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평창은 동계올림픽으로 전 세계의 이목을 모으고 있습니다. 사실 동계올림픽이 열리기 전부터 평창은 아름다운 경관으로 사랑받았습니다. 평창에서 촬영된 영화들도 제법 많은데요. 어떤 작품들이 있었는지 돌아보겠습니다.
협녀, 칼의 기억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창동리에는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 이효석을 기리는 이효석 문학관이 있습니다. 소설에서 묘사되었던 메밀밭도 조성되어 있는데요. <협녀: 칼의 기억>의 한 장면이 바로 이곳에서 촬영되었습니다.
우백(이병헌)은 자신의 야망을 위해 옛 사랑 월소(전도연)를 처리하려 합니다. 만개한 메밀꽃밭에서 우백이 보낸 군사들과 시력을 잃은 월소의 싸움이 펼쳐집니다. 동시에 차를 끓이며 월소와의 추억을 그리워하는 우백의 표정이 교차되는 안타까운 장면이었지요. 메밀꽃이 가장 예쁘게 핀 시점에 맞추기 위해 제작 일정을 조정했을 정도로 메밀꽃밭 자체가 주인공인 장면이었습니다.

- 협녀, 칼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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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박흥식
출연 이병헌, 전도연, 김고은
개봉 2015 대한민국
웰컴 투 동막골
바깥 세상이 전쟁으로 난리가 나든 말든 강원도 오지 마을 동막골 사람들은 자신들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갑니다. <웰컴 투 동막골>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실수로 수류탄이 터지는 바람에 곳간에 있던 옥수수가 팝콘이 되어 눈처럼 내리던 장면이지요. 이 시골집을 포함해서 마을 한가운데 커다란 정자나무가 있던 영화 촬영지는 지금도 평창군 미탄면에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극단적인 슬로우모션으로 작품의 만화적인 상상력을 더했던 멧돼지 격투 장면이 촬영된 언덕은 대관령 하늘목장입니다. 약 1000만㎡에 이르는 이 드넓은 목장은 <웰컴 투 동막골>의 다양한 장면이 촬영된 곳입니다.

- 웰컴 투 동막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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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박광현
출연 정재영, 신하균, 강혜정
개봉 2005 대한민국
연애소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지환(차태현)은 손님으로 찾아온 수인(손예진)과 경희(이은주)를 만납니다. 지환은 수인에게 고백하지만 연인으로 발전하진 못하지요. 대신 세 명은 좋은 친구가 됩니다. 문득 수인과 지인은 종적을 감추고, 그렇게 5년이 지난 어느날, 지환에게 발신자를 알 수 없는 편지가 도착합니다. 극중에서 세 사람이 언덕에 올랐다가 비를 맞는 장면이 있습니다. 수인은 겨울이 되면 풍경이 더 멋지다며 다시 오자고 약속하지만 세 사람은 약속을 지키지 못하지요. 이 장면을 촬영한 곳은 평창 삼양목장입니다. 세 사람이 비를 피하던 나무는 ‘연애소설 나무’라고 불리며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중국군이 인해전술로 밀려오는 장면도 삼양목장에서 촬영했습니다. 이 외에도 <단적비연수>, <중독>, <친절한 금자씨>, <구미호 가족>, <대호>, <광식이 동생 광태> 등의 영화와 <가을동화>, <도깨비>, <육룡이 나르샤> 등의 드라마가 삼양목장의 풍광을 빌렸습니다. 53기의 풍력발전기가 설치되어 있어 이국적인 분위기를 내는 관광명소이기도 합니다.

- 연애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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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한
출연 차태현, 이은주, 손예진
개봉 2002 대한민국
국가대표
평창 동계올림픽 때문에 요즘 케이블 채널에서 자주 방영되고 있습니다. <국가대표> 역시 평창에서 주요 장면들이 촬영된 작품입니다. 특히 2009년에 완공된 알펜시아 리조트 내에 위치한 스키점핑타워가 주무대였지요.
이번 올림픽에서도 이곳에서 스키점프 전 종목 경기가 펼쳐집니다. 노멀힐 남자 개인, 라지힐 남자 개인, 라지힐 남자팀, 노멀힐 여자 개인 등 총 4개의 금메달을 놓고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경쟁합니다. 대한민국에선 김현기, 최서우, 박규림 이렇게 총 3명의 선수가 참가하고 있는데요. 선전을 기대해봅니다.

- 국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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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김용화
출연 하정우, 성동일, 김지석, 김동욱, 최재환, 이재응, 이은성
개봉 2009 대한민국
산책
평창에 있는 오대산 자락에는 전나무 숲길이 있습니다. 이 숲은 무려 천년 넘게 자리 잡고 있어서 ‘천년의 숲’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산책>에 이 전나무 숲길이 아주 예쁘게 담긴 장면이 있습니다.
동네 레코드 가게를 하던 영훈(김상중)은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아버지와의 관계가 좋지 않습니다. 친구들과 준비하던 콘서트가 소극장의 시설 보수 문제로 틀어지고 아버지마저 쓰러지면서 영훈은 낙담하게 되지요. 그러다 아버지가 몰래 간직하던 사진첩에서 어머니가 생전에 가고 싶어하던 산책길을 봅니다. 그리고 영훈은 이 산책길에서 콘서트를 엽니다.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한 이 숲속 콘서트 장면을 촬영한 곳이 바로 오대산 전나무 숲길입니다. ‘진실의 전사’ 김상중도 여기에서는 속세를 잊은 듯 편안한 표정입니다. 최근에는 드라마 <도깨비>에서 공유와 김고은이 명장면을 만들었던 장소이기도 합니다.

-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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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정국
출연 김상중, 박진희
개봉 2000 대한민국
씨네플레이 객원 에디터 안성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