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백인인 월트가 ‘미국’을 이민자인 타오에게 물려준다는 식으로도 영화해석이 가능할 것 같은데요, 재미있는건 월트 역시 미국 토박이는 아니라는겁니다. 이발소 주인이 장난삼아 월트에게 욕하는 단어가 바로 ‘폴랙’(Polack)인데요. 이 단어는 바로 ‘폴란드놈’이라는 뜻이거든요. 입으로는 인종차별을 밥먹듯이 한 월트지만 결국 영화에서는 인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미국적인 ‘가치’가 중요하다는 말을 하는 것 같네요.
사람은 누구나 나이를 먹습니다. 그러다 보면 지킬 것도 많아지고, 약해지는 육체 때문인지 겁도 많아집니다. 그러다 보면 필연적으로 보수적으로 바뀌죠. 보수의 기저에는 ‘공포’가 있다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나는데 개인적으로는 그 말에 공감합니다. 하지만 기저에 뭐가 있든지 간에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위해 헌신하는 것을 욕할 수는 없겠죠. 두 번 세 번 생각해보고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도 그렇다면 말입니다.
월트라는 사람은 딱 봐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사람입니다. 저도 무조건 좋다는 말은 못할 것 같구요. 하지만 필자도 늙으면 저렇게 늙게 되지 않을까 싶고, 저 나이가 되어 저런 일을 겪게 된다면 비슷하게 행동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특히나 요새는 저런 고집스러움과 자기 자신에게 떳떳하려는, 공정함을 지키려는 노력이 참 소중하게 느껴져서 더 그렇습니다.
술도 마찬가지일 텐데요. 스카치 위스키가 스코틀랜드, 영국을 대표하듯 버번 위스키는 미국을 대표하는 술입니다. 하지만 최근 스카치 위스키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품질이 영 예전만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자주 드네요. 그러다 보니 고집스럽게 전통을 지키는, 비교적 옛 맛을 잘 지켜오고 있는 이런 버번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전통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지만 또 항상 틀린 것도 아닐 겁니다. 새가 좌우의 날개로 날 듯 전통과 개혁 역시 균형을 이뤄 우리 사회가 더 나은 사회로 발전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