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봄은 극장가의 알아주는 침체기다. 하지만 근래 박스오피스 상위권 바깥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올해 2월, 3월 개봉작 라인업은 영화 깨나 좋아하는 이들에게 천국 같았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더 포스트>, 션 베이커의 <플로리다 프로젝트>, 기예르모 델 토로의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이하 <셰이프 오브 워터>, 폴 토마스 앤더슨의 <팬텀 스레드>, 마틴 맥도나의 <쓰리 빌보드>, 루카 구아다니노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그레타 거윅의 <레이디 버드> 등 많은 수작들이 앞다투어 개봉해 영화 팬들을 즐겁게 했다. 그 작품들 가운데 두 영화 이상 출연한 배우 넷을 소개한다.


마이클 스털버그
Michael Stuhlbarg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펄먼
<셰이프 오브 워터> 호프스테틀러
<더 포스트> 로젠탈

<세이프 오브 워터>

마이클 스털버그는 지난 90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후보작 가운데 <셰이프 오브 워터>, <더 포스트>,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총 3개 작품에 비중 있는 역할로 출연했다. 가장 두드러졌던 건 <셰이프 오브 워터>. 러시아인 스파이로서, 미국 항공우주센터 연구원 노릇을 하며 괴생명체를 산 채로 빼돌리려는 호프스테틀러 박사 역을 맡았다. 일찌감치 박사가 스파이인 걸 알게 된 관객들은 그에게서 정의와 불안을 동시에 본다. 미국 출신인 스털버그의 러시아어 발음이 꽤나 훌륭하다는 후문. 다른 두 작품에서는 한결 가벼운 모습이다. <더 포스트>에서는 1970년대 초 연이은 특종으로 승승장구하던 <뉴욕 타임즈>의 편집장 에이브 로젠탈로 분해, 잘나가는 매체의 수장다운 여유로(우면서 살짝 얄미)운 모습을 선보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인자함이 뚝뚝 묻어나는 엘리오(티모시 샬라메)의 아버지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속 한여름 이탈리아의 여유로움과 더없이 잘 어울린다. 사랑에 편견을 두지 않는 따스한 미소 덕분에 관객들은 엘리오의 사랑에 폭 빠져들 수 있었다.

<더 포스트>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또 어디에 나왔지?
1993년 데뷔한 연극 무대에서 오랫동안 경력을 쌓은 스털버그는 코엔 형제의 블랙코미디 <시리어스 맨>(2009)의 단독 주연을 맡아 단숨에 수많은 명장들의 러브콜을 차지하는 배우로 올라섰다. 드라마 <보드워크 엠파이어>(2009~2014), 마틴 스콜세지의 <휴고>(2011), 스티븐 스필버그의 <링컨>(2012), 우디 앨런의 <블루 재스민>(2013), 대니 보일의 <스티브 잡스>(2015), 드니 빌뇌브의 <컨택트>(2016) 등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자랑한다.

<시리어스 맨>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출연 마이클 섀넌, 마이클 스털버그, 옥타비아 스펜서, 더그 존스, 샐리 호킨스, 리차드 젠킨스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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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포스트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메릴 스트립, 톰 행크스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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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모시 샬라메
Timothée Chalamet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엘리오
<레이디 버드> 카일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과 <레이디 버드> 속 티모시 샬라메는 닮은 듯 완전히 다르다. 사랑을 대하는 태도가 전혀 딴판. 가족 별장에 방문한 올리버(아미 해머)에게 이끌리고 있음을 곧장 깨닫고 그를 향한 설렘을 주체할 수 없어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엘리오와 달리, 자기 세계에 취해 오만 개똥철학을 늘어놓는 카일은 자기에게 첫눈에 반한 여자친구 레이디 버드(시얼샤 로넌)를 무심한 태도로 대할 뿐이다. 귀티가 줄줄 흐르는 얼굴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건조한 표정이 엘리오와 카일의 상반된 태도를 가능케 한다. 두 영화가 (미국 현지에) 개봉한 2017년은 그야말로 티모시 샬라메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레이디 버드>

또 어디에 나왔지?
티모시 샬라메가 2017년 혜성처럼 등장한 건 아니다. 2014년 제이슨 라이트먼의 <멘, 위민 & 칠드런> 속 단역을 맡아 본격적으로 영화를 작업하기 시작한 그는, 그해 말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터스텔라>에서 톰(케이시 애플렉)의 아역으로 첫 조연 자리를 따냈다. 이후 2년간 작은 규모의 다양한 장르영화들에 주조연으로 참여하고, 루카 구아다니노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만나 우리가 아는 티모시 샬라메가 됐다.

<인터스텔라>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출연 티모시 샬라메, 아미 해머

개봉 2017 이탈리아, 프랑스, 브라질,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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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버드

감독 그레타 거윅

출연 시얼샤 로넌

개봉 2018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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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스 헤지스

<쓰리 빌보드> 로비
<레이디 버드> 대니

<쓰리 빌보드>

<쓰리 빌보드>의 로비는 웃지 않는다. 동생을 잃은 상처가 채 아직 아물지 못했는데, 딸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찾겠다며 스스로를 점점 궁지로 몰아넣는 엄마 밀드레드(프랜시스 맥도먼드)의 행동이 못마땅하기만 하다. 엄마의 지친 품을 살갑게 달래주진 않더라도, 로비만이 그녀의 곁을 지킨다. <레이디 버드>의 대니는 표정이 많다. 레이디 버드는 연극 오디션에서 입을 크게 벌리며 또박또박 대사를 내뱉던 대니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진다. 그녀와 사랑의 나날을 보내는 대니의 입꼬리는 좀체 내려올 줄을 모른다. 루카스 헤지스가 이렇게 ‘빙구’처럼 웃을 줄 아는 배우였다니, 신통할 따름.

<레이디 버드>

또 어디에 나왔지?
웨스 앤더슨의 <문라이즈 킹덤>(2012)과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2014), 테리 길리엄의 <제로법칙의 비밀>(2013)에 작은 역할로 참여한 루카스 헤지스. 2016년 <맨체스터 바이 더 씨>에서 주인공 리(케이시 애플렉)의 조카 패트릭 역을 맡아,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16살 소년의 복잡한 심경을 표현해, 수많은 영화제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르며 크게 주목받았다. <쓰리 빌보드>의 로비가 낯설지 않았던 건, 피붙이를 잃어버린 소년이라는 공통분모 때문일 터.

<맨체스터 바이 더 씨>
쓰리 빌보드

감독 마틴 맥도나

출연 프란시스 맥도맨드, 우디 해럴슨, 샘 록웰

개봉 2017 영국,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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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일럽 랜드리 존스

<플로리다 프로젝트> 잭
<쓰리 빌보드> 레드

<플로리다 프로젝트>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케일럽 랜드리 존스는 딱 두 신에서만 등장한다. 둘 모두 모텔 ‘매직 캐슬’의 지배인 바비(윌렘 대포)와 함께다. 침구나 대형 가전을 같이 치우면서 밋밋한 대화를 나눈다. 바비와 잭이 어떤 관계인지 영화 속에서 명시되진 않지만, 아마 이혼해 떨어져 사는 아버지와 아들 사이인 것 같다. 멀찌감치서 무니(브루클린 프린스)와 친구들을 돌봐주는 바비에게도 사실 가족이 있다는 점은 바비를 더 오랫동안 생각해보게 만든다. 그 관계가 건조해 보여서 더 마음이 쓰인달까. <쓰리 빌보드>에서는 주인공 밀드레드가 딸의 죽음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광고를 내고자 찾아가는 광고회사 직원 레드로 나온다. 별일 없이 세월아네월아 시간이나 죽이는 레드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지만, 밀드레드와 폭력을 일삼는 악질 경찰 딕슨(샘 록웰)을 모두 가로지르는 캐릭터다.

<쓰리 빌보드>

또 어디에 나왔지?
케일럽 랜드리 존스의 첫 영화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2007)다. 영화 후반부, 다 죽어가는 안톤 쉬거(하비에르 바르뎀)가 길에서 만나는 자전거 소년이 바로 그다. <소셜 네트워크>(2010),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2011) 등의 작은 역을 거친 그는 <항생제>(2012), <헤븐 노우즈 왓>(2014) 속 퇴폐적이고 위협적인 분위기가 물씬한 주인공 역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공고히 했다. 2017년 가장 뜨거운 영화 <겟 아웃>에서는 주인공 크리스(대니얼 칼루야)의 여자친구 집안에 수상한 비밀이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제레미 역으로 이목을 끌었다.

<겟 아웃>
플로리다 프로젝트

감독 션 베이커

출연 브루클린 프린스, 윌렘 대포, 브리아 비나이트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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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동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