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편의상품'이 아닌 '필수상품'이 돼버렸다. 글로벌 OTT 플랫폼 넷플릭스는 DVD 대여로 시작해 누구보다 빠르게 스트리밍 시장의 가능성을 내다보고 OTT 플랫폼으로 발전하더니, 모두가 스트리밍 시장에 뛰어들 때 '나만의 경쟁력'을 찾고자 제작사로서 활로를 넓혔다. 그렇게 하나의 브랜드가 된 넷플릭스는 우후죽순 OTT플랫폼의 무한경쟁 속에서 이번엔 게임으로 눈길을 돌렸다. 이번 <오징어 게임> 시즌2 공개에 맞춰 ‘오징어 게임: 모바일 서바이벌’을 공개하듯 오리지널 콘텐츠 IP를 활용한 신작을 공개하거나, 이미 인정받은 게임의 속편을 빠르게 배급하는 방식으로 게임계에서도 ‘게임체인저’가 되려는 넷플릭스. 이들이 공개한 게임 중 영화마니아라면 좋아할 만한 게임을 몇 편 소개해본다.

‘기묘한 이야기’ 모바일 시리즈

넷플릭스가 낳고, 넷플릭스가 키운 IP가 꽤 있지만, 지금까지 롱런 중인 대표작이라면 <기묘한 이야기>일 것이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호킨스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기묘한 이야기>는 2016년 첫 시즌을 시작으로 시즌 4까지 이어지는 대장정 SF 스릴러 드라마다(현재 시즌 5 제작 중). 단짝 친구 한 명이 사라지고 일레븐이란 정체불명의 아이가 나타나며 우리가 몰랐던 '뒤집힌 곳'으로부터 위험이 시작된다. 넷플릭스는 게임계에 발을 들일 무렵 일찌감치 <기묘한 이야기>를 게임으로 확장했다. ‘기묘한 이야기 3: 더 게임’과 ‘기묘한 이야기:1984’가 그것인데, 전자는 시즌 3를 게임으로 구현했다고 보면 되고 후자는 시즌 1과 2 사이의 이야기를 다룬다. 다만 (발매 당시 ‘기묘한 이야기: 더 게임’이었던) ‘기묘한 이야기: 1984’는 정작 후에 공개한 시즌 2와 내용이 상이해 일종의 ‘what if’(만약에) 스핀오프로 볼 수 있다. 게임은 작품의 1980년대에 발매한 게임들의 스타일을 따라 쿼터뷰 어드벤처 스타일로 제작됐다.


최후통첩: 초이스

연애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유행이다. 때로는 도파민이 샘솟고, 때로는 엔도르핀이 감도는 프로그램을 보다보면 참 재밌겠다 싶은데, 막상 저기에 출연할 용기가 없어서 마음을 접는 사람도 있을 터. 그런 시청자가 도전할 게임이 <최후통첩: 초이스>이다. 이 게임의 원판은 연애리얼리티 <최후통첩: 결혼할까 헤어질까>로,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이 모여 3주간 함께 살며 결혼을 할지, 아니면 이별할지 결정하는 프로그램이다. 각 커플은 몇 주간 다른 파트너와 시간을 보내며 현재 내 파트너와의 미래를 결정하게 된다. 이 매운맛 프로그램은 보기만 해도 도파민이 터지는데, <최후통첩: 초이스>는 아바타를 만들어 이 연애리얼리티의 일원이 돼 대리 체험을 할 수 있다. 다소 단순한 게임 방식에 사람에 따라 취향이 갈릴 것 같은 인물 디자인이지만 수많은 선택지를 골라 나의 파트너를 찾아보는 재미! 삶의 자극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도전해보자.

12분

영화 좀 본다 싶으면 기억할 그 이름 '안나푸르나 픽처스'는 산하에 게임배급사를 만들어 독창적인 게임을 배급하고 있다. 그중 하나 ‘12분’이 넷플릭스에도 입점해있다. 이 게임은 정말 '영화'스럽게도 영화배우들이 성우로 참여했다. 제임스 맥어보이, 데이지 리들리, (영원한 그린고블린) 윌렘 대포의 열연 덕분에 오직 천장에서 내려다보는 탑뷰 시점에도 몰입력이 상당하다. 평화로운 하루를 보내고 있는 주인공와 아내에게 갑자기 '경찰'이 들이닥쳐 아내를 살인범이라고 체포하려고 한다. 그 상황을 말리던 주인공은 경찰에게 얻어맞아 기절하는 순간, 경찰이 들이닥치기 전 상황으로 돌아간다. 이 타임루프에서 주인공은 경찰을 막고 아내를 구할 수 있을까. 참신한 구성에 비하면 해결책을 제대로 찾지 못하면 반복되는 고통을 영원히(!) 느낀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럼에도 이 모든 위기를 타개한 후 만나는 진실은 화룡점정이다.

‘황금 우상 사건’ 시리즈
혹시 '탐정'이란 꿈을 가져본 적 있는가? 심심할 때마다 퍼즐을 풀지만 늘 '너무 쉽네'라고 느끼는 뇌섹인인가? 그렇다면 ‘황금 우상 사건’ 시리즈를 플레이해보라. ‘황금 우상 사건’은 어떤 사건이 발생하는 순간을 보여주고, 그 장면에서 단서를 찾아 해당 사건을 풀어내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쓰러진 누군가를 발견한 사람들이 혼란한 장면을 보여주고, 해당 장면의 요소를 클릭해 키워드를 얻어 인물들의 이름이나 이 상황의 발생 경위를 찾아내는 것이다.


정적인 플레이 방식이라 추리 그림책을 보는 느낌으로 할 수 있는데, 여러 사건을 해결하다 보면 전체적인 큰 그림에 놀라게 될 것이다. 흔히 말하는 '피지컬'은 전혀 필요 없어 게임으로선 진입장벽이 낮지만, 반면 플레이 내내 머리를 쓴다는 점은 또 다른 진입장벽. 하지만 빈칸 맞추기 형식이라 마음껏 찍어서 스토리만 따라가도 무방하다. 글이 많고 자잘하게 볼 것이 많아 스마트폰보다 테블릿으로 하길 추천한다. 최근 발매한 속편 <황금 우상의 부상>도 발매와 동시에 넷플릭스에 입점했으니 1편을 해보고 2편에도 도전하면 좋을 듯하다(다만 2편이 확실히 더 어렵다).
‘모뉴먼트 밸리’ 시리즈


피지컬도 싫고 뇌지컬도 싫다면, 한 폭의 회화 같은 <모뉴먼트 밸리> 시리즈도 좋다. 이 게임은 캐릭터가 문으로 이동할 수 있게끔 길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상호작용과 착시효과로 길을 찾아내야 한다. 분명 길이 없어 보이지만, 공간을 살짝만 돌리면 서로 닿지 않은 길이 닿아 길이 이어진다던가 하는 식이다. 게임 스토리가 있긴 하지만 구체적이지 않고, 게임플레이도 착시효과를 이용하기 때문에 굉장히 몽환적인 것이 특징. 그 색감이나 공간이 자아내는 환상적인 분위기가 보는 재미를 톡톡히 채워준다. 어렵지만, 흔히 말하는 '게임오버'가 거의 없어서 느긋하게 즐길 만하다. 최근 발매한 3편은 아예 넷플릭스 독점으로 배급 중이기에 구독 중 꼭 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