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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MCU) 대표하는 3크리스의 매력만점 더빙파티

성찬얼기자

할리우드의 흥미로운 상식 하나. 우리가 일반적으로 '배우조합'이라 부르는 할리우드 배우조합(SAG·AFTRA)은 전문 배우만 조합원이 아니다. 방송인을 비롯해 성우들도 조합에 가입할 수 있다. 이처럼 할리우드는 예전부터 배우가 성우를 맡거나, 성우가 배우 활동까지 겸하는 등 그 경계선이 상대적으로 흐릿하다. 우리에게 유명한 배우들도 성우로 대성공을 거두기도 하는데, MCU를 대표하는 '크리스들' 또한 그렇다. 할리우드 대표 크리스들이 어떤 작품에서 활약해 성우로서의 커리어까지 챙기고 있는지 한 번 살펴보자.


크리스 에반스

→ 버즈 라이트이어

버즈 라이트이어(왼쪽)를 연기하는 크리스 에반스
버즈 라이트이어(왼쪽)를 연기하는 크리스 에반스
〈닌자 거북이 TMNT〉 케이시 존스(오른쪽)
〈닌자 거북이 TMNT〉 케이시 존스(오른쪽)

 

캡틴 아메리카 크리스 에반스는 이전부터 그 유쾌한 성격 덕인지 여러 작품에서 목소리 연기를 펼쳤다. 2007년 <닌자 거북이 TMNT>에서 닌자거북이의 동료 케이시 존스로 출연한 것이 시발점. 하키 마스크를 쓰고 자경단으로 활동하는 케이시 존스는 자신을 숨긴 채 범죄자 소탕에 나선 라파엘을 마주치게 된다. 나름 진지하게 라파엘의 고민을 들어주지만, 정작 라파엘은 그의 고민을 무시하는 케미스트리(?)가 빛난다. 같은 해에 개봉한 <테라 3D: 인류 최후의 전쟁>에선 주인공 짐의 동생 스튜어트를 연기했다. 2008년 성인 유머 애니메이션 <로봇 치킨>에 깜짝 출연해 본인의 캐릭터 휴먼 토치 등 여러 캐릭터로 드립을 치기도.

 

〈테라 3D: 인류 최후의 전쟁〉
〈테라 3D: 인류 최후의 전쟁〉
〈버즈 라이트이어〉
〈버즈 라이트이어〉

 

이후 MCU 활동 때문인지 오랜 시간 목소리를 맡은 작품이 없었는데, 2022년 <버즈 라이트이어>의 주인공 버즈의 목소리로 돌아왔다. 당시만 해도 버즈는 본가 <토이 스토리> 시리즈에서 팀 알렌이 전담하고 있었기에 팬들도 쌍수 들고 반기지 못했다. 하지만 작품 컨셉상 본가의 버즈와 <버즈 라이트이어>의 버즈는 다른 인물이란 것이 밝혀지며 크리스 에반스의 버즈 라이트이어를 보여줄 수 있었다. 물론 영화의 흥행은 좋지 않았다. 팬들이 좋아한 건 '토이 스토리의 버즈'였던 것을 간과했다고 볼 수 있다. 영화는 무난한 SF 어드벤처였지만 팬데믹 이후 극장가 하향세, 동성애 관련 묘사 루머, 오리지널 버즈에 대한 상대적 무관심 등이 겹치며 팬데믹부터 시작된 픽사의 침체기에 쐐기를 박는 듯했다. 다행히 직후 개봉작 <엘리멘탈>과 <인사이드 아웃 2>로 본래의 입지를 되찾긴 했지만. 작품의 향방과는 달리 크리스 에반스는 본가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팀 알렌과는 사뭇 다른, 진중하고 인간적인 버즈를 완성했다. 우주 항해 중 불의의 사고, 갑작스러운 외계인과의 대치, 신입 비행사를 챙겨야 하는 상황 등 위기마다 결단과 리더십으로 극복하는 버즈 라이트이어의 존재감을 목소리만으로도 보여줬다.


크리스 프랫

→ 마리오, 가필드

가필드를 연기하는 크리스 프랫
가필드를 연기하는 크리스 프랫


배우 활동을 기준으로 하면 어떤 크리스가 가장 으뜸인지 의견이 갈릴 수 있겠지만, 더빙에 한해선 이 크리스가 가장 으뜸이라고 할 수 있다. 작품 선구안부터 흥행까지 모두 톡톡히 챙기고 있으니까. 우리에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쥬라기 월드> 시리즈로 유명한 크리스 프랫이 그 주인공이다.

 

크리스 프랫이 어디서 누구 목소리를 했길래 이렇게 호들갑이냐고? 바로 2023년 최고 흥행작 중 하나인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에서 마리오를 연기했다.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와 닌텐도가 손을 잡고 완성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원작의 맛을 살리면서도 애니메이션만의 연출과 스토리를 선보이며 전 세계 팬들을 사로잡았다. 덕분에 <바비>가 개봉하기 전까지 2023년 최고 흥행작 자리를 차지했다. 물론 크리스 프랫이 마리오를 맡는다고 했을 때는 반발도 적지 않았다. 일단 마리오 목소리는 대대로 찰스 마티넷 성우가 도맡았기 때문(31년간 총 100편에서 마리오를 연기해 기네스에도 기록됐다). 크리스 프랫이 유명배우이다보니 이른바 '스타 캐스팅' 의혹도 있었으나 찰스 마티넷도 쥬세페 캐릭터로 영화에 출연하면서 제작진과의 불화는 없는 것으로 확인돼 다행히 논란은 사그라들었다. 개봉 이후 크리스 프랫의 연기도 전체적으로 영화 속 마리오에 착붙했기에 호불호는 있을지언정 혹평은 거의 없었을 정도. 현재는 찰스 마티넷이 마리오에서 완전히 은퇴했기에 애니메이션판 마리오는 앞으로도 크리스 프랫이 맡을 듯하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마리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마리오
〈레고 무비〉 에밋
〈레고 무비〉 에밋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 발리 라이트풋(오른쪽)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 발리 라이트풋(오른쪽)

 

이외에도 크리스 프랫은 <레고 무비> 시리즈의 주인공 에밋 역으로도 맹활약했다. 에밋은 레고 세계의 평범한 노동자인데, 마스터 빌더 비트루비우스의 예언에 따라 '선택받은 자'로 지명받는다. 평범하다 못해 순박한 에밋이 각종 모험을 겪으면서 점점 성장하는 과정으로 목소리만으로 훌륭하게 표현해 2편까지 출연이 이어졌다. 픽사 애니메이션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에선 철없는 형 발리 라이트풋의 넘치는 에너지와 천방지축 덕후스러운 면을 완벽 소화하기도. 근래엔 <가필드 더 무비>에서 심드렁하고 냉소적인 가필드 역을 맡아 평소보단 조금 더 차분한, 그렇지만 능글맞은 캐릭터를 보여주면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때완 또 다른 매력을 전했다.


크리스 헴스워스

→ 옵티머스 프라임

오라이온 팩스를 연기한 크리스 헴스워스
오라이온 팩스를 연기한 크리스 헴스워스

 

MCU '3 크리스' 중 목소리만 따지면 이 배우의 존재감이 가장 크다. 토르를 연기한 크리스 헴스워스는 굵직한 저음의, 흔히들 '동굴 목소리'라 하는 표본 같은 남성미 넘치는 목소리가 특징이다. 그런데 의외로 현재까지 애니메이션 출연이 드물다. 자신이 연기한 토르, <고스트 버스터즈>(2016) 케빈을 제외하면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 대타로 연기한 토르그가 끝이다. 목소리가 트레이드마크인 배우치곤 의아할 정도로 목소리 연기 비중이 적은 편. 대신 그동안의 기를 모아 한 방짜리 큰 역할을 맡았는데 9월 25일 개봉하는 <트랜스포머 ONE>의 오라이온 팩스다. 이게 무슨 큰 한 방인가 싶겠는데, <트랜스포머 ONE>는 이 오라이온 팩스가 <트랜스포머>의 진주인공 '옵티머스 프라임'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다룬 프리퀄이다. 그동안 옵티머스 프라임은 성우 피터 쿨렌이 전담해왔는데, 아무래도 이번 작품은 옵티머스 프라임의 젊은 시절(그것도 다소 철없던)을 그리기 때문인지 크리스 헴스워스가 오라이온 팩스부터 리더로 거듭난 옵티머스 프라임까지 모두 연기하게 됐다.

 

〈트랜스포머 ONE〉오라이온 팩스/옵티머스 프라임
〈트랜스포머 ONE〉오라이온 팩스/옵티머스 프라임

 

<트랜스포머 ONE>은 프리퀄이자 독자적인 시리즈의 신호탄인 만큼 크리스 헴스워스의 설득력 있는 연기가 중요했는데, 사전 반응을 보면 이질감 없이 연기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라이온 팩스가 리더로서의 무게감을 느끼고 감당해나가는 과정에서 목소리톤에 점점 무게를 더하며 깊이 있는 연기를 펼쳐 관객들을 몰입시킨다. 최근 출연작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에서도 새로운 목소리톤으로 캐릭터를 주조한 크리스 헴스워스가 <트랜스포머 ONE>을 통해 이 시대의 옵티머스 프라임으로 완벽하게 자리 잡을 수 있을지 한국 관객들의 반응도 사뭇 궁금해지는 대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