘, 진광대왕 장광, 변성대왕 정해균, 태산대왕 김수안 등도 <신과 함께>의 흥행에 도움을 준 배우들이다.
4. 성탄절 연휴+대작 시즌
영화 <신과 함께>와 <1987>이 연말 극장가 쌍끌이 특수에 나선다.
마이데일리 곽명동 기자
영화 <강철비>가 <신과 함께>와 쌍끌이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35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신과 함께>는 지난 성탄 연휴 극장가를 싹쓸이했다. 12월 25일 하루 동안 120만 명 넘는 관객이 <신과 함께>를 봤다. 이는 영화 자체의 흥행력일 수도 있지만 다음 두 가지 요소도 일정 부분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우선 월요일 성탄절로 인한 연휴가 있었다. 추석, 설날 연휴 만큼은 아니지만 주말을 낀 연휴로 인해 극장을 찾은 관객이 늘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 12월 27일 현재 관객수 360만 명을 돌파한 <강철비>의 흥행도 <신과 함께>에 영향을 줬을 듯하다. 언론들은 <강철비>와 <신과 함께>의 흥행을 보며 쌍끌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12월 27일 개봉한 장준환 감독의 <1987>에 대한 기대감도 쌍끌이 흥행이라는 표현으로 언급하고 있다.
볼 만한 한국영화가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을 때 쌍끌이 흥행이 이뤄진 경우는 꽤 많았다. 2017년 초 <더 킹>과 <공조>가 그랬고, 2009년 <해운대>와 <국가대표>, 2013년 <7번 방의 선물>과 <베를린>, 2014년 <명량>과 <해적: 바다로 간 산적>, 2015년 <암살>과 <베테랑> 등의 사례가 있다. 2017년 겨울 극장가의 3파전은 어쩌면 관객 나눠먹기가 아닐 수도 있다. 쌍끌이가 아닌 ‘삼끌이’ 흥행도 가능해 보인다.
5. 눈물
바로 가족애. 그 중에서도 <신과 함께>는 그 어떤 이의 눈물샘도 자극할 수 있는 일명 ‘엄마 치트키’를 완벽하게 활용했다.
스포츠월드 김원희 기자
<신과 함께>의 최대 흥행 요소는 누가 뭐래도 눈물이다. 보통 ‘신파’라고 표현을 많이 쓰는, 눈물을 자아내는 장면이 <신과 함께>에서 제대로 통했다. 특히 원작의 각색을 통해 자홍과 수홍을 형제로 만들고 말을 하지 못하는 엄마를 등장시킨 게 주효했다. 물론 이런 눈물 장치를 싫어하는 이들도 있지만, 대체로 많은 관객들이 억지스럽지는 않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6. 파괴왕의 저주?
(‘맥심’(MAXIM)과 인터뷰에서) “영화가 파괴당할 수 있으니 원작자 주호민을 제작 현장에 부르지 않았다”고 했다는 소문의 진위여부를 묻자 주호민은 “완전 낭설이다. 제작진이 내게 개봉 전에 영화를 미리 보러 오라고 요청했지만, 괜히 입이 근질거릴까봐 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신과 함께>의 흥행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지금 기세라면 천만도 가능해 보인다. <신과 함께>가 천만을 돌파하게 된다면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첫 천만영화, 웹툰 원작의 첫 천만영화가 된다. 파괴왕 주호민의 신화(?)도 이제는 끝난 것 같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신두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