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영화계를 정리하는 아카데미 시상식이 몇 시간 전 막을 내렸다. 수상 결과만큼이나 어떤 말들이 시상식을 장식할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몰렸다. 특히 작년의 작품상 수상 번복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지그 일로 지미 키멜이 올해 어떤 농담을 할지 가장 기대를 모았는데, 역시나 그 기대를 버리지 않다. 그 외에도 다양한 말들이 할리우드를 채웠다. 이번 주 할리우드를 흔든 말을 모아봤다.


수상소감을 가장 짧게 말씀하신 분께
제트스키를 선물로 드립니다!
- 지미 키멜
출처:미국영화과학아카데미

작년에 이어 올해도 아카데미 시상식 진행을 맡은 지미 키멜은 자신의 모놀로그를 작년 시상식 사고에 대한 자학 개그로 시작했다. “올해는 이름을 불러도 바로 일어나지 마세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모든 이들의 웃음을 이끌어낸 후<원더 우먼><블랙 팬서>의 큰 성공이 할리우드에 시사하는 의미를 언급했고, 하비 와인스타인을 비롯한 타임즈업, 미투 운동, <올 더 머니> 재촬영 사건, 총기 금지 운동에 대한 네버 어게인 운동까지 모두 언급했다. 그리고 주요 후보와 작품을 언급하며 2017년 영화계를 정리했다. 하지만 지난 한 해 어떤 이슈가 등장했어도 모놀로그에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내용은 바로 시상식 시간 조절 문제일 것이다. 몇 년 전부터 긴 수상 소감 때문에 방송 시간이 길어지는 건 이제 특별한 일도 아니다. 음악을 틀거나 중간에 화면을 자르는 등 기존의 방법이 잘 통하지 않자, 이번 시상식에서는 수상소감을 가장 짧게 말한 사람에게 제트스키와 이를 탈 수 있는 호수로의 여행권을 수여한다고 발표했다물론 농담인지 진담인지는 알 수 없다.


핸드폰 화면으로 보든, TV로 보든,
아이맥스 스크린으로 보든,
영화는 영화다.
- 디 리스
(<머드 바운드> 감독)
출처:넷플릭스

디 리스 감독의 <치욕의 대지>(Mudbound)는 넷플릭스가 제작해 스트리밍 서비스로 공개한 작품으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올랐다. 작년부터 스트리밍 서비스를 목표로 만든 영화를 영화로 부를 수 있는가에 대한 논쟁이 거세게 일었다. 칸 영화제에서 <옥자><마이어로위츠 스토리>의 경쟁부문 출품 자격에 논란이 있었고, 크리스토퍼 놀란 등 일부 감독은 넷플릭스와 작업하지 않을 것이라 공개적으로 천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리스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리스는 필름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드 시상식에서 영화는 배우들의 헌신적 퍼포먼스, 제작진의 뛰어난 실력의 종합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며, 그것이 어떤 포맷인지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치욕의 대지>는 이를 증명하듯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초의 여성 촬영감독 후보를 내놓는 등 화제의 중심에 섰다.

머드바운드

감독 디 리스

출연 캐리 멀리건, 가렛 헤드룬드, 조나단 뱅스, 제이슨 클락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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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푸틴이 이번 시상식 결과는
조작하지 않은 게 증명됐네요.
- 지미 키멜
출처:넷플릭스

올해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 수상작은 (어쩌다 보니) 러시아의 조직적 도핑 사건을 다룬 <이카루스>에 돌아갔다. <이카루스>는 약물 사용이 운동 능력 향상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며 현재 도핑 시스템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탐구하기 위해 시작됐지만, 감독들을 도왔던 러시아 출신 전문가 그레고리 롯첸코프가 러시아가 벌인 조직적 도핑에 깊게 관여한 사람이었다. 결국 2015년 국제반도핑기구가 러시아의 체계적 조작에 문제를 제기하자, 러시아는 관계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제거하려 했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롯첸코프는 결국 미국으로 망명했다. 이후 러시아는 올림픽 참가 금지라는 초유의 징계를 받았고, 얼마 전 끝난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 국적 선수들은 올림픽기를 들고 입장해야 했다.

이카루스

감독 브라이언 포겔

출연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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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아팠지만,
이젠 다 지나간 일이다.
- 엠마 톰슨

<러브 액츄얼리>에서 가장 가슴 아픈 대목을 꼽으라면 엠마 톰슨의 캐릭터 카렌이 남편이 다른 여인을 위해 보석을 산 것을 알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일 것이다. 톰슨은 최근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그 장면을 준비할 때 실제 경험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엠마 톰슨은 1989년 케네스 브레너와 결혼했지만브레너가 헬레나 본햄 카터와 불륜을 저지르면서 1995년 이혼했다. 엠마 톰슨은 켄 때문에 마음이 정말 아팠다. 그래서 어떤 감정을 느낄지 잘 알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다만 헬레나 본햄 카터에 대한 유감은 더 이상 없다고 말했다. 톰슨은 이제 더 이상 화낼 힘이 없다고 말하며 헬레나와는 오래전 화해했어요훌륭한 여성이에요라고 덧붙였다.

러브 액츄얼리

감독 리차드 커티스

출연 휴 그랜트, 콜린 퍼스, 리암 니슨, 키이라 나이틀리, 엠마 톰슨, 앨런 릭먼, 빌 나이, 로라 리니, 마틴 맥커친

개봉 2003 영국,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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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 로렌스에게
컷을 가장 먼저 보여주기로 약속했다.
- 프란시스 로렌스
(<레드 스패로> 감독)

지난주 개봉한 <레드 스패로>에서 제니퍼 로렌스는 과감한 노출을 선보였다. 프란시스 로렌스 감독은 이 장면을 찍기 위해 제니퍼 로렌스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로렌스 감독은 제니퍼 로렌스가 출연을 결정한 후 직접 집으로 방문해 1시간 이상 영화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그리고 노출 장면은 스튜디오나 제작진이 아닌 제니퍼에게 가장 먼저 보여주고, 그녀의 허가 하에 영화에 삽입하겠다고 직접 약속했다로렌스 감독이 제니퍼 로렌스를 배려하려 했던 이유는 그녀가 해킹 때문에 누드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아다닌 사건으로 자신의 몸을 노출하는 데 주저해 왔기 때문이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레드 스패로>에서 누드 장면을 촬영하면서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었는데, 그 이유로 자신이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이를 드러낼지를 통제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레드 스패로

감독 프란시스 로렌스

출연 제니퍼 로렌스, 조엘 에저튼, 마티아스 쇼에나에츠

개봉 2018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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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달 / 에그테일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