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일본 드라마를 봤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제목이 잊히지 않는다. <도망치는 것은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누구나 삶을 되돌아보면 잘한 것보다는 부끄러운 일이 먼저 떠오른다. 돌이켜보면 이불킥할 일들만 한가득이고, 그래서 부끄럽다.
그래도 누구든 인생을 대충 살려고 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구든 이 악물고, 누구든 고생하면서, 누구든 고개 돌려 눈물을 닦아가며 지금까지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세상의 흐름에 때로는 휩쓸리고 때로는 버티며 살아가는 게 사람일 텐데, 그러다 보니 때로는 주저앉게도, 영화 도입부의 혜원처럼 도망치게도 된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도망치는 것을, 환경을 바꾸는 것을 너무 많이 두려워할 필요는 없었다. 조금 손해가 날 수도 있다는 공포에 사로잡혀 자신을 학대했던 기억이 후회로 남는다. 인생은 길고, 누구든 여러 가지 이유로 여러 번 주저앉는 게 당연한데 억지로 버티며 쓸데없이 고생하는 것보다 차라리 부끄러운 게 나았을 텐데.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막상 도망가보면 그다지 부끄럽지도 않다. <리틀 포레스트>의 혜원이 어디로 봐서 부끄러운 캐릭터란 말인가. 누구나 힘들고, 누구나 시원한 막걸리 한 잔에 시름을 덜고, 누구나 마음 맞는 사람과의 수다로 또 내일 하루 살아갈 힘을 얻는다. 마치 혜원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