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찾아볼 때 문득 궁금해지는 부분. 도대체 서스펜스 스릴러는 뭐고, 미스터리 스릴러는 무엇인가. 때로는 액션, 심리, 코믹이 앞에 붙는 이 마법 같은 단어 스릴러. 도대체 스릴러, 미스터리, 서스펜스는 뭐가 다른 걸까. 그런 궁금증을 느낀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각 장르의 용어를 정리해봤다.


<유주얼 서스펙트>

스릴러는 글자 그대로 ‘스릴을 선사하는’ 장르다. 감이 딱 안 온다고? 안 오는 게 맞다. 스릴러는 영화를 분류하는 장르 중 톱3에 들어갈 만큼 큰 그릇이다. 일반적으로 드라마, 멜로, 코미디, 다큐멘터리, 어드벤쳐, 스릴러로 영화를 분류한다면, 스릴러는 그중에서도 많은 하위 장르를 담는다.

이렇게 많은 걸 담는 스릴러이기 때문에 소재나 전개 방식에 따라 이르는 말이 조금씩 다르다. 예를 들어 의학 스릴러, 법정 스릴러, SF 스릴러, 범죄 스릴러는 그 영화의 소재에 따라 수식어가 붙은 경우다.

(왼쪽부터) 범죄 스릴러 <추격자> / SF 스릴러 <디스트릭트 9>

그렇다면 영화 속 이야기 전개 방식에 따른 하위 장르는? 영화 포스터나 소개글에서 한 번쯤은 접했을 ‘서스펜스’와 ‘미스터리’가 대중적인 구분법이다. 두 단어는 영화가 어떤 식으로 스릴을 자극하는지 보여주는 일종의 표지판이다.


서스펜스는 영화의 기본적인 연출법 중 하나다. 에디터가 설명하기에 앞서 서스펜스에 대한 가장 유명한 구절을 옮겨본다.

네 사람이 포커를 치러 방에 들어갑니다. 포커를 하던 중 갑자기 폭탄이 터져 네 사람이 모두 죽습니다. 이러면 관객들은 그저 놀랄 뿐입니다. 만일 네 사람이 방으로 들어가기 전 누군가가 포커 테이블 밑에 폭탄을 설치하는 걸 보여줍니다. 그리고 네 사람이 테이블에서 포커를 하고, 폭탄의 초침이 폭발 시간에 가까워지는 걸 보여주죠. 이러면 비슷한 대화라도 관객들의 주의를 환기할 수 있습니다. 마침내 폭탄이 터지기 직전, 네 사람이 일어납니다. 그런데 누군가 “차 한 잔 하고 가지”라고 말을 꺼내면, 관객의 긴장감은 극에 달합니다. 이게 ‘서스펜스’라는 겁니다.

할리우드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의 설명이다. 서스펜스는 정보의 일부를 관객에게만 보여줘 긴장감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위의 이야기처럼 관객은 주인공에게 닥칠 위기를 미리 감지하고 있지만 주인공이 모를 때, 관객이 느낄 초조함을 이용하는 것이다.

<싸이코>

히치콕은 서스펜스를 잘 사용하기로 유명한데, 대표작 <싸이코>의 샤워 신에서 마리온(쟈넷 리)이 샤워하는 동안 샤워 커튼 너머 검은 그림자가 드리우는 걸 관객에게만 보여준 것도 서스펜스다. 영화사에서 가장 위대한 오프닝으로 뽑히는 오손 웰즈 감독의 <악의 손길>도 의문의 괴한이 차량에 폭탄을 설치하고 차량이 폭발하기까지를 롱테이크로 포착해 서스펜스를 유도한다.

<악의 손길> 오프닝

히치콕 이후 서스펜스 설명에 인용되는 영화는 <죠스>와 <양들의 침묵>이다. <죠스>는 상어의 시점샷과 테마곡(그 유명한 빠-밤 빠-밤)을 사용해 관객에게 ‘상어가 누군가를 공격할 것’이란 암시를 알려줘 극도의 긴장감을 빚는다.

<죠스>

<양들의 침묵> 후반부, 클라리스(조디 포스터)는 연쇄살인마 버팔로 빌(테드 레빈)의 집에 숨어든다. 이때 버팔로 빌은 집의 전기를 차단하고 야간투시경으로 클라리스를 찾아낸다. 이 장면에서 ‘클라리스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버팔로 빌은 모든 걸 보고 있다’는 인물 간의 극단적인 정보 차이 또한 서스펜스다.

<양들의 침묵>

<메멘토>

서스펜스가 연출자가 의도한 표현 방식이라면, 미스터리는 전개 양식에 가깝다. 미스터리는 숨겨진 비밀이 영화의 원동력이 되는 장르다. 이 비밀은 풀릴 수도 있고, 전혀 해소되지 않고 실체를 드러내지 않을 수도 있다. 미스터리는 관객의 호기심을 동하게 만드는 요소라 범장르적으로 사용된다. IMDb의 경우 애니메이션 <코코>, <주토피아>에도 미스터리 요소가 있다고 분류했을 정도니까.

그래도 미스터리가 자주 사용되는 장르를 뽑자면 스릴러 아니면 호러. 예를 들어 ‘한 사람이 살해당했는데, 그 범인이 누군지 알 수 없다’는 건 미스터리이자 추리물의 기본 공식이다. ‘어떤 공간에 방문한 사람이 흔적도 없이 실종됐다’면 미스터리이자 호러일 가능성이 높다.

미스터리, 호러, 스릴러로 분류된 <오펀: 천사의 비밀>

서스펜스와 미스터리를 구분해보자면 서스펜스는 화면에 보이는 정보와 어떤 컷을 쓰는지에 대한 영상 연출법에 가깝고, 미스터리는 스토리와 관련 있는 문학적 형식으로 볼 수 있다. 서스펜스와 미스터리는 관객에게 정보를 주거나(서스펜스) 주지 않는 것(미스터리)이란 특성 때문에 상극 같지만 공존할 수 있다. 주인공이 공격 당하기 전 그를 쫓는 누군가의 시점샷이 나온다면 그것은 서스펜스지만, 만일 그 시점의 주인을 모르는 상태에서 누군지 밝히는 내용이 나온다면 미스터리가 되는 셈이다.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럼 호러 영화는 뭔가요? 호러 영화도 긴장감을 일으키지 않나요? 맞다. 스릴러와 호러는 인물에게 몰입한 관객의 두려움을 건드린다는 점에서 동일하지만, 궁극적으로 어떤 감정을 불러오느냐에 차이가 있다. 스릴러는 초조함, 불안함, 흥분 상태를 야기한다면 호러는 공포를 발생시키는 게 목적이다.

(왼쪼부터) 호러 장르 <에이리언> / 스릴러 장르 <검은 사제들>

그래서 스릴러와 호러를 구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어떤 소재를 다루고 있는가다.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압도적인 존재를 다룬다면 호러, 반대로 인간이 대항할 수 있는 인간이나 비밀을 그린다면 스릴러일 가능성이 크다. <에일리언>, <샤이닝>은 묵직하게 긴장감을 자아내는 영화지만, 인간이 대항할 수 없는 외계인과 귀신이 등장해 호러로 분류된다. <검은 사제들>은 악령의 존재를 다루지만 두 주인공이 악령을 퇴치하는 구마 사제들이라 호러가 아닌 스릴러로 분류된다.

<식스센스>

물론 이 분류법은 정답률 100%의 풀이가 아니다. 보편적이고 간편한 해법일 뿐이다. 귀신을 보는 소년의 이야기지만 ‘미스터리 스릴러’인 <식스센스> 같은 영화들도 있으니까. 장르를 구분하는 확실한 방법은 직접 영화를 보고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혹은 연출자가 뭘 의도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아니면 해당 영화가 데이터베이스 사이트에 어떤 장르로 분류돼 있는지 보라. 보통 제작사가 의도한 장르로 등록하니까.

해외에는 미스터리로, 국내에는 서스펜스로 분류된 <세 번째 살인>.

아직까지 각 단어들의 정의가 와닿지 않는다면, 다음 예시로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섯 사람이 저택에 들어갔다가 갇혔다” → 스릴러

“한 사람이 살해됐는데 범인이 누군지 알 수 없다.”  미스터리

“관객들에게 저택에 숨어있던 괴한이 또 다른 사람을 공격할 계획을 세우는 걸 보여준다. 극중 인물들은 괴한의 존재 자체를 모른다”  서스펜스

“알고 보니 저택에 귀신이 들렸으며, 괴한이 악령에 빙의된 채 압도적인 힘이나 초자연적인 능력으로 사람을 공격한다”  호러


에디터의 설명은 여기까지다. 독자분들의 가려운 부분을 제대로 긁어줬길 바란다. 이 단어들을 설명할 수 있는 더 좋은 영화가 있다면 댓글로 공유해주길 바란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성찬얼

유주얼 서스펙트

감독 브라이언 싱어

출연 스티븐 볼드윈, 가브리엘 번

개봉 1995 미국,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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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가이 피어스, 캐리 앤 모스, 조 판토리아노

개봉 2000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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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자

감독 나홍진

출연 김윤석, 하정우

개봉 2008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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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들의 침묵

감독 조나단 드미

출연 조디 포스터, 안소니 홉킨스, 스콧 글렌

개봉 1991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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