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한 장풍대작전>이던가...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어느 영화 도입부쯤에서 중년 배우들이 모여서 소위 ‘도 닦는 것의 어려움’에 대해 열심히 대화하던 장면이 지금도 기억난다. 도 닦는다고 하면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폭포 아래서 물 맞으며 수련하거나 벽 보고 수행한다고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그게 아니라고. 밥은 먹어야 하니 일어나서 쌀을 씻고 밥을 준비하고 먹고 설거지하고 정리를 마치고 나면 오전이 거의 다 지나가고, 그렇게 끼니 때우다 보면 하루가 다 간다고, 이러니 도 닦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던 장면 말이다. 도를 닦고, 내공을 쌓고 하는 것들이 무협지나 대중문화 속의 흔한 클리셰라면 클리셰였던 셈인데, 그 클리셰 뒤의 민낯을 처음 접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런 민낯들을 깨닫지 못하거나, 혹은 어렴풋이 알면서도 외면하곤 하는 것은 누구든 현실을 떠나 지금보다 나은 세상에서 새로운 기회를 갖기를 한 번쯤은 소망해보기 때문이다. 소위 환상문학이라고 하는 것이 그렇고, SF 영화라는 것이 그렇고, 무협지니 이세계물이니 하는 것들이 다 마찬가지다. 가깝게는 <도깨비> 같은 드라마도 포함될 것이다. 이렇게 우리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을 원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우리가 도깨비가 없는 세상을 살고 있기 때문이고 지금 사는 세상을 떠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한데, 막상 떠난다 해도 그게 생각처럼 편한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 하곤 한다. <배트맨> 영화를 보면서 현실성 없다고 생각해봤자 의미 없으니까요. :)
그래도 사람과 만나며 에너지를 채우게 아니라 되레 에너지를 소모하는 나같은 타입은 다른 건 몰라도 싫은 사회적 관계에서 벗어나 혼자 사는 걸 꿈꾸곤 한다. 조용한 곳에서 책을 읽고, 빵을 굽고, 술을 담그며 사는 슬로 라이프를. 그래서 <리틀 포레스트>를 만났을 때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