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영화가 관객을 제대로 사로잡기 위해 초반 10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10분이면 이제 막 영화가 시작했을 때인데"하고 조금 어리둥절할 수도 있지만, 로튼 토마토(Rotten Tomatoes)에서 선정한 ‘호러 영화 최고의 오프닝 20’을 보면 10분보다 짧은 시간에도 관객을 흔들 수 있단 걸 알 수 있다. 어떤 호러 영화들이 환상적인 오프닝을 선사했을까.


20
피의 발렌타인
My Bloody Valentine, 1981

조지 미할카 감독의 캐나다 호러 영화 <피의 발렌타인>은 20년 전 탄광에서 생매장될 뻔한 광부가 연쇄살인마로 돌변하는 내용의 스플래터물이다. 광부 복장을 한 채 곡괭이로 무차별 살인을 벌이는, 발렌타인 데이에 맞춰 초콜릿 대신 사람의 심장을 보내는 살인마의 광기가 영화의 트레이드 마크다. 이 영화는 광부 옷을 입은 한 남자가 가슴에 하트 문신이 있는 반나체의 여성이 성관계를 가질 듯한 분위기를 이어가다 여성이 살해당하는 오프닝을 보여준다. 선정적인 여성과 잔인한 살인이란 스플래터물의 필수요소를 오프닝에서 전부 담았다.

피의 발렌타인

감독 조지 미할카

출연 폴 켈먼, 로리 핼리어

개봉 1981 캐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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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위
스크림 2
Scream 2, 1997

<스크림>은 양산형 영화 덕분에 사장돼가던 공포영화의 등불을 밝혔다. 기세를 몰아 제작된 <스크림 2> 역시 전편의 스토리를 이으면서도 또 다른 클리셰 비틀기를 보여줘 호평을 받았다. <스크림 2>의 오프닝도 상당히 창의적이다. 전작의 사건이 영화화돼 이걸 보는 수많은 고스트페이스 사이에서 한 여성이 살해당한다. 영화 속 관객은 물론이고 이 영화를 보고 있는 현실의 관객들도 간담이 서늘해졌을 것이다. 극장에서 이걸 봤더라면 자신도 모르게 주위를 둘러봤을 듯싶다.

스크림 2

감독 웨스 크레이븐

출연 데이빗 아퀘트, 니브 캠벨, 커트니 콕스, 사라 미셸 겔러

개봉 199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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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위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Final Destination, 2000

오프닝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영화 <데스티네이션>. 기존 슬래셔물의 전개 방식을 파괴하며 처음부터 사고 속 대량 학살 장면을 내세운 시리즈다. 1편의 주인공은 자신이 탄 비행기가 폭발하는 환상을 보고 몇몇 사람들과 비행기에서 내리게 된다. 잠시 후 비행기는 정말로 폭파하고 살아남았다고 안심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당시 탑승할 뻔했던 사람들이 순서대로 사고사한다. <데스티네이션>은 허무맹랑한 무적의 살인마 대신 초자연적인 ‘죽음’을 공포 영화에 접목해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데스티네이션

감독 황예유

출연 데본 사와, 알리 라터, 커 스미스

개봉 2000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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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위
파이널 데스티네이션3
Final Destination 3, 2006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3>도 앞서 설명한 것처럼 재앙에 가까운 사고로 오프닝을 장식한다. 3편의 공간은 테마파크. 고등학생들이 롤러코스터 선로 이탈 사고로 죽게 되는 오프닝은 당분간 놀이공원 생각도 안 나게 할 것이다. 시리즈 최고작답게 오프닝은 물론이고 결국엔 죽음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한 생존자들의 ‘사고사’도 무척 영리하다.

데스티네이션 3 -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감독 황예유

출연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 라이언 메리먼, 크리스 렘세

개봉 2006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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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위
텍사스 전기톱 학살 
The Texas Chain Saw Massacre, 1974

16위라니 말도안된다. <텍사스 전기톱 학살>은 영화 사상 가장 위대한 공포 영화 중 하나로 토브 후퍼 감독의 역작이다. “미국 역사상 가장 끔찍한 범죄”라는 설명문이 지나가고 나면, 갑자기 시체 사진들이 순차적으로 스크린에 드러나고 묘비 위에서 썩어들어가는 시체들을 긴 시간 주시한다. 그리고 붉은 화면에 지나가는 타이틀. 뭐가 나올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이 오프닝 장면은 <텍사스 전기톱 학살>이 택한 공포의 방식을 정확히 전해준다. 

텍사스 전기톱 학살

감독 토브 후퍼

출연 마릴린 번즈, 알렌 댄지거, 폴 A. 파테인

개봉 1974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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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위
28주 후
28 Weeks Later..., 2007

<28일 후>는 좀비가 나오지만, 인간을 그린 군상극에 가까웠다. 속편 <28주 후>는 보다 좀비 영화다운 특징을 담았다. 살기 위해 부인을 버려야 했던 돈(로버트 칼라일)과 먹이를 사냥하듯 초원을 가로질러 달려오는 좀비 떼를 흔들리는 카메라로 담아내 숨 막히는 현장감을 살렸다. <28일 후>의 ‘달리는 좀비’는 계승하되 1편과 전혀 다른 영화임을 분명하게 명시한 도전적이고 용감한 속편이다.

28주 후

감독 후안 카를로스 프레스나딜로

출연 로버트 칼라일, 로즈 번, 제레미 레너, 해롤드 페리뉴, 캐서린 맥코맥, 맥킨토시 머글턴, 이모겐 푸츠, 이드리스 엘바

개봉 2007 영국,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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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위
지퍼스 크리퍼스
Jeepers Creepers, 2001

<지퍼스 크리퍼스>의 트리시(지나 필립스)와 대리(저스틴 롱) 남매는 집으로 돌아가던 중 대형 트럭에게 쫓기게 된다. 트럭은 언제라도 들이박겠다는 듯 바짝 따라붙더니 금방 옆으로 지나간다. 낡디낡은 트럭을 보고 두 사람은 “연쇄살인범이나 좋아할 트럭”이라고 말하지만, 진짜 그 트럭에서 시체를 버리는 장면을 목격하면서 다시 트럭에 쫓기게 된다. <지퍼스 크리퍼스> 자체는 좀 뻔한 호러 영화지만, 이 오프닝 장면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데뷔작 <듀얼>을 연상시키는 긴장감을 준다.

지퍼스 크리퍼스

감독 빅터 살바

출연 지나 필립스, 저스틴 롱, 조나단 브렉, 패트리샤 벨커, 브랜든 스미스, 에일린 브레넌

개봉 2001 미국,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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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위
블랙 크리스마스
Black Christmas, 1974

<블랙 크리스마스>의 오프닝 크레딧은 극장으로 들어온 사람들에게 ‘상영관을 잘못 찾았나'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정적이고 고요한 크리스마스의 풍경으로 시작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거친 호흡 소리와 함께 시점숏이 등장하면서 그제야 <블랙 크리스마스>가 어떤 영화인지 상기하게 된다. 집으로 침입한 살인마의 왜곡된 시점 숏을 이렇게까지 보여주다니, 지금이야 투박하게 보이지만 당시로써는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블랙 크리스마스

감독 밥 클락

출연 올리비아 핫세, 케어 둘리

개봉 1974 캐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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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위
계부
The Stepfather, 1987


<계부>는 살인마임을 숨긴 채 가정을 꾸린 제리와 양녀 스테파니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리스트에서 가장 인지도가 낮은 영화임에도 오프닝만큼은 정말 환상적이다. 살인을 저지르고 여유 있게 목욕과 면도를 한 후 새사람이 돼 집을 떠나는 제리의 모습은 요즘 영화들이 그리는 소시오패스의 전형이다. 30년 전에도 이렇게 감각적인 살인마를 그렸다니. 제리 역을 맡은 테리 오퀸의 환상적인 연기도 일품이다.

계부

감독 조셉 루벤

출연 테리 오퀸, 질 쇼엘렌

개봉 198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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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위
피라냐
 Piranha, 1978

로튼 토마토는 이 영화의 오프닝을 이렇게 적었다. 스필버그의 <죠스>에 대한 컬트 제작자 로저 코먼의 화답. <피라냐>의 오프닝은 두 남녀가 몰래 강가에 수영을 하러 들어갔다가 식인 물고기에게 뜯겨 죽는 과정을 그린다. <죠스>에서는 여성이 먼저 죽었으니 이번엔 남성이 먼저 죽고, 한 명만 죽었으니 두 명을 죽이고, 거기에 남녀의 나체와 피를 더해서 부족한 연출력을 잔인함으로 무마한다. 과연 컬트 영화의 걸작다운 발상이다.

피라나

감독 죠 단테

출연 브래드포드 딜만, 헤더 멘지스, 케빈 맥카시

개봉 1978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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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위
고스트 쉽
Ghost Ship, 2002

빙하보다 더 무서운 건 한 줄의 강철 와이어. <고스트 쉽>은 유람선의 화려한 선상 파티로 시작한다. 감미로운 음악과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 그러나 강철 와이어가 튕겨 나가는 사고로 선상에 있던 모든 사람이 몰살당하고 어린 소녀 케이티만 살아남는다. 신체가 반토막난 사람들이 꿈틀거리며 마지막 숨결을 내뱉는 순간은 잔인하다기보다 소름 끼치는 기묘한 공포감을 자아낸다. 

고스트 쉽

감독 스티브 벡

출연 줄리아나 마굴리스, 론 엘다드, 데스몬드 헤링턴, 아이제이아 워싱턴, 알렉스 디미트리아디스, 칼 어번, 에밀리 브라우닝, 가브리엘 번

개봉 2002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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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위
더 위치
The VVitch: A New-England Folktale, 2015

자신의 자녀나 혹은 동생을 데리고 다니다 손을 놓쳐본 적이 있다면, <더 위치>의 오프닝은 식은땀을 주룩 흘리게 할 것이다. 갓 태어난 막내에게 ‘까꿍’ 놀이를 해주던 토마신의 눈앞에서 아기가 사라진 것. 토마신은 홀연히 사라진 아이를 찾으러 숲으로 뛰어들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마녀가 아기를 제물로 사용되는 듯한 몽타주가 이어진다.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 대신 영상미와 스산한 음악으로 가득 채운 오프닝은 <더 위치>의 품격을 한 층 더 끌어올렸다.

더 위치

감독 로버트 에거스

출연 케이트 딕키, 안야 테일러 조이, 랄프 이네슨, 하비 스크림쇼

개봉 2015 캐나다, 미국, 영국, 브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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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위
28일 후 
28 Days Later..., 2002

15위 <28주 후>의 전편 <28일 후>는 실험실과 텅 비어 공허한 런던의 풍경을 대비시켜 오프닝을 완성한다. 요란하거나 잔인한 오프닝을 선택하는 대신 <28일 후>는 상당히 정적이고 차가운 느낌이라 더 인상적이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레지던트 이블>이 좀비를 다루는 것도, 실험실과 정적인 공간을 교차한 오프닝도 비슷한 느낌을 주지만 <28일 후>가 영화의 정서를 정확히 요약한 오프닝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28일 후

감독 대니 보일

출연 킬리언 머피, 나오미 해리스, 크리스토퍼 에클리스턴, 메건 번즈, 브렌단 글리슨

개봉 2002 네덜란드, 영국,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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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위
캐리
Carrie, 1976

희희낙락 웃으며 샤워를 끝난 여학생들. 마지막에 남아 홀로 샤워를 하던 캐리는 초경을 겪는다. 피에 놀란 캐리에게 여학생들은 생리대를 던지며 조롱한다. 집단 따돌림의 풍경으로 <캐리>는 시작한다. 초능력을 가졌지만 그보다 먼저 어머니와 친구들에 대한 공포를 먼저 배워버린 캐리의 환경을 단도직입적으로 전한다. 살인마나 죽음보다 더 무서운 건 역시 사람이라고 말하는 듯한 <캐리>의 오프닝은 40년이 지난 지금도 섬뜩하다.

캐리

감독 브라이언 드 팔마

출연 씨씨 스페이식

개봉 1976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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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위
새벽의 저주
Dawn Of The Dead, 2004

<28일 후>의 달리는 좀비를 이어받아 21세기 좀비 영화 붐을 일으킨 <새벽의 저주>는 잭 스나이더 감독의 장점이 빛나는 오프닝을 안겨준다. 이른 새벽, 방앞에 서있는 이웃집 소녀에게 다가간 남편 루이스가 좀비가 된 딸에게 물리고, 감염된 루이스를 피해 애나는 도망쳐야 한다. 이 과정을 스피디한 편집과 절묘한 화면 구성으로 긴장감 넘치게 그렸다. 특히 편집으로 만드는 극명하게 만들어낸 리듬감이 일품인데, 아이가 루이스를 무는 순간과 루이스가 침대로 넘어지는 순간은 체감될 만큼 대비된다.  

새벽의 저주

감독 잭 스나이더

출연 사라 폴리, 빙 라메스, 제이크 웨버, 타이 버렐, 메키 파이퍼

개봉 2004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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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위
팔로우
It Follows, 2014

<팔로우> 오프닝이 특별한 건, 처음 봤을 때와 영화를 다시 보고 봤을 때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다. <팔로우>는 한 여성이 잠옷 차림에서 집에서 나와 다시 집으로 들어가 차를 타고 도망치는 걸 오직 트래킹으로만 쫓는다. 이 여성이 해변에서 홀로 메시지로 유언을 남기고 다음날 아침 기괴하게 죽어있는 걸 보여준다. 처음 볼 때는 이 기괴한 죽음에 놀라겠지만, 다시 보면 벗어날 수 없는 죽음을 목도한 고독함에 가슴이 먹먹해질 것이다. 

팔로우

감독 데이빗 로버트 미첼

출연 마이카 먼로, 키어 길크리스

개봉 2014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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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위
할로윈
Halloween, 1978

16위 <텍사스 전기톱 학살>처럼 공포 영화의 전설로 남은 <할로윈>이 4위에 올랐다. 롱테이크로 촬영한 인물의 시점숏을 담았는데, 집 밖에서부터 나체의 여성을 살해하기까지를 그대로 담고 있어 무서움을 넘어 불쾌함까지 든다. 이제는 너무 뻔한 연출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타이틀이 뜨기 직전 드러나는 진실은 이 오프닝이 왜 4위인지 공감하게 할 것이다.

할로윈

감독 존 카펜터

출연 도널드 플레젠스, 제이미 리 커티스

개봉 1978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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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위
그것
It, 2017

<그것>은 영리한 영화다. 같은 원작을 둔 <피의 삐에로>의 오프닝 구성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그것>만의 특징이 무엇인지 강력하게 전했다. 조지가 종이배를 좇아 페니와이즈를 만나 대화하는 것은 <피의 삐에로>에서도 볼 수 있었으나, 페니와이즈가 조지를 얼마나 잔인하게 공격하는지는 <그것>에서만 볼 수 있다. 덕분에 많은 관객들은 <그것>의 오프닝에서 원작의 향수와 동시대의 기술을 함께 만날 수 있었다. 또 이 장면을 시작으로 영화 전반에 깔리는 조지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다시 보면 안타까움이 느껴지기도.

그것

감독 안드레스 무시에티

출연 빌 스카스가드, 제이든 리버허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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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위
스크림
Scream, 1996

슬래셔물이 대개 그렇듯, <스크림>도 살인마가 살인을 저지르는 오프닝으로 영화를 연다. 별로 특별할 게 없는데 왜 2위냐고? <스크림>의 오프닝은 공포영화의 클리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영화의 컨셉이 고스란히 담겼기 때문이다. 거기다 전화기 너머 인물의 때로는 상냥하게 케이시를 대하며 웃게 하더니 이윽고 버럭 소리를 지르는 목소리만으로도 상대가 통제불능의 살인마임을 표현한다. 공포 영화에 대해 얘기하면서 낄낄거리기까지. 이 모든 것의 방점은 죽는 사람이 드류 베리모어란 것. 당시에도 주연급이었던 이 배우가 오프닝에서 살해당했으니, 관객들의 뇌리에 깊이 남을 수밖에.

스크림

감독 웨스 크레이븐

출연 데이빗 아퀘트, 니브 캠벨, 커트니 콕스, 매튜 릴라드, 스키트 울리치, 제이미 케네디

개봉 1996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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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죠스
Jaws, 1975

수많은 영화들을 제친 1위의 영화는 <죠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출세작 <죠스>는 바닷가에 식인 상어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한껏 술이 오른 듯한 두 남녀가 해변으로 뛰어오는 청춘영화에서 순식간에 죠스가 수영 중인 여성을 습격하며 살육의 현장으로 바뀌는 오프닝은 따로 떼어놓고 봐도 완벽함 그 자체다. 해변이 주는 낭만적, 상쾌한 이미지와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인간을 공격한다는 두려움이 함께 공존하는 명장면이다.

죠스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로이 샤이더, 로버트 쇼, 리차드 드레이퓨즈

개봉 1975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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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