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로봇으로 귀결되는 일본의 소년 판타지물
하지만 일본에서는 1960년대부터 슈퍼히어로보다는 로봇물이 전통적으로 인기였다. <마징가>, <철인 28호> 등의 인기 컨텐츠는 전부 사람이 조종하는 거대 로봇을 소재로 하는 것이었다. 또 다른 상징적인 컨텐츠인 <울트라맨> 시리즈도 결말 부분에서는 항상 거대한 슈퍼 로봇 사이즈로 변형한 울트라맨이 역시 거대한 사이즈의 괴수와 결투를 벌였다. 심지어 앞서 언급한 스파이더맨이 비공식적인 경로로 일본에 수입되던 1960년 말에도, 스파이더맨이 탑승할 수 있는 거대한 로봇인 ‘레오팔돈’이라는 것이 따로 만들어졌을 정도이니 일본의 소년 판타지물은 결국 거대 로봇으로 귀결된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과거 컨텐츠를 재소비하는 현상
일본의 거대 로봇물은 1960년대~1980년대 유럽과 남미 등지에도 활발히 수출되었는데 그때 만화 영화를 보고 자란 소년들은 어른이 된 현재에도 관련 컨텐츠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이탈리아, 스페인, 멕시코, 브라질 등이 일본 로봇물들을 좋아하는 나라들이다. 특히 이탈리아의 슈퍼로봇물 사랑은 남다른데, 일본 본토에서도 발매되지 않은 자체 완구와 컨텐츠가 지금까지도 활발히 발매되고 있고, 심지어 대형 서점에 가면 60년대 일본 만화들의 복각 양장판이 잘 보이는 위치에 즐비하게 위치하고 있다. 유튜브에는 40년도 더 된 고가 민트(손상이 전혀 없는 최고의 상태)급 완구들을 떨리는 손으로 택배 상자에서 꺼내고, 그것들이 자랑스럽게 전시되어 있는 장식장을 보여주는 동영상들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비록 외국에서 수입된 문화 컨텐츠임에도 불구하고 개발 도상국 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불어 넣어 줬던 컨텐츠임은 분명하고, 어떻게 보면 성인이 되어 그것들을 다시 찾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 할 수 있겠다. 점점 실물로 존재하는 물건들이 사라지고 있는 요즘, 소위 ‘추억팔이’라고 일컫는 과거 컨텐츠를 재소비하는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확장되면서, 추억의 아이템들을 갈구하는 사람들이 많이지고 그것들이 희소성을 높여가는 현상 역시 전 세계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