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옹 꼬띠아르, 니콜 키드먼, 페넬로페 크루즈 등 여성 배우들이 대거 포진된 뮤지컬 영화 <나인> 이후, 데이 루이스는 스필버그와 <링컨>을 차기작으로 택했다. 미국 대중영화의 상징이라 할 만한 스티븐 스필버그는 링컨의 삶을 영화로 옮기는 작업을 일생의 야심작으로 여겼고, 일찌감치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링컨을 연기해주길 바랐다. 그가 역할을 수락하지 않으면 영화화를 포기하려 했었다. 2003년, 남북전쟁 시절에 집중한 시나리오를 읽은 데이 루이스는 제안을 고사했다.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이자 19세기 가장 훌륭한 위인에 대한 기억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너무도 막중한 책임이 따르는 일이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스필버그는 물론 (<갱스 오브 뉴욕>을 같이 했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까지 설득에 나섰다. 데이 루이스는 <권력의 조건>을 부분 원작으로 한 <링컨>의 시나리오를 읽고서 비로소 링컨 역을 받아들였다.
데이 루이스는 100여 권의 링컨 관련 서적들을 읽고, 링컨의 집과 사무실을 방문해 그의 삶에 몰입해갔다. 그가 미국 일리노이, 인디애나, 켄터키 지역의 억양이 뒤섞인 링컨의 목소리에 집중하게끔 <링컨> 현장의 영국 출신 배우들은 영국 악센트로 말하는 걸 금지당했다. 스필버그를 비롯한 모든 스태프들은 촬영 내내 말쑥한 수트 차림을 유지한 데이 루이스를 "Mr. President"라고 불렀다. 그렇게 75만명이 목숨을 잃은 남북전쟁의 말미, 더한 죽음을 감수하고서라도 노예제 폐지를 고집했던 말년의 링컨이 품었던 고뇌가 데이 루이스의 육체를 통해 재현됐다. 영화 속 링컨은, 뛰어난 정치인이자 가족에겐 한없이 약한 남편/아버지였던 '인간' 링컨 그 자체처럼 보였다. 이 위대한 경지에 갈채가 쏟아지는 건 당연했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의 단골손님 메릴 스트립에게서 생애 세 번째 오스카를 건네받았다. 그는 아카데미 역사상 남우주연상을 세 번 받은 유일한 배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