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최초의 흑인 히어로 영화 <블랙 팬서>의 파워는 예상보다 훨씬 막강했다. 국내에서는 설 연휴 박스오피스를 점령하고, 북미에서는 주말에만 2억 달러에 가까운 수익을 올리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열풍은 영화 자체의 뛰어난 완성도와 변화의 바람을 기대한 관객들의 니즈가 맞물렸기 때문이 아닐까. 지난해 하비 와인스타인 스캔들을 시작으로 어느때보다 여성 및 소수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할리우드에선 끊임없이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화 산업에서 성 평등은 물론 그동안 고질적으로 제기됐던 화이트 워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주 할리우드를 달군 말말말을 들어보자.


여자가 본드 역을 할 필요는 없어요.
- 레이첼 와이즈

아카데미상 수상자인 레이첼 와이즈는 영국의 대표 스파이 '제임스 본드'와 사적으로 특별한 인연이 있다. 와이즈의 남편이자 현 007, 다니엘 크레이그가 본드 25편 이후 시리즈 하차가 확정된 뒤, 그를 이을 후보로 유색인종 또는 여성 배우들이 거론되고 있다. 차기 본드 후보로 가장 많이 거론된 이드리스 엘바조차 여성 배우가 본드를 연기하길 원한다고 말했지만, 와이즈는 여성이 굳이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와이즈는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제임스 본드를 굉장히 남성적이며 여성과 특유의 관계를 맺도록 맞들어진 캐릭터라고 평가하며, “굳이 남자로 설정된 캐릭터의 성별을 바꿔서 이전에 본드 역을 한 남자 배우들과 비교당할 필요는 없다”라고 말했다. 또한 여성은 정말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존재이며, 여성만의 이야기를 가져야만 한다라고 덧붙였다. 레이첼 와이즈의 의견도 틀리진 않지만, 영국을 대표하는 캐릭터 제임스 본드가 기존의 틀을 깨부수는 과감한 변신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영국의 이야기를 만들어낼 상징적 결정이 될 수도 있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마지막 007 영화가 될 25편은 올해 촬영하며, 내년 118일 개봉 예정이다.
출처: https://www.vanityfair.com/hollywood/2018/02/rachel-weisz-female-james-bond


우리는 아티스트이고 우리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뿐이다.
- 페라스 파이드 (<라스트 맨 인 알레포> 감독)

<라스트 맨 인 알레포>는 내전으로 황폐해지고 폭격의 공포로 가득한 시리아 알레포와 그곳에서 활동하는 민간구조대 화이트 헬멧의 이야기다. 시리아에서 제작, 연출된 작품으로는 최초로 장편 다큐멘터리 작품상 후보가 됐지만, 제작자와 감독은 시상식에 참여할 수 없다. 시리아 행정부가 제작자인 카림 아비드와 화이트 헬멧창설자인 마흐무드 알-하테르의 여행비자 발부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시리아 정부의 결정은 미 트럼프 행정부의 시리아 국민 입국 금지 조치에 대응한 것이다. 페라스 파야드 감독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전쟁을 끝내자고 호소할 기회를 얻지 못한 것이 슬프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여행금지 국가 지정은 작년 시상식에도 타격을 줬다. 외국어영화상 수상작 <세일즈맨>의 아쉬가르 파하디 감독과 주연 타라네 알리두스티가 이 조치에 항의해 시상식에 불참했고, 대리 수상한 제작자가 파하디 감독이 미 행정부의 결정을 비판하는 수상 소감을 대신 읽었다.
출처: https://www.hollywoodreporter.com/news/last-men-aleppo-team-prevented-by-syria-attending-oscars-1084889

라스트맨 인 알레포

감독 스텐 요하넨센, 페라스 파이야드

출연

개봉 2017 덴마크, 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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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워싱은 큰 문제다.
- 나탈리 포트먼

2월 미국 개봉을 앞둔 <서던 리치-소멸의 땅>의 주연 캐릭터가 유색 인종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나탈리 포트먼과 제니퍼 제이슨 리의 캐릭터가 화이트 워싱 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영화는 제프 밴더미어가 쓴 <서던 리치> 3부작의 첫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두 캐릭터의 인종 프로파일은 2권 <경계 기관>에 나온다. 야후 엔터테인먼트와의 인터뷰에서 포트먼과 제이슨 리 모두 자신들의 캐릭터가 각각 아시아계나 미국 원주민계라는 것을 몰랐지만, 캐릭터의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와 비판에는 동감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알렉스 갈란드 감독은 영화는 소설의 1편만 각색했고 소설에 굉장히 느슨하게 기반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3부작 모두 출간된 작품이라 인종 정보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영화가 비평가들에게 굉장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 이번 논란이 흥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할 만하다. <서던 리치-소멸의 땅>은 우리나라에서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출처: https://www.yahoo.com/entertainment/natalie-portman-takes-annihilation-whitewashing-accusations-155614778.html


정말 실망스럽다.
- 제프리 탬버

<트랜스페어런트>의 제프리 탬버가 공식적으로 해고됐다. 지난해 11월 자신의 전 어시스턴트인 벤 반스와 출연 배우인 트레이스 리셋이 탬버의 성추행 혐의를 제기한 지 3달여 만에 결정됐다. 트랜스젠더인 반스와 리셋 두 사람 모두 탬버가 이들에게 부적절한 발언 또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으며, 아마존은 오랜 기간 동안 자체 조사를 벌였다. <트랜스페어런트> 제작자 질 솔로웨이는 작품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안전하고 존엄함을 느낄 수 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확실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말하며 아마존의 결정에 지지를 표했다. 탬버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아마존이 자신에 대한 거짓 혐의 제기를 다룬 방식과 제작자 질 솔로웨이가 자신을 동료 배우들을 해칠 만한 인물로 묘사한 것에 대해 정말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아마존이 구체적으로 어떤 결론을 내렸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데드라인의 취재에 따르면 탬버의 행동은 정당화되거나 변명이 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한다.
출처: http://deadline.com/2018/02/jeffrey-tambor-transparent-fired-response-jill-soloway-amazon-1202291033/

트랜스페어런트

감독

출연 제프리 탬버, 가비 호프만, 에이미 랜덱커, 제이 듀플래스

개봉 2014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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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게 위협받는 느낌이 들고 그들을 맹렬히 비난하고 싶다면, <스타워즈>는 당신에게 맞지 않다.
- J.J. 에이브럼스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개봉 이후 일부 팬들은 <라스트 제다이>의 여성 중심적 이야기 진행에 크게 반발했다. 한 우익 단체는 로튼토마토 평점 테러를 주도하며 여성주의와 다양성이 나와 내 아이들의 스타워즈를 망쳤다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깨어난 포스>에 이어 <에피소드 9>의 연출을 맡기로 한 J.J. 에이브럼스는 이런 비판에 흔들리지 않는 듯하다. 에이브럼스는 <스타워즈>의 거대한 세계관에서 원하는 이야기는 무엇이든 찾을 수 있으며, 강한 여성에게 위협받는다 느낀다면 <스타워즈>가 맞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그런 사람들은 첫 영화 <새로운 희망>을 보고 레아 공주가 자기주장이 너무 강하고 드세다고 느낄 것이라 덧붙이기도 했다. 에이브럼스는 아직 <에피소드 9>에 대한 말을 하기엔 이르지만, <스타워즈>에 여자가 많다고 하는 이들에게 주요 인물 4인 중 여자는 레이 한 사람뿐이라는 것을 상기시키며, 그들의 흥미로운 여정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http://www.indiewire.com/2018/02/jj-abrams-star-wars-last-jedi-women-1201929593/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감독 라이언 존슨

출연 데이지 리들리, 마크 해밀, 오스카 아이삭, 아담 드라이버, 캐리 피셔, 존 보예가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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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준비중
스타워즈 에피소드 9

감독 J.J. 에이브럼스

출연 존 보예가, 데이지 리들리, 아담 드라이버, 오스카 아이삭

개봉 2019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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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이르지만, 언젠가는 보고 싶어요.
- 플로렌스 카숨바 (<블랙 팬서> 아요 역)
출처: Marvel Studios

북미에서 흥행 신기록을 쓰고 있는 <블랙 팬서>에는 원래 퀴어 캐릭터와 이를 암시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 베니티 페어 기자 조애나 로빈슨은 작년 4 <블랙 팬서>에 호위대 도라 밀라지의 아요(플로렌스 카숨바)와 오코예(다나이 구리라)가 서로에게 추파를 던지는 장면이 있다고 보도했다. <블랙 팬서> 각본을 공동 집필한 조 로버트 콜 또한 각본에 아요와 오코예의 로맨스를 암시하는 내용이 있었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영화 최종본에는 해당 부분은 사라지고, 오코예는 극중 남성 캐릭터와 로맨스가 있는 것으로 설정됐다. 플로렌스 카숨바는 벌쳐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장면뿐 아니라 다른 내용도 삭제된 것이 많으며, 티찰라와 와칸다에 대한 설명에 시간을 할애하려는 결정이라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요의 성 정체성이 지금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다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출처: http://www.vulture.com/2018/02/black-panther-actor-addresses-lack-of-queer-representation.html

블랙 팬서

감독 라이언 쿠글러

출연 채드윅 보스만

개봉 2018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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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달 / 에그테일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