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포리너>

‘분노한 아빠’ 계보에 새로운 이름이 올라왔다. 성룡이다. 2월 7일 개봉한 <더 포리너>는 테러 사건에 딸을 잃은 콴(성룡)의 이야기다. 성룡은 60대에 자신의 모습이 최대한 반영된 캐릭터 콴으로 변신해 묵직한 액션과 차가운 분위기를 선사한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액션배우 성룡을 보며 그의 액션에 대해 정리해보려 한다. 

더 포리너

감독 마틴 캠벨

출연 성룡, 피어스 브로스넌

개봉 2017 영국, 중국,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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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스타 성룡이 되기까지

성룡은 정통 무술인은 아니다. 그가 무술을 배운 곳은 우점원 희극 학교. 경극을 가르치는 곳으로, 그곳에서 10년간 연기와 무술을 배웠다. 이곳에서 홍금보를 선배로, 원표를 후배로 만나 훗날 ‘가화삼보’라고 불리는, 홍콩 골든 하베스트 흥행 삼인방의 기틀이 잡힌다. 이소룡의 <정무문>·<용쟁호투>를 포함, 스턴트맨으로 활약하다가 나유 감독의 <정무문 2 - 신정무문>, <유성검의 대결> 등에서 주연을 맡았다.  

<정무문 2- 신정무문>
<사제출마>
정무문 2 - 신정무문

감독 나유

출연 성룡, 묘가수, 진성

개봉 1976 홍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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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극학교에서 배웠던 무술은 <취권>으로 빛을 본다. 상대와 '하나, 둘, 하나, 둘' 주고받는 듯 리듬감이 담긴 액션과 우스꽝스럽지만 독창적인 무술은 <취권>의 능청스러운 황비홍 캐릭터와 맞아떨어져 단번에 히트한다. 이후 골든 하베스트로 옮기고 연출권을 가져온 <사제출마>부터 본격적으로 성룡식 아크로바틱 액션 스타일이 잡히기 시작한다.

(우측) 가화삼보(성룡, 홍금보, 원표)가 출연한 <쾌찬차>
취권

감독 원화평

출연 성룡, 황정리, 원소전

개봉 1978 홍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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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룡이 영향받은 인물은?

이른바 ‘성룡 영화’라 불리는 영화들은 어떤 포인트를 가지고 있을까? 긴박하면서도 유쾌한 액션 장면, 상상도 못한 스턴트 장면, 강하지만 더 강한 상대를 만나 간신히 제압하는 인간적인 주인공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다. 성룡은 연출권을 잡으며 자신이 영향을 받은 ‘무성영화 삼대장’을 영화 속에 녹여내며 이런 특징을 더욱 부각시켰다.

버스터 키튼

버스터 키튼은 스턴트 코미디의 원류다. 성룡은 공식 석상에서 존경하는 인물로 늘 버스터 키튼을 꼽는다. 버스터 키튼은 <제너럴>, <셜록 2세>, <일곱 번의 기회> 등을 연출·출연했다. 스턴트로 코미디를 유발하면서 정작 본인은 어리둥절해하는 무표정이 핵심이라 ‘위대한 무표정’으로 불렸다. 성룡은 그의 스턴트 액션에서 영감을 받되 액션 영화에 적합하게 고통스러워하는 페이소스를 더했다.

<경찰> / <폴리스 스토리>
<스팀보트 빌 주니어> / <프로젝트 A 2>
<스팀보트 빌 주니어> / <용형호제 2>
스팀보트 빌 주니어

감독 찰스 라이즈너, 버스터 키튼

출연 버스터 키튼, 톰 맥가이어

개봉 1928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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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럴드 로이드

버스터 키튼이 무표정이고 찰리 채플린이 방랑자라면 해럴드 로이드는 현실 속 청년에 가깝다. 그의 슬랩스틱 코미디는 스턴트가 돋보이기보다 현실적이고 소소한 면이 부각된다. 그의 영화 중 <안전불감증>에서의 시계 장면은 성룡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프로젝트 A>에서 이 장면을 고스란히 오마주하고 거기에 20m 높이에서 떨어지는 자신만의 스턴트를 더했다. 자세히 보면 해럴드 로이드와 버스터 키튼을 교묘하게 엮은 느낌이다. 2003년 <상하이 나이트>에서도 (성룡이 제안한 건지 알 수 없지만) 시계 타워 장면이 반복되기도 했다. 

<안전불감증> 해럴드 로이드 / <프로젝트 A>
<세가지 시대> 버스터 키튼 / <프로젝트 A>
안전불감증

감독 프레드 C. 뉴마이어, 샘 테일러

출연 해럴드 로이드

개봉 1923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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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채플린

무성영화 삼대장 중 가장 익숙한 이름, 찰리 채플린 또한 성룡의 스타일에 영향을 줬다. 액션을 코미디로 그리는 방식은 두 사람의 공통점이다. 버스터 키튼을 가장 존경하는 성룡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 14편에 <시티 라이트> 또한 선정했다. 에디터의 추측으론 <시티 라이트>의 복싱 장면이 성룡에게 영감을 줬을지도 모르겠다. 대결이란 긴박한 구도에 끊임없이 상황을 역전시키며 코미디를 유발하는 점이 성룡의 코믹 액션을 떠올린다. <프로젝트 A>의 톱니바퀴 액션 장면도 <모던 타임즈>의 유명한 장면을 재해석한 결과다.

<시티 라이트>
시티 라이트

감독 찰리 채플린

출연 찰리 채플린, 버지니아 체릴, 플로렌스 리, 해리 마이어스, 알랜 가르시아, 행크 만

개봉 1931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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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리
<사형도수> / <취권>

<취권>을 봤다면 동그란 단발머리에 콧수염이 진한 악역을 기억할 것이다. 황정리는 성룡과 <사형도수>, <취권> 등에서 함께했다. 황정리 본인 말에 따르면 영화 속 취권은 황정리가 취객의 걸음걸이를 보고 쿵푸와 결합시킨 게 시초라고. 원화평 감독에게 보여주고 오케이 사인을 받아 영화에 쓰였다고 한다. 성룡 역시 과거 인터뷰에서 자신이 만들었다고 밝힌 적도 있어 애매한 대목이지만, 그럼에도 실제로 성룡과 황정리는 리허설로 호흡을 맞춰보고 서로의 실력을 인정하는 사이다. 

사형도수

감독 원화평

출연 성룡, 황정리, 원소전

개봉 1978 홍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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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룡

“이소룡이랑 성룡이랑 붙으면 누가 이겨?” 이는 아마 1980년대를 지나온 거의 모든 이들이 가졌던 궁금증일 것이다. 우직한 무술인 이소룡과 능구렁이 같은 성룡. 성룡은 자서전을 통해 스턴트맨으로 이소룡과 만났던 시절을 회상했다. 그는 이소룡을 “완벽주의자”이며 “큰 야망을 갖는 자만이 큰 성공을 한다는 걸 보여준 사람”이라고 밝혔다. 성룡도 자신의 영화에서 ‘괜찮다’ 정도로 멈추면 안 된다고 말하는 완벽주의자다.

그러면서 성룡은10여 년 동안 곁에서 본 이소룡을 “분명히 신이 아닌 사람이며 훌륭한 스승이자 좋은 사람으로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분명한 건 이소룡과의 만남으로 성룡은 “이소룡의 후계자가 아닌 첫 번째 성룡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는 점이다. 성룡의 목표 역시 이소룡과의 만남으로 더 또렷해졌다고 할 수 있다. 

<용쟁호투>
용쟁호투

감독 로버트 클루즈

출연 이소룡, 존 색슨

개봉 1973 미국, 홍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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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룡이 영향을 끼친 영화나 영화인은?
톰 크루즈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만약 홍콩 액션배우의 계보에서 성룡의 영향을 받은 사람을 논한다면 이 이름이 나올 리 없다. 하지만 성룡의 스턴트에 영향을 받은 배우를 꼽는다면 1순위는 바로 톰 크루즈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서 매번 위험한 스턴트를 직접 실행하고, 다른 액션 영화에서도 대역을 잘 안 쓰기로 유명하다. 2편의 절벽 스턴트를 시작으로 3편의 대교 폭발 장면, 4편의 부르즈 할리파 등반, 5편의 비행기 이륙 등 매 편마다 톰 크루즈의 스턴트가 홍보의 핵심이다.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

감독 크리스토퍼 맥쿼리

출연 톰 크루즈, 레베카 퍼거슨, 헨리 카빌, 사이먼 페그

개봉 2018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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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고와 캐쉬

유능하지만 스타일은 완전히 다른 두 형사 탱고(실베스타 스텔론)와 캐쉬(커트 러셀)의 버디무비 <탱고와 캐쉬>에는 성룡의 <폴리스 스토리>를 오마주한 장면이 등장한다. <폴리스 스토리>의 진가구(성룡)가 버스를 권총 하나로 저지하는 장면이 탱고가 권총으로 트럭을 멈춰 세우는 장면으로 오마주된다. 컷 구도나 순서가 거의 유사하기 때문에 성룡의 팬들은 단박에 알아차렸다고. 

<탱고와 캐쉬> / <폴리스 스토리>
탱고와 캐쉬

감독 안드레이 콘찰로프스키

출연 실베스터 스탤론, 커트 러셀, 테리 해처, 잭 팰런스

개봉 1989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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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스 스토리

감독 성룡

출연 성룡

개봉 1985 홍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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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끝장 나는 날

에드가 라이트 감독이 성룡을? 쉽게 떠오르지 않지만, 그리고 실제로 발견한 사람도 얼마 없겠지만 정말 명백한 오마주가 있다. <지구가 끝장 나는 날> 속 술집 결투 장면에서 사이먼 펙의 액션이 성룡 영화 속 액션 장면과 똑같다. 성룡의 액션만큼 명확하고 깔끔하지는 않지만 투박하게라도 턴해서 상대를 걷어차는 장면은 영락없다. 사실 이 장면은 발견한 사람이 더 대단하다 싶은 수준이다.

(아래) <지구가 끝장 나는 날>
지구가 끝장 나는 날

감독 에드가 라이트

출연 사이먼 페그, 닉 프로스트, 로자먼드 파이크, 패디 콘시딘, 마틴 프리먼

개봉 2013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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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결

2016년 개봉했던 영화 <대결>은 신재호(신동엽) 감독의 <취권> 오마주 영화다. 극중 등장하는 황노인(신정근)의 복장은 물론이고, 예고편에서도 <취권>에 나오는 수련 방법이 고스란히 등장한다. 1979년 영화를 한국적으로, 현대적으로 가져오려는 기획도 좋았고 이주승, 오지호, 이정진, 신정근 등 좋은 배우들이 출연했지만 감독의 연출력 한계를 넘지 못해 별다른 관심을 얻지 못했다. 아마 이 영화보다 MBC <무한도전>의 8년 전 패러디가 더 유명할 듯하다.

대결

감독 신재호

출연 이주승, 오지호, 이정진, 신정근, 손은서

개봉 2016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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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토

<나루토>를 좋아한다면 록 리에게서 당대 무술인을 전부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리’라는 이름은 브루스 리에서 따왔고, 특유의 단발머리는 성룡이 고수하던 장발머리를 연상케 한다. 오로지 체술만 할 수 있는 닌자에다가 심지어 술을 마시면 무지막지하게 강한 취권을 구사한다는 것도 무술인을 연상시킨다. 이후 TV 애니메이션에서 성룡의 액션 장면을 그대로 모사한 연출까지 나오면서 애니메이션 제작진도 영향을 받았다는 걸 드러냈다. 


은혼

그야말로 패러디와 유머의 집합체인 <은혼>의 애니메이션엔 드래곤 대장이 나온다. 이름이 드래곤 대장이다. 머리는 단발머리에 코가 얼굴의 반은 돼 보인다. 이 캐릭터의 설정상 생일은 성룡의 생일과 일치하고, 목소리를 맡은 일본 성우는 일본에서 성룡 전담 성우로 유명하다. 성룡이란 액션 스타가 가진 친근함이 패러디로 극대화된 셈이다.


아라한 장풍 대작전 & 베테랑
<아라한 장풍 대작전>

류승완 감독은 (과거) 액션 키드란 별명을 가졌다. 스스로도 <짝패>를 만들면서 과거 홍콩 (쇼브라더스) 영화에 대한 동경을 감추지 않았다. 그의 영화 중 <아라한 장풍 대작전>과 <베테랑>에는 성룡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다. <아라한 장풍 대작전>은 철사장은 물론이고 커다란 항아리를 응용한 수련 등으로 <취권>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수련을 어느 정도 한 상환이 조폭들과 맞서는 장소도 식당. <취권>에서 술을 사러 갔다가 자만한 황비홍이 싸우는 곳도 식당이다. 

평단에서 '류승완의 폴리스 스토리'라고 말한 <베테랑>에선 컨테이너들 사이 좁은 길에서의 추격전으로 성룡 영화의 추격 장면들을 오마주했다. 또 초반부 카센터 장면에서 서도철(황정민)이 주변 환경을 이용, 다수의 적을 상대하는 모습도 성룡의 액션 스타일을 떠올리게 한다.

<베테랑>
아라한 장풍대작전

감독 류승완

출연 류승범, 윤소이, 안성기

개봉 2004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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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감독 류승완

출연 황정민, 유아인, 유해진, 오달수

개봉 2015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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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키드

물론 <베스트 키드>는 원작이 있다. 하지만 2010년 리메이크작에선 가라데 대신 쿵푸를 택했고, 성룡을 스승으로 캐스팅했다. 그리고 성룡 특유의 코믹적인 분위기 대신 삶의 희로애락이 묻어나는 늙은 노인을 그렸다. 성룡은 늘 스스로 액션만 잘하는 '액션스타'가 아니라 '배우'라고 자부해왔다. <베스트 키드>를 보면 다소 유쾌한 이미지의 액션스타 성룡 대신 배우로서의, 무술인으로서의 성룡을 표현했다는 느낌이 든다. 

베스트 키드

감독 해럴드 즈워트

출연 성룡, 제이든 스미스

개봉 2010 미국,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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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룡은 지금도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여전히 그는 좋은 액션 스타이자 배우이고, 그의 스타일이 영향을 준 작품들은 더 많을 것이다. 에디터가 소개한 작품들 외에도 성룡에 대한 오마주, 패러디가 있는 것을 댓글로 공유해주면 좋겠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성찬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