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이란 게 그렇다. 문제적 상황에 봉착하고 위기에 빠지고 고난을 겪고, 그러다 그 모든 걸 돌파하고 마침내 어떤 보상을 얻거나 성취를 거둔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들은 총알이 빗발쳐도 주인공은 다 피할 걸 알고, 엄청난 덩치의 괴물이 쫓아와도 주인공은 도망칠 거란 걸 안다. 그런 예상을 산산이 부순 장면들이 있다. 우리의 주인공이 두들겨 맞는 순간을 그린 영화 10편이다.

※ 해당 목록과 순위는 ‘WatchMojo.com’에서 선정한 순위임을 밝힌다. 


#10

<데드풀> 데드풀

아마 이 글에서 소개할 장면 중 가장 관객들이 웃을 수 있는 장면일 것이다. <데드풀>의 데드풀(라이언 레이놀즈)은 무한정에 가까운 치유 능력이 있어 영화 내내 쥐어터진다. 하지만 본인의 능청스러운 성격 덕에 이런 장면들은 <데드풀>의 핵심 유머가 된다. 영화 초반 콜로서스와 네가 소닉 때문에 상대를 놓치자 괜히 덤벼들어 스스로 ‘박살’나는 장면도 그렇다. 신체가 강철인 콜로서스를 때리면서 손목이 부러지는데도 “티라노사우루스” 운운하며 덤비는 데드풀, 징그러운 모습에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폭소를 금치 못할 것이다.  

데드풀

감독 팀 밀러

출연 라이언 레이놀즈

개봉 2016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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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황야의 무법자> 이름 없는 자

이제부터 정말 주인공의 고난 세례가 이어진다. 선악의 구분이 모호한 서부극을 제시한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황야의 무법자>는 오직 돈 때문에 보안관 패거리와 멕시코인 로호 형제 갱단 양측을 오가는 용병 총잡이, 이름 없는 자(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주인공으로 한다. 하지만 주인공의 이중 활동이 적발되고 로호 형제에게 붙들려 구타를 당한다. 비웃음 속에서 계단에 던져지고 테이블에 내동댕이쳐지고, 담뱃불에 지져지는 등 기존의 서부 영화 속 주인공과 거리가 먼 조롱과 멸시를 받는다. <황야의 무법자>에서 이어지는 ‘달러 3부작’ 중 하나인 <석양의 무법자>에서도 이와 비슷한 장면이 반복된다.  

황야의 무법자

감독 세르지오 레오네

출연 클린트 이스트우드

개봉 1964 스페인, 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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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닌자 거북이> 라파엘

오랫동안 기다렸던 첫 실사 영화인데 주인공이 이렇게 처참하게 당하다니. 이 장면은 많은 팬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1990년 <닌자 거북이>에선 라파엘(조쉬 파이스)이 ‘더 풋’ 닌자들에게 역습당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아무리 일당백의 닌자 거북이라도 양으로 밀어붙이는 악당에겐 이겨낼 수 없었던 것. 주먹질과 발차기는 기본이고, 땅바닥에 던져지고 목 꺾기를 당하고, 유리 지붕을 뚫고 바닥으로 추락하는 수모까지. 한국에서야 그렇게 인상적인 장면이 아닐지 몰라도 ‘닌자 거북이’ 팬덤이 두터운 북미에선 관객들의 멘탈을 박살냈던 장면이라고. 

닌자 거북이

감독 스티브 바론

출연 주디스 호그, 엘리어스 코티스, 조쉬 파이스, 미켈란 시스티, 래프 틸댄, 데이비드 포먼

개봉 1990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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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수퍼맨 리턴즈> 슈퍼맨

이름부터 ‘슈퍼맨’이고 별명이 ‘강철의 사나이’인 남자라니. 최근 개봉한 <저스티스 리그>에서도 다른 멤버들을 압도하는 파워를 보여줬지만, 이 완전무결의 영웅에겐 대대로 ‘크립토나이트’라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슈퍼맨이 등장하는 코믹스, 애니메이션, 영화 할 것 없이 늘 함께하는 이 광물의 힘을 2006년 <수퍼맨 리턴즈>가 제대로 보여줬다. 크립토나이트의 힘에 무릎 꿇은 슈퍼맨(브랜든 루스)은 렉스 루터(케빈 스페이시)패거리에게 던져서 내동댕이쳐지고 웅덩이에서 물고문을 당하는 등 유례없는 수모를 겪는다. 거기에 렉스 루터가 크립토나이트로 복부를 찌르는 마무리까지, 악당들 처지에선 손뼉 치고 환영했을 장면이다.

수퍼맨 리턴즈

감독 브라이언 싱어

출연 브랜든 루스, 케이트 보스워스, 제임스 마스던, 프랭크 란젤라, 에바 마리 세인트, 파커 포시, 칼 펜, 샘 헌팅톤, 케빈 스페이시

개봉 2006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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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블레이드 러너> 데커드

리플리컨트를 은퇴시키는 ‘블레이드 러너’ 데커드(해리슨 포드)는 마지막으로 로이 베티(룻거 하우어)를 만난다. 총 한 방 쏘려다가 손가락 두세 개가 부러지는 등 그의 압도적인 신체능력에 완전히 조롱당한다. 결국 이길 수 없음을 직감하고 도망치게 된다. 사실 이 장면은 진짜 무섭다. 영화의 후반부인 데다가 로이 베티의 여유 있는 태도가 데커드를 정말 죽일 수도 있겠구나, 관객들이 상상하게 만든다. 그게 핵심이다. <블레이드 러너>에서 로이가 데커드를 고문하다시피 괴롭히는 이 장면은 '죽음이 다가오는 공포'를 간접적으로 전하기 위함이다. 

블레이드 러너

감독 리들리 스콧

출연 해리슨 포드

개봉 1982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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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킥 애스: 영웅의 탄생> 킥애스

남 엉덩이 차주기 전에 본인 엉덩이부터 차인 킥애스가 5위다. 코믹북 마니아인 데이브(애런 존슨)는 자경단원이 돼 거리를 돌아다니다 한 사람을 구타 중인 패거리를 만난다. 별다른 능력도 없는 평범한 고등학생이지만 데이브는 이 일방적인 구타를 막기 위해 끼어들고(사실은 본인이 피해자를 넘어뜨렸다) 아니나다를까 같이 얻어맞게 된다. 119 불러달랬더니 "싸움 났다! 쩔어ㅋ"라며 영상이나 찍는 군중들 앞에서 어떻게든 사태를 무마하긴 한다. 꽤 위험한 상황이지만 매튜 본 감독 특유의 음악 선곡과 킥애스의 선량함이 빛나는 장면이다.

킥 애스: 영웅의 탄생

감독 매튜 본

출연 애런 존슨, 클로이 모레츠, 니콜라스 케이지, 마크 스트롱, 크리스토퍼 민츠 프래지

개봉 2010 미국,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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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로건> 로건

17년간 <엑스맨>을 책임진 ‘휴 잭맨 울버린’의 마지막 영화 <로건>은 처연하고도 비장하다. 모종의 사건으로 돌연변이가 사라진 세상에서 로건(휴 잭맨)은 간신히 자비에 교수(패트릭 스튜어트)를 데리고 살아간다. 그러다 자신처럼 치료 능력과 아다만티움 손톱을 가진 로라(다프네 킨)를 호위해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이 영화에서 로건은 역대 최악의 적을 만난다. 자기 자신의 젊은 시절 클론이다. 노쇠한 몸을 이끌고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젊은 자기 자신과 맞붙는 로건의 모습은 진짜 영웅이 어떤 건지 새삼 느끼게 한다.

로건

감독 제임스 맨골드

출연 휴 잭맨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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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레이더스> 인디아나 존스

스티븐 스필버그, 조지 루카스, 해리슨 포드. <레이더스>는 할리우드에서 내로라하는 영화인들의 최전성기 시절 작품답게 매 장면 아이디어와 재치가 번뜩인다. 이 장면도 그렇다. 인디아나 존스(해리슨 포드)는 독일군의 비행기를 탈취하려다 포위되고 만다. 다행히 동행하는 메리언이 기관총으로 적군이 오지 못하게 엄호해주지만, 정작 인디아나는 단 한 명의 공군에게 얻어맞는다. 모래를 뿌리고 주먹을 휘두르는 나름의 저항에도 공군이 휘두른 주먹에 녹다운되고 만다. 그래서 결말은? 힘이 안되면 순간의 재치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매력은 이런 게 아니겠는가.

레이더스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해리슨 포드, 카렌 알렌, 폴 프리먼

개봉 1981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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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다크 나이트 라이즈> 배트맨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이 장면이 없다면 영화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브루스 웨인(크리스찬 베일)은 배트맨이 누명을 쓴 <다크 나이트> 이후 8년간 활동을 접는다. 고담을 위협하는 베인(톰 하디)이 등장하자 배트맨으로 다시 활동하다 캣우먼의 배신으로 베인과 맞붙는다. 하지만 날고 기던 배트맨도 노쇠해진 데다 베인의 압도적인 완력에 눌려 완벽하게 패배한다. 베인이 정말 무서운 건 어둠을 이용한 배트맨의 지략이나 그의 장비에도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 베인은 마침내 (그의 트레이드 마크이기에 코믹북 팬들이 기대했던) ‘배트맨 반으로 접기’를 시전하면서 배트맨을 불구로 만든다. 이후 브루스 웨인이 감옥에서 “우리는 왜 추락하는지”(Why do we fall)의 답을 찾는 여정이 시작된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크리스찬 베일, 조셉 고든 레빗, 게리 올드만, 앤 해서웨이, 톰 하디, 마리옹 꼬띠아르, 마이클 케인, 모건 프리먼

개봉 2012 미국,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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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타워즈 에피소드 5 - 제국의 역습>
루크 스카이워커

역시 서구권에서 선정한 순위답게 1위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5 -  제국의 역습> 결투 장면이 차지했다. 루크 스카이워커(마크 해밀)와 다스베이더의 일대일 대결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반란군의 희망이었던 루크조차 다스베이더의 압도적인 포스에 꼼짝없이 당하고 만다. 직접적인 타격은 다른 장면들에 비해 많지 않지만 루크가 사방에서 날아드는 부품들에 부딪히고 결국 치명상을 입는 순간 때문에 선정됐으리라. 거기다 공개 당시 가장 충격적이었고, 지금은 가장 유명한 그 반전이 루크에게 ‘팩트 폭행’을 가한 것도 플러스 요인이지 않았을까.

스타워즈 에피소드 5 - 제국의 역습

감독 어빈 커쉬너

출연 마크 해밀, 해리슨 포드, 캐리 피셔

개봉 1980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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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에디터 성찬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