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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랩〉 등 9월 셋째 주 개봉작 전문가 별점

씨네플레이

 

 


트랩

감독 M. 나이트 샤말란

출연 조쉬 하트넷, 아리엘 도노휴, 살레카 샤말란, 헤일리 밀즈, 알리슨 필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괴물

★★☆

<식스 센스>(1999)이 나온 지도 25년. 이후 순항하는 듯 보였지만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행보는, 특히 2010년대 이후의 필모그래피는 수준작과 평작과 졸작이 뒤엉킨 카오스의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트랩>은 조금 아쉽다. 살짝 <23 아이덴티티>(2017)를 연상시키는 <트랩>은 연쇄살인마와 다정한 아빠라는, 상반된 정체성을 지닌 주인공 쿠퍼(조쉬 하트넷)의 이야기면서, 덫에 빠진 그가 곤경에서 탈출하는 이야기다. 치밀하지 못한 플롯으로 인해 이야기의 힘이 떨어지는 건 가장 아쉬운 점. 조쉬 하트넷은 필모그래피에서 꼽을 만한 연기를 보여주며, 영화의 공백을 채워나간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흥미로운 설정, 미지근한 마무리

★★☆

피해자가 연쇄살인범에게 도망치려 사투를 벌이는 영화들과 달리 <트랩>은 덫에 걸린 살인마가 어떻게 빠져 나가는지에 재미가 달려있다. 쿠퍼(조쉬 하트넷)는 딸의 최애의 공연에 함께 갈 정도로 다정한 아빠지만 ‘도살자’라는 별명을 가진 연쇄살인범이기도 하다. 그를 잡으려 설계된 거대한 덫인 레이디 레이븐(살레카 샤말란)의 콘서트에서 그는 자신의 무기를 총동원한다. 호감형의 외모, 신뢰를 주는 직업, 사랑스러운 딸까지 이용하며 함정에서 빠져나가려는 그를 묘하게 응원하게 되는 가운데 영화는 장소를 바꿔가며 살인범과 의외의 인물의 사투를 반전처럼 내놓는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무리한 전략

★★★

팝스타 콘서트장이 연쇄살인범을 잡기 위한 거대한 트랩이라는 설정은 신박하다. 일찌감치 정체를 드러낸 범인이 콘서트장을 빠져나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 과정과 그 이후의 반전을 그린다. M. 나이트 샤말란 감독답게 대담한 전개와 반전 효과를 노리는데, 자잘한 장치가 많다 보니 관객을 옭아매는 강렬한 인상을 주지 못한다. 샤말란 감독 세계관에 무난히 입성한 조시 하트넷의 차후 행보가 궁금하다. 

 


새벽의 모든

감독 미야케 쇼

출연 마츠무라 호쿠토, 카미시라이시 모네, 미츠이시 켄, 시부카와 키요히코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동병상련

★★★

PMS(생리전 증후군)으로 고생하는 후지사와(카미시라이시 모네)와, 공황장애를 겪고 있는 야마조에(마츠쿠라 호쿠토). 병 때문에 인간 관계의 어려움을 겪는 두 사람이 만나 조금씩 서로에게 스며드는 이야기로, 로맨스보다는 ‘관심’과 ‘배려’의 감정이 중심을 이룬다. 담담하게 이어지는 내레이션이 마치 잠언처럼 다가온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어둠에 스미는 빛처럼, 길이 되는 별자리처럼

★★★★

주인공들이 앓는 PMS(생리전증후군)와 공황장애가 죽을병은 아니다. 다만 죽을 만큼 힘든 증상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그것은 스스로 통제하거나 예측할 수 없는 불안과 실체가 불분명한 고통까지 광범위하게 안고 사는 모든 이들을 대변한다. 세상의 모든 고난은 개별의 것이지만, 이 영화의 말마따나 우리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타인을 도울 수는 있다. 그것이 하나의 우주를 이루고 있는 별들의 일이다. 각자의 이유로 세상과 불화하고 다시 마주하기를 반복하는 사람들을 껴안는 온기, 소박한 유머, 영화 매체를 향한 사랑과 진지한 고찰이 깃든 미야케 쇼의 또 하나의 인상적 연출작.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도움의 빛을 드리우는 영화

★★★☆

전작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2023)에 이어 16mm 필름에 담아낸 청춘 이야기는 고통의 공감과 연대의 이야기로 뻗어나간다. ‘고통 구경하는 사회’에 미야케 쇼 감독이 드리우는 빛은 결핍을 지닌 채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잔잔한 위안을 준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2017)과 <스즈메의 문단속>(2023)에서 각각 뛰어난 목소리 연기를 펼친 가미시라이시 모네와 마츠무라 호쿠토가 아픔을 지닌 현실 청춘을 대변한다. 

 


수유천

감독 홍상수

출연 김민희, 권해효, 조윤희, 하성국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유일무이한 매력, 김민희

★★★☆

대학 촌극제 준비를 배경으로, 인생의 크고 작고, 희극이면서 비극이기도 한 인간관계의 여러 촌극이 펼쳐진다. 반복으로 보일 수 있는 ‘홍상수식 구조’ 속에서 여전히 미세한 차이를 입힐 줄 아는 ‘홍상수식 비틀기’가 물결처럼 들어차 있다. 무엇보다, 김민희의 연기가 또 한 번 새로워졌다. 단순히 새로워진 게 아니라 그녀만이 자아낼 수 있는 ‘결’을 확고하게 획득했다. 매력 면에서, 유일무이한 연기다.

 

 

 


사랑의 탐구

감독 모니아 초크리

출연 마갈리 레핀 블론도, 피에르-이브 카디날, 프란시스 윌리엄 레옴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사랑과 욕망

★★★

제목만 듣는다면, 그리고 주인공 소피아(마갈리 레핀 블론도)의 직업이 철학 강사라는 설정을 감안하면, 사랑에 대해 지루하고 관념적인 이야기만 늘어놓을 것 같지만, <사랑의 탐구>는 즐거운 수다 같은 작품이다. 지적인 자비에(프란시스 윌리엄 레옴)와 안정적이며 평탄한 결혼 생활을 하던 소피아. 우연히 만난 남자 실뱅(피에르-이브 카디날)에게 원초적 매력을 느끼며 강하게 빠져든다. 플라톤이나 쇼펜하우어 같은 철학자들의 관점을 빌어 ‘사랑의 본질’에 대해 다양한 담론을 제시하며, 동시에 소피아를 통해 그 실천을 보여주는 영화.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사랑 탐구가 이렇게 재밌다니!

★★★☆

자비에 돌란 감독 영화의 주연배우로도 활약한 모니아 초크리 감독의 로맨스 코미디 영화. 오랜 파트너와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던 주인공이 자신과 정반대인 새로운 남자를 만나면서 사랑을 재정의하게 된다. 주인공의 요동치는 감정을 따라가며 사랑이란 대체 무엇인지 함께 웃고, 놀라고, 당황하고, 고민하게 된다. 앙드레 튀르팽의 독특한 촬영과 주연배우 마갈리 레핀 블론도와 피에르-이브 카디날의 불꽃 튀는 연인 연기가 영화의 유쾌 지수를 끌어올린다. 

 


테인티드 러브

감독 마영심

출연 주동우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이색적인 미스터리 로맨스 

★★★

중화권 스타 주동우 주연의 로맨스 스릴러. ‘로맨스 스캠’으로 불리는 연애 사기를 배신, 질투, 삼각관계 등 로맨스 요소와 엮어 밀도 있는 미스터리로 풀어냈다. 주인공 캐릭터를 각별하게 만든 마영심 감독의 각본과 연출이 두드러진다. 주동우의 뛰어난 감정 연기에 빠져들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된다. 극 전반에 흐르는 감성적인 분위기와 더불어 오묘한 여운을 남기는 영화다. 

 


원스 (재개봉)

감독 존 카니

출연 글렌 한사드, 마르게타 이글로바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음악에 진심을, 영화에 믿음을 담아 

★★★☆

개봉한지 벌써 17년이 흘렀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 영화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상을 받은 ‘Falling Slowly’를 포함해 OST 전체가 마음을 휘어잡는 마법 같은 힘을 발휘한다. 저예산 아일랜드 음악 영화의 저력을 보여준 존 카니 감독, 연기와 음악을 맡은 글렌 한사드와 마르게타 이글로바의 열정이 뭉쳐 최고의 음악 로맨스 영화를 완성했다. 

 


비긴 어게인 (재개봉)

감독 존 카니

출연 키이라 나이틀리, 마크 러팔로, 애덤 리바인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다시 들어도, 음악 맛집

★★★

당대의 대중과 소통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밋밋해지는 영화가 있는가 하면, 시간에 함몰되지 않고 넘어서는 영화가 있는데, 10년 만에 다시 만난 <비긴어게인>은 후자에 가깝다. 서사의 빈틈은 여전히 눈에 밟히지만, 관객을 빨아들이고 가는 힘이 확실하게 있다. 그것이 음악의 힘 때문이라고 저평가할 필요는 없다. 영화 자체가 음악의 힘을 믿고 달리고 있으므로.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대중 음악 영화의 성공작 

★★★☆ 

<원스>(2007)로 단숨에 음악 영화의 거장으로 떠오른 존 카니 감독의 2014년 할리우드 진출작. 마크 러팔로, 키이라 나이틀리 등 호화로운 캐스팅과 뉴욕 배경을 음표 삼아 대중적인 화법으로 음악의 매력과 위력을 느끼게 한다. 대중 영화의 재미와 음악 영화의 특색이 만나 이만큼 절묘한 화음을 내는 영화도 드물다. <비긴 어게인> OST를 찬란하게 만든 뮤지션 애덤 리바인의 공도 간과할 수 없다. 

 


세 가지 색: 레드 (재개봉)

감독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

출연 이렌느 야곱, 장-루이 트린티냥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거장이 남긴 마지막 색깔

★★★★☆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의 ‘세가지색’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자 감독의 유작. 패션모델로 활동하는 대학생과 은퇴한 노판사의 만남을 통해 우연한 만남이 가져오는 삶의 변화와 의미를 탐색한다. 영화가 내세우는 ’박애‘라는 주제가 작품의 구조, 캐릭터, 이미지에 어떻게 담겨 있는지 의미를 찾아내는 통찰력과 도전을 요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이렌느 야곱의 아름다운 이미지와 장 루이 트린티냥의 명연기가 ‘레드’라는 색을 더 붉고 진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