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밤>
7년의 밤

감독 추창민

출연 류승룡, 장동건, 송새벽, 고경표

개봉 2018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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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자. 요즘 배우 송새벽은 조금 뜸했다. 8년 전, 그는 엄청났다. 2010년 출연한 작품을 살짝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그해 그가 출연한 영화가 무려 5편이다. <평범한 날들>, <부당거래>, <시라노; 연애조작단>, <해결사> 그리고 <방자전>! 특히 <방자전>의 변학도 캐릭터는 전무후무했다. 어딘가 어리숙해 보이면서 더듬더듬했던 그의 말투가 생생히 기억난다.

송새벽이 정유정 베스트셀러 소설 원작 영화 <7년의 밤>으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예전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는 더 이상 더듬거리는 말투로 대사를 하지 않는다. 스릴러 영화인 <7년의 밤>에서 송새벽은 사건의 전말을 다 알고 있는 중요한 인물 안승환을 연기했다. 류승룡, 장동건의 연기 대결로 화제가 되고 있지만 이 두 사람 뒤에는 송새벽이 묵직하고 든든하게 버티고 있다. <7년의 밤> 개봉을 계기로 송새벽의 과거를 돌아보려 한다. 우리가 몰랐던 혹은 잊고 있었던 송새벽의 모습을 찾아보자.


<마더>
마더

감독 봉준호

출연 김혜자, 원빈

개봉 2009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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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의 세팍타크로 형사
송새벽이 처음 대중의 눈에 띈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마더>였다. 봉준호 감독은 극단 연우무대에서 활동하던 그가 출연한 연극 <해무>를 보고 캐스팅을 결심했다고 한다. <마더>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일명 ‘세팍타크로’ 형사다. 도준(원빈)에게 사과를 물리고 세팍타크로 발차기를 날렸던 그를 기억할 거다. “요즘 애들은 <CSI> 이런 거 봐서 되게 샤프해요” 같은 대사를 날리며 관객들의 웃음을 이끌어냈다.


<방자전>
방자전

감독 김대우

출연 김주혁, 류승범, 조여정

개봉 2010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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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자전>의 변학도
<방자전>의 변학도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송새벽이 연기한 변학도는 영화의 중간쯤에 등장한다. 이몽룡(류승범)과 함께 과거에 합격한 두 사람은 술자리를 가지는데 변학도가 이몽룡에게 묻는다. 왜 과거 시험에 응시했냐고. 그러면서 변학도는 자신의 동기를 말한다. “전 목표가 뚜려데요.” 특유의 어눌한 말투, 그와 달리 진지한 표정. 오로지 예쁜 여자를 만나겠다는 ‘뚜려탄’ 목표에 대한 철학을 늘어놓는 변학도의 등장으로 <방자전>은 활기를 얻었다. 변학도는 송새벽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한 캐릭터였다.


<위험한 상견례>
위험한 상견례

감독 김진영

출연 송새벽, 이시영, 백윤식, 김수미

개봉 2011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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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상견례>의 전라도 사위
2010년, 충무로의 가장 빛나는 배우, 신인으로 등극한 송새벽은 2011년 <위험한 상견례>로 첫 주연작을 만난다. 현준이라는 전라도 청년 역할이었다. 참고로 송새벽의 고향은 군산이다. 현준은 군대 시절부터 펜팔을 통해 경상도 여인 다홍(이시영)과 사랑을 키워 오다 결혼을 결심한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전라도와 경상도의 지역 감정으로 인한 소동이 벌어진다. <위험한 상견례>를 시작으로 송새벽은 코미디 영화에 주로 출연하기 시작했다.


<아부의 왕>
아부의 왕

감독 정승구

출연 송새벽, 성동일, 이병준, 김성령, 고창석, 한채아

개봉 2012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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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의 왕>의 영업사원 동식
<위험한 상견례> 이후 송새벽은 성동일과 함께 코미디 영화 <아부의 왕>의 영업사원 동식으로 출연했다. <아부의 왕>은 고지식한 보험회사 직장인 동식이 ‘혀 고수’라 불리는 아부계의 전설(성동일)에게 아부의 비법을 전수받는 설정의 영화다. 다소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정승구 감독은 배우의 힘에 너무 의지했던 걸까. <아부의 왕>은 송새벽이라는 캐릭터, 성동일이라는 원숙함에 기댄 영화처럼 느껴진다. 대중들은 어쩌면, 조금씩 조금씩 송새벽의 어눌한 말투에 익숙해졌을지 모르겠다.


<도희야>
도희야

감독 정주리

출연 배두나, 김새론, 송새벽

개봉 2014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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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희야>의 나쁜 아빠
<위험한 상견례>부터 <아부의 왕>, <내 연애의 기억>, <덕수리 5형제>까지 코미디 영화에 출연했던 송새벽이 웃음기를 뺀 역할에 도전했다. 김새론, 배두나와 함께 출연한 <도희야>에서 그는 도희(김새론)의 의붓아버지 용하 역을 맡았다. 어린 도희를 학대하는 나쁜 아빠 역할이다. 용하는 지금까지 봐온 송새벽의 능청스러운 코믹한 캐릭터가 아니다. 송새벽은 간혹 ‘제2의 송강호’라고 불렸다. <넘버 3>에서 송강호가 연기한 “배, 배, 배, 배, 배신! 배반형이야!”의 조필과 비교됐기 때문이다. 어쩌면 송새벽은 ‘제2의 송강호’라는 수식어대로 연기 경력을 이어가는지도 모르겠다. 송새벽은 <도희야>를 통해 코믹한 캐릭터가 아닌 자신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당시 ‘씨네21’과 만난 그는 이런 변화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시점엔 이런 성향의 작품을 하자라는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그런 다짐이야말로 배우에겐 위험한 생각이다. 작품은 늘 개별적으로 다가온다. 이 작품이 좋으니 하는 거지 그 외의 이유는 없다.” 다소 겸손한 말이었을까. 의도했든 아니든 그의 변화는 성공적이었다. <도희야>의 정주리 감독은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은 새벽씨가 슛 들어가기 전에 용하로 변하는 걸 보고 놀라웠다”고 말했다.


<덕수리 5형제>
<내 연애의 기억>
<도리화가>

송새벽은 이른바 ‘감초 연기’를 통해 이름을 알리고 코믹한 이미지를 살려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로 거듭났다. 지금 그는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도희야>에서 머리칼을 길게 기르고 등장한 것부터 심상치 않았다. 2015년 <도리화가>를 거쳐 2년 늦게 개봉한 <7년의 밤>에서도 과거 송새벽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 자연스러운 변화처럼 보인다.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송새벽이 맡은, 영화감독의 꿈을 이루지 못한 기훈 캐릭터 역시 변화의 연장선에 있다. 사실 어떤 캐릭터가 중요한 건 아니다. <7년의 밤>을 보면서 새삼 느꼈다. 송새벽은 늘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 배우였다. 봉준호 감독의 눈은 정확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신두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