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덕후들의 필람작,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신작 <레디 플레이어 원>이 개봉했다. 가상현실 세계 오아시스와 현실이 공존하는 2045년을 배경으로 한다. 시궁창인 현실과 달리, 가상현실 오아시스는 가상 머니만 있다면 상상하는 모든 게 가능한 세계다. 오아시스의 창시자 제임스 할리데이(마크 라이런스) 본인이 숨겨둔 이스터에그를 간파하고 모든 미션을 통과한 사람에게 오아시스의 소유권을 상속하겠단 유언을 남기고 숨진다. 전 세계 사람들은 이스터에그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5년간 아무도 할리데이의 미션을 통과하지 못한다. 늘 할리데이를 동경해왔던 웨이드 와츠(타이 쉐리던)는 생전 그가 사랑했던 1980년대 대중문화 속에서 미션의 힌트를 찾는다.

레디 플레이어 원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올리비아 쿡, 벤 멘델슨, 타이 쉐리던, 사이먼 페그, 마크 라이런스, T.J. 밀러

개봉 2018 미국

상세보기
가상현실 세계 ‘오아시스’에 접속한 사람들
할리데이가 숨겨놓은 힌트를 찾고 있는 와츠(왼쪽 두 번째)와 그의 동료 아르테미스(왼쪽 세 번째)
미션을 모두 통과한 자에게 수여되는 ‘이스터에그’ 형상. 일종의 트로피라고 보면 되겠다.

<레디 플레이어 원>은 이스터에그의 개념을 확실히 알고 감상하면 더 좋을 영화다. 단순히 영화 스틸 속에 있는 황금 달걀이 이스터에그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오아시스에 숨겨놓은 할리데이의 센스 넘치는 장난, 아는 사람만 즐길 수 있는 재미! 도대체 이스터에그’가 뭘까?


이스터에그의 정의

이스터에그는 영화, DVD, 게임 등에 감독이나 제작자가 숨겨놓은 메시지나 장난을 말한다. 서양의 부활절 풍습에서 유래된 단어다. 달걀을 미리 집안이나 정원에 숨겨두고 아이들에게 찾아내게 했던 부활절 놀이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알록달록하게 색칠한 삶은 달걀 중 몰래 날달걀을 숨겨놓고 골탕 먹이던 장난에서 비롯됐다는 설도 있다.


최초의 이스터에그는?
'Adventure' 속에 숨은 워렌 로비넷의 이름

1976년에 출시된 최초의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 <콜로설 케이브 어드벤처>, 1977년에 출시된 아타리의 <스타십1>에서도 이스터에그를 발견할 수 있지만, 보편적으로 이스터에그’란 단어가 쓰이기 시작한 건 1979년 발매된 게임 아타리 2600의 <어드벤처>에서부터다.(<어드벤처>보다 앞서 발매된 두 게임 속 이스터에그는 <어드벤처> 속 이스터에그보다 후에 발견됐다. 긴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최초’의 타이틀을 얻을 수 있었던 셈.) 당시 비디오 게임에는 제작자의 크레딧을 넣을 수 없었다. 게임 제작자 워렌 로비넷은 본인의 이름을 프로그램에 남기고 싶었다. 그는 게임 속 특정 픽셀 속에 자신의 이름을 숨겼다. 사용자들은 그 픽셀 위를 지나가야만 워렌 로비넷의 이름을 볼 수 있었다. 중요한 건 모든 픽셀이 같은 색이었다는 점. 온통 회색인 공간에서 단 하나의 선택된 회색 픽셀을 찾아내야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후 창작자들은 아는 사람만 알아보는 비밀스러운 매력에 빠지기 시작했다. 이스터에그는 여러 분야로 퍼져나갔다.


DVD의 진짜 매력은
이스터에그에!
(왼쪽부터) <대부> DVD, <클래식> DVD

그중 빠질 수 없는 분야가 DVD. 한때 시네필이라면 한 번쯤 시도해봤을 DVD 수집. 그 재미 중 하나는 DVD 속에 숨겨진 이스터에그 찾기’였다. 프로그래머들은 DVD 타이틀 곳곳에 극장에서는 볼 수 없던 현장 NG 장면이나 메이킹필름, 감독의 메시지 등을 숨겨놓았다. 타이틀에 특정한 조작을 가하면 그들이 숨겨놓은 추가 텍스트를 만나볼 수 있는 식이다. <엽기적인 그녀> DVD엔 현장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모여 게임을 하는 클립 영상이 삽입되어 있고, <대부>, <클래식>, <피쉬>, <물랑루즈> DVD 어딘가엔 메이킹 영상이 담겨있다. <대부> 컬렉션엔 말론 브란도를 흉내내는 제임스 칸의 오디션 장면까지 담겨있다니, 영화팬들에겐 소장각 그 자체일 수밖에!

(왼쪽부터) <봄날은 간다> DVD, <살인의 추억> DVD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DVD

영화 관련 영상 외 다른 콘텐츠들을 내세운 영화도 있다. <봄날은 간다> DVD엔 봄날 해장라면 레시피가, <살인의 추억> DVD엔 봉준호 감독의 단편 영화 <백색인>이 숨어 있다.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DVD엔 공개되지 않은 또 다른 마법 세계가 담겼다. ‘Great Hall이라 적힌 컵을 클릭하고 그 아래에 있는 The Quest of Sir Cadogan을 클릭하면 프레임이 바뀜과 동시에 숨겨져있던 다른 갤러리가 등장한다.


놓쳐선 안 될
영화 속 이스터에그

은 것을 찾아내는 건 능력자의 몫이다. 영화 속에서 발견되는 이스터에그는 시리즈물 속 떡밥을 비롯해 간단한 소품, 대사, 스쳐 지나가는 단역 캐릭터 등 그 쓰임새와 종류가 가지각색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또한 본인의 작품 속에서 이스터에그를 많이 애용해왔다. 그의 작품 속 유명 이스터에그와 함께, 시네필이라면 단번에 알아봤을 영화 속 유명한 이스터에그들을 추려봤다.

1. 조지 루카스X스티븐 스필버그의 의리 크로스 이스터에그

(왼쪽부터) 스티븐 스필버그와 조지 루카스

조지 루카스와 스티븐 스필버그는 영화계 절친으로 유명하다. 이들은 이스터에그로 우정을 과시했다. 조지 루카스가 연출한 <스타워즈> 시리즈, 스티븐 스필버그가 연출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와 <E.T.>(1982)를 주목해보자. 

시작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연출한 <레이더스>(1981). 스필버그는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비행기에 'OB-CPO'를 새겨놨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팬이라면 자연스럽게 오비완 케노비(OB)와 C-3PO(CPO)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부분. 인디아나 존스(해리슨 포드) 박사가 발견한 동굴 속 상형 문자를 자세히 보면 R2-D2와 C-3PO, R2-D2에게 데스 스타 설계도를 전하는 레아 공주의 모습이 새겨져 있음을 알 수 있다.

<E.T.>

1982년작 <E.T.>에서도 <스타워즈>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할로윈을 맞아 거리 구경에 나선 삼 남매와 ET. ET는 거리에서 요다를 마주치고 홀린 듯 그를 따라간다. 우오오…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는 ET는 물론, ET와 요다의 콜라보가 전하는 사랑스러움에 ‘심쿵사’할 수 있는 장면이니 주의!

<인디아나 존스>

<인디아나 존스>(1984)의 오프닝에도 반가운 이름이 등장한다. 다이아몬드를 거래하려다 죽음의 위기에 처하는 인디아나 존스. 그의 뒤로 반짝이는 클럽 간판이 눈에 띈다. 이곳의 이름은 클럽 오비완.

<스타워즈 에피소드1-보이지 않는 위험>

조지 루카스 또한 본인의 영화에서 스티븐 스필버그와의 의리를 지켰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1-보이지 않는 위험>(1999)엔 ET의 친구들이 등장한다. 아미달라(나탈리 포트만) 여왕이 공화국 의회에서 연설하는 장면을 유심히 살펴보자. 좌측 하단에서 ET의 동료들을 만나볼 수 있다.


2. <캐치 미 이프 유 캔> 속 프랭크를 체포하는 프랭크

<캐치 미 이프 유 캔>

<캐치 미 이프 유 캔>(2003)은 희대의 사기꾼이었던 프랭크 애버그네일 주니어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프랭크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연기했다. 실존 인물 프랭크 애버그네일도 영화에 출연했다. 영화 속에서 프랭크를 체포하는 경찰이 바로 프랭크다.


3. <스타트렉> 시리즈에 등장하는 R2-D2

<스타 트렉: 더 비기닝>
<스타트렉 다크니스>

에디터는 ‘스덕’(<스타워즈> 덕후)이니 <스타워즈> 관련 이스터에그를 빼놓을 수 없다. J.J. 에이브럼스 감독은 본인이 연출을 맡은 <스타 트렉: 더 비기닝>(2009)과 <스타트렉 다크니스>(2013)에 R2-D2를 등장시켰다. 스틸컷만 봐도 혼란스러운데 그 와중에 R2-D2를 찾아낸 사람은 시력 3.0을 자랑하는 게 분명하다. 이후 J.J. 에이브럼스 감독은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2015)의 연출을 맡았다. 2019년 공개될 <스타워즈 에피소드 9>도 그가 연출할 예정이다.


4. <토이 스토리> 속 시드 집의 카펫과 <샤이닝> 오버룩 호텔의 카펫

(왼쪽부터) <샤이닝>, <토이 스토리>

투닥거리던 우디와 버즈는 악동 시드의 집에서 진정한 동료로 거듭난다. 시드는 장난감을 분해하는 취미를 지닌 공포의 소년이다. 시드의 집이 어딘가 으스스한 이유는 바로 카펫에 있다. 어디서 많이 봤다 했더니 <샤이닝>(1980) 속 오버룩 호텔의 카펫과 같은 디자인이다.


5. <파이트 클럽>의 단골손님 스타벅스 컵

<파이트 클럽>(1999)엔 스타벅스 컵이 자주 등장한다. 눈에 띄지 않지만, 모든 신에 적어도 한 개 이상의 스타벅스 컵이 등장한다고. 데이빗 핀처는 <엠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영화의 모든 신에 의도적으로 스타벅스 컵을 넣었다고 밝혔다. <파이트 클럽>은 자본주의 사회를 조롱하는 영화다.


6.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을 예고하는 <나는 전설이다>

<나는 전설이다>

변종 인류, 좀비들만 남은 세상을 그린 영화 <나는 전설이다>(2007). 디스토피아 세계관 속 타임스퀘어에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광고판이 붙어있다. <나는 전설이다>의 배경은 2012년. 아쉽게도 워너 브라더스의 예상이 조금 빗나갔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은 2016년에 개봉했다.


7. 토르의 이름은 도널드 블레이크?

늘 어마어마한 이스터에그를 투척하는 MCU. <토르: 천둥의 신>(2011)에 등장하는 이름 도널드 블레이크는 마블 코믹스의 팬이라면 반가워했을 이스터에그다. 원작 속 토르는 아버지 오딘에 의해 기억이 지워진 채 지구에 떨어져 의사 도널드 블레이크로 살아간다. <토르: 천둥의 신>에서 도널드 블레이크는 제인(나탈리 포트만)의 전 남자친구 이름으로 등장한다. 토르의 위장 신분용 이름이 되기도 한다.


9. 픽사의 룩소 볼, 피자 플래닛 트럭, A-113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이스터에그하면 픽사 아니냐고. 픽사를 대표하는 이스터에그로는 룩소 볼, 피자 플래닛 트럭, 그리고 A-113이 있다. 이들은 거의 모든 픽사 제작 애니메이션에 등장한다. 예상치 못한 장면에서 순식간에 지나가지만, 고수의 픽사 팬이라면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다.

룩소 볼, 피자 플래닛 트럭보다 ‘A-113’을 더 눈여겨보고 싶은 이유가 있다. ‘A-113’은 캘리포니아 예술대학(칼 아츠)의 강의실 번호다. 그래픽 디자인, 캐릭터 애니메이션과 1학년들이 쓰는 교실로, 팀 버튼, 존 라세터, 피트 닥터 등 애니메이션업계의 대가들이 이 강의실에서 수업을 들었다. ‘A-113’은 픽사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칼 아츠 출신 영화인들이 스태프로 참여한 작품들에서도 볼 수 있다. 

(왼쪽부터) <헝거게임: 캣칭 파이어>,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심슨 가족> 시리즈

이전 씨네플레이에서는 픽사 애니메이션 속 이스터에그와 디즈니 애니메이션 속 이스터에그를 정리한 바 있다. 더 많은 이스터에그가 궁금하다면 아래의 글을 참고하시길 바란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유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