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K. 시몬스는 강한 눈빛을 가지고 있다. 그 때문인지 늘 비범한 캐릭터의 이미지가 강하다. 3월 28일 개봉한 따뜻한 힐링영화 <해피 어게인>의 빌처럼 다소 평범한(?) 캐릭터를 연기할 때도 그만의 아우라에 빠져드는 착각을 하게 된다. 스크린에게 튀어나올 것처럼 강렬해서 쉽게 잊히지 않는 캐릭터부터 작품에 완벽히 녹아들어 새로운 인상을 남긴 캐릭터까지, J.K. 시몬스가 연기한 수많은 얼굴을 모아봤다.

- 해피 어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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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커트 보엘커
출연 J.K. 시몬스, 오데야 러쉬, 줄리 델피, 조쉬 위긴스
개봉 2017 미국
무서운 선생님
<위플래쉬> - 플렛처
1986년 데뷔 이후, 그의 배우 인생 중 가장 찬란히 빛난 해는 2014년일 것이다. 시몬스는 음악학교의 플렛처 교수를 연기하면서 독기를 쏟아내는 명연기를 펼쳤다. 친절하게 굴다가 갑자기 돌변하는 플렛처 교수는 J.K. 시몬스에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포함해 각종 영화제에서 무려 52개의 트로피(IMDb 기준)를 안겨줬다. 최고의 드러머를 꿈꾸는 학생 앤드류(마일즈 텔러)와 몸싸움을 하는 장면에서는 갈비뼈를 다치기도 했다. 그만큼 노력한 결과로 그는 ‘인생 캐릭터’를 얻었다.

- 위플래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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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데이미언 셔젤
출연 마일즈 텔러, J.K. 시몬스
개봉 2014 미국
현명한 아빠
<주노> - 맥 맥거프
덜컥 임신한 10대를 다룬 <주노>는 생생한 캐릭터들의 매력이 빛나는 영화다. J.K. 시몬스는 계획에 없던 임신을 한 주노(엘렌 페이지)의 아빠로 출연하는데, 주노의 임신 고백에 대뜸 “그 얜 그럴 능력도 없을 줄 알았는데”라고 농담도 하지만, 주노의 결정을 받아들이고 묵묵히 곁을 지켜준다. 조심스럽게 고민을 털어놓는 주노에게 “너 그대로를 사랑할 사람을 찾으면 돼” 같은 낭만적인 충고까지 전한다. 친구 같으면서 본받고 싶은 어른이 아닐까.

- 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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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제이슨 라이트맨
출연 엘렌 페이지, 마이클 세라, 제니퍼 가너, 제이슨 베이트먼, 앨리슨 제니, J.K. 시몬스, 올리비아 썰비
개봉 2007 미국
짜증 나는 편집장
<스파이더맨> 3부작
<위플래쉬> 플렛처 이전, J.K. 시몬스의 가장 대중적인 얼굴은 J. 조나 제임슨 편집장이다. 2002년~2007년까지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3부작에 출연했다. 걸걸한 목소리의 톡톡 쏘는 말투와 원작과의 완벽한 싱크로율로 원작 팬도, 원작을 모르는 사람도 그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만들었다. 지금까지도 그가 영화에서 호쾌하게 웃는 장면(아래)은 해외 커뮤니티에서 유행 중이다. 그는 애니메이션인 TV 시리즈 <얼티메이트 스파이더맨>에서 제임슨 편집장 역할로 목소리 출연하고 있다.

- 스파이더맨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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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샘 레이미
출연 토비 맥과이어, 커스틴 던스트, 제임스 프랭코, 토마스 헤이든 처치, 토퍼 그레이스,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로즈마리 해리스, J.K. 시몬스, 제임스 크롬웰
개봉 2007 미국
어리둥절 요약러
<번 애프터 리딩>
CIA 기밀문서 분실을 그린 블랙코미디 <번 애프터 리딩>은 수많은 할리우드 배우들이 쏟아지듯 출연한다. J.K. 시몬스도 CIA의 고위 관리로 등장한다. 사실 영화에서 그가 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저 보고를 받고, 되묻고, 상황을 정리하는, 쉽게 말하면 영화의 요약을 위한 역할에 가깝다. 그럼에도 그의 재치 있는 연기와 근엄한 표정으로 욕설을 내뱉는 장면은 관객을 압도한다. 도합 5분 남짓 나오는 이 인물을 J.K. 시몬스가 맡은 것도, 그의 대사로 영화가 마무리되는 것도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 번 애프터 리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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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조엘 코엔, 에단 코엔
출연 조지 클루니, 프란시스 맥도맨드, 존 말코비치, 틸다 스윈튼, 리차드 젠킨스, 브래드 피트
개봉 2008 미국, 영국, 프랑스
젠틀한 신사
<나의 사랑, 그리스>
J.K. 시몬스는 옴니버스 영화 <나의 사랑, 그리스> 중 ‘세컨드 찬스’ 에피소드에서 세바스찬 역을 맡았다. 그리스에 온 세바스찬은 마트에서 마주친 마리아(마리아 카보이아니)에게 호감을 느껴 매주 같은 시간에 만나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마리아에게 그리스 신화 속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고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하는 등 아름다운 순간들을 선사해준다. J.K. 시몬스가 연기하는 세바스찬은 무척 인자하고 젠틀한 인물로 영화를 보면 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나의 사랑, 그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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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크리스토퍼 파파칼리아티스
출연 J.K. 시몬스, 크리스토퍼 파파칼리아티스, 안드레아 오스바트, 마리아 카보이아니, 타우픽 바롬, 니키 바칼리
개봉 2015 그리스
책임감 넘치는 경찰
<패트리어트 데이> &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2013년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을 다룬 <패트리어트 데이>에서 J.K. 시몬스는 제프 퍼글리스 역을 맡았다. 희끗한 머리를 하고도 현장에서 발로 뛰며 “담배를 끊던가 해야지”라는 실없는 농담을 하는 모습에서 듬직한 경찰의 모습을 읽을 수 있다. 장르는 다르지만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에서도 오브라이언으로 등장해 사건을 깊숙이 파고드는 경찰을 연기했고, 최근 <저스티스 리그> 등 DCEU에서도 ‘고담시의 양심’ 고든 경감으로 분하고 있다.

- 패트리어트 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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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피터 버그
출연 마크 월버그
개봉 2016 미국

-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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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앨런 테일러
출연 아놀드 슈왈제네거, 에밀리아 클라크, 제이 코트니, 제이슨 클락, J.K. 시몬스
개봉 2015 미국
허당 도둑
<레이디 킬러>
<레이디 킬러>의 악당들은 땅굴을 파 카지노에 침투, 현금을 빼내려 한다. J.K. 시몬스가 맡은 배역은 가스 팬케이크. 이름이 다소 특이한 이 사람은 도둑 일당의 기술자다. 겉모습으로 보이는 연륜과 달리 땅굴 작업 중 실수하는 건 물론이고 가장 중요한 순간에 “I.B.S.”(민감성 대장 증후군)를 외치는 등 허당이 따로 없다. <레이디 킬러>에서 J.K. 시몬스의 능청스러운 연기를 만날 수 있다.

- 레이디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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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에단 코엔, 조엘 코엔
출연 톰 행크스
개봉 2004 미국
소심한 요원+냉혹한 킬러→1인 2역
<카운터파트>
J.K. 시몬스는 TV드라마 <로 앤 오더>의 에밀 스코다 박사, <더 클로저>의 윌 포프 역 등으로 인지도를 얻었다. 그래서 영화만큼 드라마에서도 활약 중인데, 2017년부터 방영한 <카운터 파트>에선 1인 2역의 주연을 맡았다. 매일 같은 일상을 반복하며 삶의 의욕이 위축돼가는 하급 정보요원 하워드 실크와 평행세계에서 온 냉철하고 계산적이며 또 다른 하워드 실크를 연기한 것. 현지에서 호평을 받은 작품이고, J.K. 시몬스의 전혀 다른 연기 영역을 볼 수 있으니 챙겨보자.

- 카운터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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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 J.K. 시몬스, 올리비아 윌리암스, 해리 로이드, 율리히 톰센, 나자닌 보니아디, 니콜라스 핀녹, 제이미 뱀버
방송 2018, 미국 Starz
얼굴 말고 목소리!
J.K. 시몬스는 뮤지컬 무대로 데뷔했으며 한때 광고 성우로 유명세를 떨쳤다. 당연히 성우 활동도 적지 않은데, 그가 연기한 대표 캐릭터는 <주토피아>의 라이언하트 시장 역. <메가마인드>의 워든과 <쿵푸 팬더 3>의 카이 등이 있다. <보잭 홀스맨>·<아처>·<로봇 치킨> 등 성인을 타켓으로 한 애니메이션 시리즈, <코라의 전설>·<더 박스카 칠드런> 같은 아동용 애니메이션에도 출연했다. 에디터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목소리 연기는 애니메이션이 아닌 게임 <포탈 2>의 케이브 존스. 매체를 가리지 않는 활동 영역에 고마울 정도다.

- 주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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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바이론 하워드, 리치 무어
출연 지니퍼 굿윈, 제이슨 베이트먼, 샤키라, 알란 터딕, 이드리스 엘바, J.K. 시몬스
개봉 2016 미국

- 쿵푸팬더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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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여인영, 알레산드로 칼로니
출연 잭 블랙, 안젤리나 졸리, 성룡, 세스 로건, 루시 리우, 데이빗 크로스, 제임스 홍, 케이트 허드슨, 브라이언 크랜스톤, 더스틴 호프만, J.K. 시몬스
개봉 2016 미국, 중국
에디터가 준비한 J.K. 시몬스의 얼굴은 여기까지. 출연작이 워낙 많은 배우라 영화를 고르는 게 쉽지 않았다. 이외에도 <땡큐 포 스모킹>, <인 디 에어>, <자칼>, <기프트> 등에서도 그를 만날 수 있다. 여러분들에게 인상적이었던 J.K. 시몬스의 연기가 있다면 댓글로 공유해주길 바란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성찬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