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옥의 티, 솔직히 재밌다. 제작진들은 골머리를 앓겠지만, 관객들은 예상 못한 즐거움을 얻기도 한다. 유튜브 채널 ‘왓치모조닷컴’에서 뜻밖의 즐거움을 선사한 “영화 속 최악의 엑스트라”를 소개했다. 간단한 소개와 움짤로 이들의 업적(?)을 만나보자.


죠스 (1975)

<죠스>는 기념비적인 영화다. 1억 달러를 돌파한 최초의 블록버스터 영화이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천재적인 감각이 스며든 걸작이다. 당시 상어 공포증 때문에 해변 이용객이 주는, 사회적인 파장까지 가져왔다. 하지만 스필버그 감독도 완벽하진 않았다. 죠스가 수영 중인 사람을 공격하는 경악스러운 장면 이후, 오히려 바다에 뛰어들 기세로 웃는 남자를 보라. 움직임부터 유-쾌하지 않은가.

준하형…?
죠스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로이 샤이더, 로버트 쇼, 리차드 드레이퓨즈

개봉 1975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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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나이트 라이즈 (2012)

제아무리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천재 소리를 들어도 부정할 수 없는 단점. 대규모 액션 신이 어색하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 클라이막스인 ‘고담 경찰 vs. 베인 일당’ 시퀀스는 둘째 치고 아래 움짤에 있는 엑스트라가 모든 걸 말해준다. 캣우먼(앤 해서웨이)과 배트맨(크리스찬 베일)의 옥상 격투 장면에서 배트맨을 피하려던 엑스트라는 혼자 뒷걸음질 치다 넘어진다. 이게 자연스러웠으면 실수처럼 안 보이겠지만, 정말 그냥 넘어진다. 놀란 감독은 최신작 <덩케르크> 예고편에서도 웃는 병사를 남겨놔 논란을 빚기도 했다. 혹시? 설마?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어쩌면 놀란 감독이 스스로 인간임을 증명하기 위해 남겨놓은 증거일지도.

"우당탕탕"이라고 효과음을 써주고 싶다.
<덩케르크>. 본편에선 삭제됐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크리스찬 베일, 조셉 고든 레빗, 게리 올드만, 앤 해서웨이, 톰 하디, 마리옹 꼬띠아르, 마이클 케인, 모건 프리먼

개봉 2012 미국,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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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하드 2 (1990)

1편에서 대성공을 거둔 <다이 하드>는 2편에서 스케일을 한층 더 키웠다. 비행기를 이용한 테러를 소재로 했다. 자연스럽게 인파로 가득한 공항을 배경으로 삼았다. 극중 공항에 총성이 울리자 사람들은 각자 대피하는 장면이 있는데, 한 남자가 어색하게 카메라 프레임에 들어오더니 상대를 밀치고는 넘어져 구른다. 대피하는 상황이니 자연스러웠으면 괜찮았을 텐데, 정말 데굴데굴 구른다. 웃기기도 하고, 다른 엑스트라에게 밟히지 않아 다행이기도 하다.

“떼굴떼굴”
다이 하드 2

감독 레니 할린

출연 브루스 윌리스

개봉 1990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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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 (1999)

히스 레저의 고백 장면으로 유명한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는 하이틴 로맨스의 고전이다. 달달한 로맨스는 물론이고 장면마다 깨알 같은 재미가 곳곳에 산재한데, 이 장면도 그렇다. 두 사람이 대화하는 모습 뒤로 코치가 화살을 맞아 버둥거리고 한 학생이 119를 부르러 달려나간다. 유쾌한 장면 연출인데, 문제는 달려나간 학생이 갑자기 멈춰선 것. 아마도 카메라 프레임 밖이겠거니 했을 텐데, 화면에 잡힌 바람에 관객들을 (다른 의미로) 웃게 만들었다.

조이(앤드류 키건)와 대화 도중 활을 놓친 비앙카(라리사 올레이닉)
지나가던 코치님이 맞자
한 학생이 119를 부르러 뛰어간다.
‘ㅎㅎ 여기면 안 보이니까 걸어도 되겠지?’라는 속마음이 들리는 듯하다.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

감독 길 정거

출연 줄리아 스타일스, 히스 레저, 조셉 고든 레빗, 라리사 올레이닉, 래리 밀러, 앤드류 키건, 데이빗 크럼홀츠, 수잔 메이 플랫, 다릴 밋첼, 앨리슨 제니

개봉 1999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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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퀀텀 오브 솔러스 (2008)

사실 <007 퀀텀 오브 솔러스>는 시기가 안 좋았다. 할리우드 작가 파업이 겹치면서 제대로 완성된 시나리오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 장면은 결코 그런 문제 때문에 벌어진 게 아니다. 오토바이에 앉아 대기 중인 제임스 본드 뒤로 항구 노동자들이 있는데, 그중 한 사람이 허공에 대고 빗자루질을 하고 있다. 어, 음… 아마도 바닥 닦는 소리 안 나게 해달라는 사운드 팀이 무서웠나 보다.

007 퀀텀 오브 솔러스

감독 마크 포스터

출연 다니엘 크레이그, 올가 쿠릴렌코, 마티유 아말릭, 주디 덴치

개봉 2008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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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씽 머스트 고 (2010)

막무가내 캐릭터 연기로 유명한 윌 페럴은 <에브리씽 머스트 고>에서 회사 실직과 별거 등 위기에 놓인 중년 남성을 연기해 관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하지만 이 장면에서만큼은 아역 배우들이 훨씬 주목 받았다. 윌 패럴과 로라 던이 대화하고 있지만, 앞에 앉아있는 아역들은 완전히 정지돼있다. 거의 CG 배경 수준이다. 아마 감독이 ‘자연스럽게 아무 말도 하지마’ 같은 애매한 디렉션을 준 게 아닐까 싶다. 

이정도면 무슨 일 있냐고 물어봐야 정상이다.
에브리씽 머스트 고

감독 댄 러쉬

출연 윌 페렐, 레베카 홀, 크리스토퍼 조던 윌리스

개봉 2010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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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 울프 (1985)

지금까지 거론된 영화에 비하면 <틴 울프>는 좋거나 유명한 영화는 아니다. 자신이 늑대인간임을 알게 된 스콧 하워드 역으로 <빽 투 더 퓨쳐>의 마이클 J. 폭스가 출연한다는 것만 기억할 만하다. 늑대인간으로 변한 마이클 J. 폭스의 비주얼보다 충격적인 건 영화 결말에 잡힌 한 엑스트라다. 자신의 여자친구와 키스를 나누고 아버지와 포옹하는 뒤로 ‘남대문’이 열린 남자가 환호하고 있다. 본인도 알아차렸는지 뒤늦게 바지를 움켜쥐는데, 제작진에게 NG냈다고 말하기 무서웠는지 완성본에 실리고 말았다.

틴 울프

감독 로드 다니엘

출연 마이클 J. 폭스, 제임스 햄톤, 수잔 어시티

개봉 1985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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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1959)

세상에, 히치콕 감독도 실수를?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최고작 중 하나인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에는 손 힐이 이브 켄달을 추궁하다 총에 맞는 장면이 있다. 흠잡을 게 없어 뵈지만, 자세히 보면 뒤에 보이는 아이가 먼저 귀를 막는다. 총을 쏠 것이란 걸 미리 알았다는 셈. 실로 어린아이 같은 반응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사실 에디터 눈에는 귀를 막는 아이보다 얼음이 된 채 뚫어져라 보고 있는 남자가 더 거슬렸다.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감독 알프레드 히치콕

출연 캐리 그랜트, 에바 마리 세인트, 제임스 메이슨

개봉 1959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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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 투 더 퓨처 3 (1990)

이 장면은 꽤나 충격적(?)이다. 다른 장면들은 그냥 실수 같지만, 이 장면은 배우의 의도가 몹시(!) 드러났다. <빽 투 더 퓨쳐 3> 결말부에는 브라운 박사가 아내와 두 아들을 데리고 등장한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둘째 아들의 손짓이 예사롭지 않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건가. 왜 손가락이 중요 부위를 향하는가.

손을 까딱까딱하더니 어, 어딜 가리키는 거야 (동공지진)
이 묘한 표정을 보라.
빽 투 더 퓨쳐 3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

출연 마이클 J. 폭스, 크리스토퍼 로이드, 메리 스틴버겐, 토머스 F. 윌슨

개봉 1990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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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 (1977)
스톰트루퍼 쿵해쪄

최고가 아니면 최악이 더 오래 남는다고 했던가.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의 엑스트라는 깜찍한 실수를 저질러 ‘엑스트라계의 전설’로 남았다. 루크 일행이 숨어있던 통제실로 들이닥치는 도중 문에 머리를 쿵 찧었을 뿐인데, 가장 유명한 스톰트루퍼가 됐다. 심지어 스톰트루퍼들가 인간이란 증거로 채택되곤 했는데, 이후 조지 루카스 감독이 “클론”이라고 발언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

감독 조지 루카스

출연 마크 해밀, 해리슨 포드, 캐리 피셔

개봉 197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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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에디터 성찬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