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찍는다'고도 하지만 보통 '만든다'고 많이 말한다. 영화는 눈앞에 보이는 걸 카메라에 담는 건데 왜 만든다는 말이 더 친근한 걸까? 어쩌면 영화를 위해 뭔가를 뜯어고쳐야 하거나 새로 만들어야 하는 순간들이 있어서 그런 거 아닐까? 바로 지금 소개할 영화를 위해 제작되거나 개조된 물품들처럼.


아이맥스 카메라 단 비행기 봤니? <덩케르크>

최신작에서 찾아보면 딱 이 영화가 1순위다. <덩케르크>는 비행 장면을 실제로 찍었다. 20년 전에 <탑건>도 있는데 이게 뭐 대단하다고, 싶은 분들에게 덧붙이자면 '아이맥스'로 찍었다는 점이 특별하다. 아이맥스 카메라는 일반 영화 카메라보다 1.5배가량 무겁고 더 크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다크 나이트> 때부터 쌓아온) 아이맥스 카메라 노하우를 최대한 살려 비행기를 개조했다. 운전석을 개조해 앞쪽엔 배우, 뒤쪽엔 실제 조종사가 앉을 수 있게 만들어 비행 중에도 배우의 얼굴을 필름에 담았다. 또 활강 장면을 위해 가운데에 카메라를 장착할 수 있는 고정대를 만들었다. 아이맥스 사용에 비행기 개조라니, 제작사에서 얼마나 감독을 신뢰했는지 느껴진다.

덩케르크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톰 하디, 킬리언 머피, 케네스 브래너, 마크 라이런스, 해리 스타일스, 핀 화이트헤드, 아뉴린 바나드, 톰 글린 카니, 잭 로던, 배리 케오간

개봉 2017 영국, 프랑스,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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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의 차는 특별하다?
<다크 나이트> 람보르기니 / 텀블러

놀란 감독 얘기가 나왔으니 덧붙이자면, 그는 <다크 나이트>에서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 LP640를 무참히 박살내고(ㅠㅠ), 텀블러를 실제 운행 가능한 차량으로 제작한 적이 있다. 또 이 영화부터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했는데, 자신이 원하는 화면을 담고자 카메라 지지 장비를 특수 제작해 아이맥스 카메라를 차량에 부착할 수 있게 했다.

벤츠 AMG 비전 그란 투리스모 콘셉트 / 영화 속 장면

배트맨의 '특별한 차'는 <저스티스 리그>에서도 나온다. 배트맨이 플래시를 태운 차는 벤츠의 '콘셉트카'(차후 적용할 신기술이나 디자인 코드를 적용한 선전용 차)로 메르세데스 벤츠 AMG 비전 그란 투리스모. 콘셉트카를 대여한 것도 놀라운데, 벤 애플렉의 덩치에 맞춰 설계했던 것보다 110% 크게 제작한 차량이라고. 거기다 내부 디자인은 아직 결정되지 않아 <저스티스 리그> 분위기에 맞게 미래지향적으로 디자인했다고 한다.

저스티스 리그

감독 잭 스나이더

출연 벤 애플렉, 헨리 카빌, 갤 가돗, 제이슨 모모아, 에즈라 밀러, 레이 피셔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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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조 차량만 150대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임모탄의 '기가 호스'

촬영을 위해 가장 많은 차를 개조한 영화가 아닐까? 황무지가 된 미래 속 폭주를 그리기 위해 150여 대의 차량을 제작, 개조했다. 그 중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개조된 모델과 제조사를 밝힌 차량은 이전 시리즈에서부터 이어진 맥스의 차량 '인터셉터'부터 임모탄의 차량 '기가 호스'까지, 총 18종. 

'버자드' / '두프 웨건'

특히 '기가 호스'는 1959년형 캐딜락 데빌 두 대의 바디를 겹겹이 쌓아올려, 현실적으론 별로 쓸모없어 보이지만 그야말로 절대권력을 형상화했다. 버자드 차량 위에 버자드 엑스카베이터를 얹은 파격적인 '버자드'나 미사일 운반차를 이동식 무대로 개조한 '두프 웨건' 역시 만만치 않은 인상을 준다. 신스틸러인 빨간 쫄쫄이 기타맨이 올라타 맹활약한 바로 그 차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감독 조지 밀러

출연 톰 하디, 샤를리즈 테론, 니콜라스 홀트

개봉 2015 오스트레일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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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면은 차량 개조부터 <칠드런 오브 맨>

과감한 롱테이크 촬영으로 유명한 <칠드런 오브 맨>. 영화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숲 롱테이크는 테오 일행이 이동 중 습격 받는 상황을 차 안의 카메라로 3분가량 보여준다. 운전석과 조수석, 뒷줄에도 세명이나 탄 이 차에서 어떻게 유려한 카메라 무빙을 보여줄 수 있었을까.

정답은 역시 차량 개조. 아래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 커다란 돌리 위에 차량을 올렸고, 앞뒤로 운전자를 배치했다. 그리고 차량의 윗부분을 뚫어 카메라를 지지할 수 있는 장비를 설치했던 것. 5명이 탑승했던 차량엔 사실 주요 스태프와 운전자를 포함해 13명이 타고 있었다고 한다.

칠드런 오브 맨

감독 알폰소 쿠아론

출연 클라이브 오웬, 줄리안 무어, 마이클 케인

개봉 2006 영국,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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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닝>과 <배리 린든>

여기 또 만만치 않게 롱테이크를 좋아하는 감독이 있다. 故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현실적인 영상을 위한 완벽주의로 유명하다. <풀 메탈 자켓>의 베트남을 구현하고자 영국에 야자수를 공수한 것 정도는 약과다.

<샤이닝>의 오버룩 호텔

<샤이닝>의 오버룩 호텔 내부는 세트를 지은 것이다. 하지만 여타 감독과 달리 큐브릭 감독은 내부 조명이 실제로 작동하게 설계해달라고 지시했고, 덕분에 조명팀과 미술팀은 내부 조명을 위해 넉 달을 쏟아부었다고. <배리 린든>에선 18세기 아일랜드를 구현하고자 오직 촛불만을 조명으로 사용했다. 일반 렌즈로는 찍을 수 없을 만큼 어두웠기 때문에 NASA에서 관측용으로 제작한 렌즈를 구입, 카메라에 맞게 개조해 사용했다.

<배리 린든> / 사용한 렌즈
샤이닝

감독 스탠리 큐브릭

출연 잭 니콜슨, 셜리 듀발

개봉 1980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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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 린든

감독 스탠리 큐브릭

출연 라이언 오닐, 마리사 베렌슨, 패트릭 마지

개봉 1975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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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그대로 '웃픈' 특별 차
<베케이션>

아예 영화를 위해 제작된 차량도 있다. <베케이션>에 등장하는 파란 미니밴 '타탄 프랜서'는 백미러가 4개에 주유구 3개, 차량 내 식수대 등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디자인으로 가득하다. 놀이공원을 향해 미 대륙횡단에 나선 가족의 코미디 영화답게 '타탄 프랜서'는 영화 내내 말도 안 되는 기능은 물론이고, 심지어 홍보를 위한 CF 까지 괴상하기 짝이 없다.

<미스 코뿔소 미스타 코란도>

한국 영화 중 <미스 코뿔소 미스타 코란도>란 영화가 있다. 에디터도 못 봤지만 코란도가 파괴 전차로 개조돼 나온다는 무지막지한 설정 덕에 이 자리에 소개한다. 얼떨결에 범죄조직으로 오해를 받은 가수 지망생이 자신의 여자친구를 구하고자 코란도를 개조하는데, 대포와 자일에 스피커까지 단다. 제목에도 차명이 들어갔으니 분명 쌍용자동차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을 것이다.

베케이션

감독 존 프란시스 데일리, 조나단 M. 골드스타인

출연 크리스 헴스워스, 레슬리 만, 크리스티나 애플게이트, 에드 헬름스

개봉 2015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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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코뿔소 미스타 코란도

감독 이장호

출연 정규수, 박영선

개봉 1989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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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가 특별한 이유?
<드라이브>

차량 스턴트 액션과 카센터, 그리고 범죄자들의 운전자를 자처한 남자, <드라이브>에는 당연히 차량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눈에 띄게 특별한 구석은 없어 보이는데, 굳이 소개하는 이유는 라이언 고슬링이 직접 개조했기 때문. 니콜라스 윈딩 레픈 감독이 라이언 고슬링의 취미가 차량 튜닝이란 걸 알고 직접 차를 골라 개조할 수 있게 했다고 한다. 어쩐지 드라이버의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했더니.

드라이브

감독 니콜라스 윈딩 레픈

출연 라이언 고슬링, 캐리 멀리건

개봉 2011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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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 차는 특별하다?

80년대 택시는 대부분 기아 브리사나 현대 포니, 둘 중 하나였다. <택시운전사>는 그 중 브리사를 선택했고 운행하는 장면을 찍기 위해 대대적인 개조에 들어갔다. 브리사를 구할 수가 없어서 베이스 모델인 일본의 마쓰다 패밀리아를 수입해 최대한 브리사와 비슷하게 개조했다.

실제로 운행이 가능하게 오래된 부품들을 전부 교체했고, 수동변속기에 익숙하지 않은 송강호를 배려하고 안정적인 운행을 위해 자동변속기로 교체했다. 또 차량 좌우 측에 철판을 설치해 사람이 올라서거나 카메라를 세워둘 공간을 마련, 운행 중에도 내부를 촬영할 수 있게 만들었다.

하지만 냉방시스템만은 없었다고 한다.
택시운전사

감독 장훈

출연 송강호, 토마스 크레취만, 유해진, 류준열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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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집을 만든 할리우드 클라-쓰
인터넷에 공개된 <만날 때는 언제나 타인> 촬영장 2012년 모습

미국 LA에는 1959년 건축된 저택이 있다. 여기에 소개하는 이유는 역시 영화를 위해 지어졌기 때문. 커트 더글라스와 킴 노박이 출연한 <만날 때는 언제나 타인>(Strangers When We Meet)은 건축가와 전업주부의 외도를 그린다. 영화 촬영 이후 이곳에서 살고 있는 집 주인은 "일부 개조는 했지만 기본적인 구조는 건들지 않았다"고 한다. 위 사진의 2012년 전경을 보면, 50여년 전 영화를 위해 지은 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좋다. 


이 애틋한 공간이 원래는?
<8월의 크리스마스> 스틸컷 / 현재 초원 사진관

아직도 초원사진관을 기억하는 분들의 환상을 깨고 싶진 않지만, 초원사진관은 당시 촬영을 위해 창고를 사진관으로 개조한 것이다. 그 현실적인 외형 덕분에 촬영 기간에도 간혹 증명사진이나 필름을 맡기러 들어온 사람도 있었다고 하니 '속았다'고 생각하지 않으셔도 된다. 초원사진관은 지금도 <8월의 크리스마스>를 추억하는 관광지로 남아있다.

8월의 크리스마스

감독 허진호

출연 한석규, 심은하

개봉 1998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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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최고 성공작은 이것?

3D로 영화를 촬영하려면 두 개의 영상을 찍어 겹쳐야 한다. 사람 눈과 똑같다. 그래서 3D 영화 초창기에는 카메라 간의 간격을 '리그'라는 장비로 조정했다. 그러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아바타>를 기획하면서  3D를 완전히 새롭게 발전시켰다.

'리그' 방식 / 퓨전 카메라 시스템
제임스 카메론

두 대의 카메라를 '리그'로 연결하는 대신 하나의 카메라에 두 개의 렌즈를 다는 것. 이른바 퓨전 카메라 시스템이다. 카메라에 달린 센서가 피사체와의 거리를 인식, 자연스럽게 두 렌즈가 멀어지고 가까워져 3D 영상의 가능성을 더욱 끌어올렸다. 이 시스템은 제임스 카메론과 빈스 페이스 프로듀서가 공동 개발했다. 제임스 카메론은 지금도 초소형 3D 카메라로 심해 다큐멘터리 <딥씨 챌린지>를 만드는 등 영화 기술의 최전방에 서 있다. 

아바타

감독 제임스 카메론

출연 샘 워싱턴, 조 샐다나, 시고니 위버, 스티븐 랭

개봉 2009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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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에디터 성찬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