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두 사람은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소품들로 잊었던 감성을 깨웁니다. 삐삐, CD 플레이어, 헤어 무스가 있었고, “바닥청소하고 다니냐?"라는 엄마의 핀잔이 날아왔던 통 넓은 바지가 있었습니다. 이 시절의 추억은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이란 음악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아련하게 합니다. 추운 겨울, 집 앞에서 꽁꽁 언 손을 입김으로 녹이며 소녀를 기다리던 소년도, 소년의 귀에 이어폰을 꽂아두던 새초롬한 소녀도 더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억 속에서 각자가 추억하고 싶은 모습으로 남아있겠죠?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질 쳐서 사라졌습니다.” 한용운 시인의 시구처럼 우리의 인생은 첫사랑이 떠나도 빠른 속도로 흘러갑니다. 어쩌면 우리들은 첫사랑을 실제와 다르게 기억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무렴 어떤가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걸요. 순수하고 뜨거웠던 시절, 둘만 아는 기억의 집이 첫사랑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