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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설국열차〉만 바라보던 2013년 여름, 언더독의 반란 〈더 테러 라이브〉

씨네플레이

2013년 한국 극장가는 온통 <설국열차>에 모든 관심이 몰려 있었다. 봉준호 감독의 글로벌 프로젝트, 크리스 에반스, 틸다 스윈턴을 비롯한 할리우드 슈퍼스타들의 참여, 한국영화 역사상 최고의 제작비 등 그야말로 온 국민이 기다리는 작품의 귀환이었다.

이 같은 열기 때문에(?) 아무도 <설국열차>와 붙으려고 하지 않았다. 단, 이 작품만 빼고 말이다. 혹자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했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결코 만만치 않은 재미와 완성도를 지닌 다크호스의 등장, 2013년 여름을 책임졌던 그 영화 <더 테러 라이브>다.


<더 테러 라이브>는

〈더 테러 라이브〉 촬영 당시 하정우(왼)와 김병우 감독
〈더 테러 라이브〉 촬영 당시 하정우(왼)와 김병우 감독

 

<더 테러 라이브>는 <PMC: 더 벙커>, 넷플릭스 영화 <대홍수> 그리고 2025년 개봉 예정인 <전지적 독자 시점>을 연출한 김병우 감독과 하정우가 만난 작품이다. 빠른 속도감으로 관객을 휘어잡는 김병우 감독의 스타일과 이야기 전체를 하드캐리한 하정우의 인생연기가 돋보인다.

 

어느 평온한 아침. 한때 국민 앵커였지만 불미스러운 일로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밀려난 윤영화(하정우)는 생방송 중 청취자로부터 협박 전화를 받는다. "지금 한강 다리를 폭파하겠습니다!" 그저 치기 어린 청취자의 장난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영화는 자신의 눈앞에서 한강 다리가 무너지는 초유의 상황을 보게 된다.

 

국가적인 비상사태이지만 자신한테는 더할 나위 없는 기회라고 생각한 윤영화는 마감뉴스 복귀 조건으로 보도국장(이경영)과 거래를 한다. 테러범과의 전화 통화를 독점 생중계하기로. 의기양양하게 시작했던 테러범과 통화를 하면 할수록 자신의 비리가 드러나고, 궁지에 몰린다. 급기야 자신의 귓속(정확히는 인이어 이어폰)에 폭탄 장치가 들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제 테러범과의 생방송은 위로 올라갈 기회가 아니라, 목숨을 건 사투로 다가온다.


<더 테러 라이브>의 관전 포인트.

〈더 테러 라이브〉
〈더 테러 라이브〉

 

숨 쉴 틈이 없다!? 그야말로 <더 테러 라이브>를 설명하는 한 마디다. 보는 이를 계속 압박하고, 압도한다. 방송국을 배경으로 출세욕이 앞선 앵커와 나름의 사연을 가진 폭탄 테러범이 통화하며 이야기를 이어가는 단순한 구조이지만, 편집과 서사의 속도감이 거침없다. 제목 그대로 ‘라이브'하게 생생한 영상을 담아내며, 실제 TV 뉴스 속보를 실시간으로 보는 듯한 현장감이 러닝타임 내내 계속된다.

 

 

〈더 테러 라이브〉
〈더 테러 라이브〉

 

하정우의 존재감이 그 어떤 영화보다 빛나는 작품이기도 하다. 하정우에 의한, 하정우를 향한, 하정우를 위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90여 분 러닝타임 동안 하정우가 나오지 않은 장면이 거의 없을 정도로 영화 전체를 지휘한다. 하정우가 맡은 윤영화가 선하고 정의감이 투철한 인물이 아니라는 점도 작품의 흥미를 더한다. 서사가 진행될수록 그의 부도덕했던 행적들이 고발당하며 무너지는 모습이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시킨다.

 

타격감이 좋다고 할까? 테러범한테 이리저리 당하면서도 끝까지 버텨가며 이야기의 마지막을 더욱 궁금하게 한다. 윤영화를 끝까지 궁지에 몰게 했던 김대명의 '목소리'역시 인상적이다. 초반에는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후반부에서는 작금의 사태에 대한 분노와 떨림을 온전하게 관객에게 전하며, 하정우와 함께 <더 테러 라이브>의 마지막 퍼즐을 맞춘다.

 

 

〈더 테러 라이브〉
〈더 테러 라이브〉

 

<더 테러 라이브>가 개봉 당시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한 점은, 탄탄한 완성도와 하정우의 열연도 있지만, 과감하고도 강력한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에 몰입하면 할수록 테러범보다 이 사태를 방관하고, 책임지지 않은 이들에게 더 큰 분노를 느끼게 한다. 눈앞에서 사고가 났지만, 시청률에 급급한 언론의 작태, 이 같은 사태가 일어난 사회 부조리를 외면하고 끝까지 사과하지 않은 정치인과 관료의 모습은 단순한 픽션이 아니라 지금 우리네 현실을 돌아보게 만든다. 마지막 윤영화가 모든 것을 체념하고(혹은 이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참언론인으로서 각성한 지도 모르겠다) 폭발 버튼을 누르며, “이렇게 된 이상 국회로 가는 모습(?)”은 신예답지 않은 김병우 감독의 패기로 느껴질 정도다.


<더 테러 라이브> 당시 인기와 현재 시청 가능한 OTT는?

 

 

〈더 테러 라이브〉 개봉 당시 포스터
〈더 테러 라이브〉 개봉 당시 포스터

 

앞에서 언급했듯이 2013년 한국영화는 <설국열차>에 모든 관심이 몰렸다. 대부분 <설국열차>와 대결을 피하기 위해 개봉 스케줄을 조정했다. 다만 <더 테러 라이브>는 그렇지 않았다. <설국열차>와 같은 주에 개봉하는 자신감을 피력하며 시장의 파이를 늘리고, 두 작품의 흥행 시너지를 노렸다.

 

이 같은 전략은 결과적으로 적중했다. <설국열차>보다 하루 앞서 개봉해 초반 관객 몰이에 성공한다. 이후 8월 대부분을 <설국열차>와 1,2위를 다투며 쌍끌이 흥행에 성공했다. <설국열차>가 최종적으로 935만, <터 데러 라이브> 558만 관객을 동원했다. 관객 수로는 <설국열차>가 <더 테러 라이브>의 거의 두 배 정도를 모았지만, 개봉 전 인지도와 제작비 규모, 마케팅 물량을 생각한다면 골리앗에 맞선 꽤 강력한 다윗이었다는 평가다.

 

를 리메이크 한 인도영화 〈다마카〉(왼)와 일본영화 〈쇼타임 세븐(7)〉
를 리메이크 한 인도영화 〈다마카〉(왼)와 일본영화 〈쇼타임 세븐(7)〉


<더 테러 라이브>는 콘셉트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방송국과 테러를 중계하는 앵커 등 한정적인 공간과 최소한의 인력으로 강력한 스릴을 자아낸다. 이 같은 설정이 인상적이었는지, 여러 나라에서 리메이크를 하기도 했다. 인도에서는 <다마카: 더 테러 라이브>라는 넷플릭스 영화로 나왔다. 인도영화임에도 뮤지컬이 하나도 없는,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좀 더 다양한 요소를 추가해 흥미를 자아낸다. 오는 2월 7일에는 일본에서 <쇼타임 세븐>이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 작품이 개봉한다. 일본의 대표 배우 아베 히로시가 원작의 하정우 포지션의 캐릭터를 맡아서 이야기를 이끌어갈 예정이다.

 

2013년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스릴러 <더 테러 라이브>는 2025년 1월 19일 현재, 넷플릭스, 티빙, 쿠팡플레이, 웨이브, 왓챠 등 다양한 OTT에서 만날 수 있다. 워낙 유명한 영화이고, 많은 사람들이 사랑한 작품이라 대부분 관람했지만, 개봉 10년이 지난 지금도 이만한 현장감과 몰입감을 주며 관객을 압박하는 한국 스릴러 영화를 만나기 어렵다. 2025년 넷플릭스 영화 <대홍수>와 <전지적 독자 시점>까지, 두 편으로 돌아올 김병우 감독의 파워풀하면서도 패기 넘치는 연출을 알고 싶다면, <더 테러 라이브>는 분명 기대 이상의 작품으로 다가올 것이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홍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