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는 원래 <레고 무비>의 재기발랄한 듀오 크리스토퍼 밀러와 필 로드가 연출을 맡았습니다. 그러나 전통의 <스타워즈> 시리즈를 마치 ‘레고’처럼 가지고 놀던 두 감독은 오리지널 시리즈의 각본가 로렌스 캐스단과 마찰을 겪게 됩니다. 결국 젊은 두 감독은 시리즈에서 하차했고 로렌스 캐스단 만큼이나 ‘올드보이’인 론 하워드가 메가폰을 잡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대대적인 재촬영에 들어갑니다.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

재촬영 분량이 80%에 가깝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요. 이 과정에서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는 이렇다할 포스터나 예고편을 내보내지 못해 팬들을 불안하게 했었지요. 그러나 두 달 전 티저 예고편을 내놓고 최근 공식 예고편을 공개했습니다.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는 젊은 시절의 한 솔로가 저항군에 가담하기 이전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젊은 날의 한 솔로만큼이나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과거를 볼 수 있는데요. 한 명씩 찬찬히 들여다 보겠습니다.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

감독 론 하워드

출연 엘든 이렌리치, 도날드 글로버, 에밀리아 클라크, 요나스 수오타모

개봉 2018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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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솔로

한 솔로의 젊은 날은 엘든 이렌리치가 맡았습니다. 우리에게는 박찬욱의 <스토커>에서 주인공 인디아(미아 와시코우스카)를 숲 속에서 강간하려던 청년 윕 테일러 역으로 익숙합니다.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한 솔로는 카일로 렌(아담 드라이버)의 아버지이자 레아 공주(캐리 피셔)의 남편이기도 한 중요한 캐릭터입니다. 원래 <킹스맨>의 태런 에저튼, <베이비 드라이버>의 안셀 엘고트, <위플래쉬>의 마일즈 텔러 등의 ‘핫가이’들이 거론되었으나 결국 엘든 이렌리치에게 배역이 돌아갔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메인 예고편에서는 해리슨 포드의 명대사 “정말 나쁜 예감이 드는 걸”(I’ve got a really bad feeling about this)을 엘든이 “정말 좋은 예감이 드는 걸”(I’ve got a really good feeling about this)로 바꾼 점이 흥미롭습니다.


츄바카

한 솔로의 젊은 시절을 이야기하는데 그의 단짝 츄바카가 등장하지 않을 리 없습니다. 츄바카는 우키 종족으로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언제나 솔로의 곁을 지킵니다. 짐승의 모습을 하고 있고 포효에 가까운 쉬리우크(Shyriiwook)라는 언어만 사용하지만, 조종과 기계공학의 귀재이지요. <스타워즈> 팬들에게 아이콘과 같은 존재인데요. <스타워즈> 덕후인 곤충학자 중에는 자신이 발견한 곤충의 학명으로 츄바카를 붙이기도 하는 등 지구인들에게 여러모로 사랑받는 캐릭터입니다.
예고편에는 그의 나이가 당시 190살이라고 밝혔는데요. 보통 우키족의 수명이 500살 정도 되니까 100세시대인 요즘 인간의 나이로 환산하자면 대충 30대 중후반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요. 무엇보다 이번 예고편에는 츄바카가 다른 우키족과 뜨겁게 포옹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스타워즈> 세계관에서 츄바카는 말라토벅(mallatobuck, 애칭은 말라)이라는 아내도 있고 럼파와루(Lumpawaroo, 와루 또는 럼피라고도 부른다)라는 아들도 있는데요. 아마도 이번 예고편에 등장한 우키 종족은 츄바카의 아내인 말라라고 예상됩니다. 사실 말라는 1978년에 방영된 TV용 단편 스핀오프 <스타워즈 크리스마스 스페셜>(The Star Wars Holiday Special)에 출연한 적이 있긴 하지만, <스타워즈> 광팬들에게 흑역사로 기억되는 망작이어서 이번에 제대로 된 말라를 화면으로 만나길 기원합니다.


키라

<왕좌의 게임>의 ‘용엄마’ 에밀리아 클라크의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에밀리아 클라크는 키라라는 캐릭터에 대해서 “거칠게 자라온 독립적인 여성”이며, 한 솔로라는 캐릭터가 완성되는 데 많은 영향을 주는 인물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아마도 이번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에서 키라와 솔로는 서로 속고 속이며 파트너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혈기 왕성하지만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솔로와 산전수전을 다 겪어 뭔가 능수능란해 보이는 키라의 관계가 언뜻 <타짜>의 고니(조승우)와 정마담(김혜수)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키라 역 역시 다양한 배우들이 물망에 올랐습니다. 우선 얼마 전 <토르: 라그나로크>에서 걸크러시를 제대로 보여주었던 테사 톰슨, <마션>과 <파워레인져스: 더 비기닝>의 청춘 스타 나오미 스콧, <신비한 동물사전>의 속편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에 출연하는 조 크라비츠 등이 후보였습니다. 예고편을 보니 역시 용엄마에가 가장 어울리는 캐스팅이었다는 확신이 듭니다.


랜도 칼리시안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에서 흑인배우 존 보예가가 주연을 맡자 보이콧 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한 (바보같은) 인종차별주의자가 화제가 된적이 있었습니다. 사실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존 보예가 이전에 정말 중요한 역활을 맡았던 흑인 캐릭터가 있었습니다. 바로 한 솔로의 친구인 랜도 칼리시안입니다. 솔로의 우주선 밀레니엄 팔콘은 원래 랜도의 소유였는데요. 이번 작품에서 솔로가 도박으로 랜도에게 밀레니엄 팔콘을 따내는 장면이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오리지널 3부작에서 랜도는 쾌남 배우 빌리 디 윌리엄스가 연기하던 캐릭터였는데요. 젊은 날의 랜도는 도널드 글로버가 맡았습니다. 그는 TV 시리즈 <30 락>, <애틀란타> 등의 명작을 집필한 시나리오 작가이자 지적인 코미디언입니다. 영화 <마션>, <스파이더맨: 홈커밍> 등에 잠깐씩 등장해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었지요.  


이외 흥미로운 캐릭터들

론 하워드 감독이 시리즈를 맡으면서 폴 베타니가 드라이덴 보스 역으로 합류했습니다. 폴 베타니는 론 하워드가 총애하는 배우 중 하나로 벌써 세 번째 작업을 같이 하게 되었습니다. 감독은 그가 ‘아우터 림(Outer Rim, <스타워즈> 세계관의 은하 외곽지역)’을 넓혀줄 것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먼저 공개된 티저 예고편 영상에서 키라와 함께 등장한 드로이드 L3-37은 랜도와 단짝이 되어 활동합니다. L3-37은 특이하게도 여성 드로이드라는 설정입니다. 또한, L3-37은 스스로 개조하고 업그레이드하는 독립적인 드로이드인데요. 예고편에서도 상당히 까칠한 매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목소리 연기는 피비 윌러-브리지가 맡았습니다.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는 5월 15일 칸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되고 북미 개봉일은 5월 25일입니다.


씨네플레이 객원 에디터 안성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