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포터’ 다들 기억하시죠? 7월31일은 해리 포터의 생일이라고 합니다. 물론 해리 포터는 소설가 J. K. 롤링 여사가 만든 캐릭터이니 가상의 생일이죠. 참고로 롤링 여사의 생일도 7월31일입니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 해리는 1980년생입니다. 한국 나이로 37살. 한마디로 ‘아재’라는 겁니다. 그래서 실제 아재인 에디터가 ‘해리가 한국 팬들에게 보낸 가상 편지’를 작성해봤습니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팬들에겐 미리 사과의 말씀을 전합니다.
안녕! 나는 해리 포터라고 해. 풀네임은 해리 제임스 포터(Harry James Potter)지. 나를 기억하는 많은 한국 친구들, 그동안 잘 지냈나 모르겠네. 우리가 마지막으로 만난 게 2011년이구나.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2부>가 한국에서 그때 개봉했었지. 어떻게 한국어로 편지를 쓰냐고? 왜들 이래. 나 마법사야. 내가 영어로 쓰면 자동으로 번역되는 거야. 구글 번역기 돌리는 거 아니라고. 아, 그리고 네이버 번역기도 좋더라. 어쨌든 이제 니네들도 다 어른 됐겠다, 그치? 시집, 장가 갔나 모르겠네. 취업은 했고? ‘힘드니까 청춘’이라며. 아이고, 미안. 마법이 너무 잘 먹혀나봐. 나도 모르게 한국 스타일 삼촌, 이모 드립 나왔네.
사실 오늘이 내 생일이야. 고드릭 골짜기에서 1980년 7월31일에 태어났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너희들에게 편지를 쓰고 있어. 세월 참 빠르네. 나는 올해 37살이야. 한국 나이로. 아재 다 됐네. 이모집 계단 밑 벽장에 살던 때가 아련하다 아련해. 아, 헤드위그(해리 포터의 애완 올빼미)도 생각난다. 친구 없는 시절에 내 유일한 친구였는데. 볼드모트하고 싸울 때였나? 나 도와주다가 죽었잖아. 이젠 기억도 가물가물한데 어쨌든 좀 짠하네. 킹스크로스역 9 3/4 플랫폼을 지나서 호그와트 마법학교 가던 시절이 그립네 그리워. 해그리드(로비 콜트레인) 처음 봤을 때는 깜놀했지. 어쨌든 그때는 나도 진짜 귀여웠는데. 안 그래?
안 그래도 요즘 와이프(지니 위즐리, 연기는 보니 라이트가 했음) 잔소리가 너무 심해. 어릴 때 내가 한 미모했잖아. 요새 좀 망가졌거든. 나한테 배가 많이 나왔다고 운동 좀 하라고 뭐라고 하는데 사실 나는 운동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해. 퀴디치는 좋아하지만. 아직도 가끔 하긴 하는데 체력이 딸려서. 님부스2000이라고 내가 타고 다녔던 빗자루 기억해? 그거 지금 새 제품 나왔다. 9000 시리즈 타고 있어. 이게 가성비도 좋고 스피드도 업그레이드 됐고. 착좌감도 끝내준다니까. X맵 미러링도 되고. 뭐? 안 산다고! 에헤이~ 협찬 아니야. 이거 진짜 ‘국민빗자루’라니까.
빗자루 타령 그만하라고? 미안. 내가 요새 ‘보배X림’에서 중고 빗자루 검색하느라. 나도 모르게 그랬네. 그럼 우리 애기들 얘기해줄게. 요즘 자식들 보는 재미로 살고 있어. 아들 둘, 딸 하나 있는데 알고 있었어? 제임스 시리우스 포터, 알버스 세베루스 포터, 릴리 루나 포터 이렇게 세 명이야. 둘째가 나를 많이 닮았어. 우리 엄마의 혈통을 물려받아서 나처럼 눈 색깔이 녹색이야. 첫째 제임스는 완전 장난꾸러기고 우리 막내는 지 엄마 닮아서(?) 진짜 귀엽지. 아들보다는 딸이야! 뽐 중에 최고는 딸 뽐뿌라고 알지?
아, 그리고 가끔씩 처갓집에 가서 론(루퍼트 그린트)이랑 헤르미온느(엠마 왓슨)랑 만나서 술 한잔 하기도 해. 고스톱은 안 쳐. 여긴 한국이 아니니까. 두 사람은 어떻게 지내냐고? 음… 처남(론 위즐리)은 여전하지 뭐. 성깔 있는 헤르미온느한테 맨날 구박 받더라고. 그렇게 구박을 하면서도 서로 좋다고 그러는 거 보면 좀 신기하긴 해. 아직도 신혼이야, 신혼. 지난번에 아버지가 물려준 투명망토를 쓰고 몰래 봤는데… 무슨 상상하는 거야. 투명망토 쓰고 놀래켜준다는 거지. 혹시나 투명망토 관련해서 궁금하면 쪽지(아이디 HarryZZang80) 보내. 여기 네이버는 전체 관람가여서 자세한 얘기를 못 해. 이웃추가도 하고.
드레이크 말포이하고도 가끔 만나. 에일 한잔씩 하지. 요새 수제맥주가 유행이잖아. 근데 회식 할 때 수제맥주 시키는 얘들은 좀 짜증나긴 해. 내가 돈이 좀 많긴 한데 그래도 눈치가 있어야지, 사람이 말이야. 암튼, 그 친구가 요즘 머리숱이 많이 빠져서 고민이 많아. 어릴 때부터 탈색을 많이 해서 그랬다는데 나는 걔 머리색이 원래 그런 줄 알았다니까. 내가 위로를 해주는 편이야. 니네들도 잘 알지만 내가 슬리데린 얘들하고 별로 안 친하잖아. 특히 말포이가 그랬지. 근데 어쨌든 걔가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에선가 날 도와준 것도 있고 나도 말포이 가족 구해주고. 옛일은 잊자고 하면서 내가 봐준 거지. 아, 그리고 스네이프 교수(ㅠㅠ) 사연도 알게 되고 그랬으니까. 말포이를 별로 미워할 이유가 없더라고. 걔네 집이 원래 뼈대 있는 마법사 집안이라 돈도 많고 술도 잘 사고 그래. 다음에는 싱글몰트 위스키 먹자고 해야겠다. 맞다. 우리 둘째가 “혹시 나 슬리데린 되면 어떡해요, 아빠?” 그러면서 물어보더라고. 그래서 내가 너의 미들 네임이 왜 ‘세베루스’(스네이프 교수의 이름)인지 얘기해줬지.
볼드모트와의 전쟁 이후에 어떻게 지냈냐고? 뭐 특별한 건 없어. 어린 시절 바람처럼 오러(마법부 소속 부서, 어둠의 마법사들을 추적·체포하는 임무를 맡은 마법사)가 됐지 뭐. 27살에는 최연소 오러부 국장이 되기도 했어. 내가 좀 능력자잖아. 전쟁 끝나고는 완전 영웅이었지. 개구리 초콜릿 카드 뒷면에 론하고 헤르미온느하고 업적이 새겨졌다고 그러더라고. 호그와트 익스프레스에서 론이 개구리 초콜릿 참 많이 먹었는데.
내가 좀 영웅이다 보니 언론에서도 관심이 많긴 하던데 최근에 아들내미들 데리고 퀴디치 월드컵 구경 갔던 게 기사로 나왔더라고. 리타 스키터라고 왜 <예언자 일보> 기자 있잖아. 그 여자가 쓴 기사 보면 “흰 머리 많아졌다”, 이건 인정! “오른쪽 광대뼈에 흉터가 생겼다”. 이건 비밀! “우리 마누라가 보이지 않는다고 가정 불화 운운”하던데 이건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우리 마누라가 어릴 때부터 나 좋아한 건 너네도 다 봐서 알잖아. 내가 뭐 바람을 핀 것도 아니고. 암튼 기사 내려달라고 리타한테 전화했는데 계속 안 받더라고. 열 받아서 너희들에게 직접 얘기해주는 거야. 오해하지 말라고.
주저리주저리 쓰다 보니 너무 길어졌네. 너희들이 이걸 모바일로 본다는 걸 깜빡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할게. 11월에 개봉하는 <신비한 동물 사전>은 다들 볼 거지. 홍보 아니야. 진짜라고. <신비한 동물 사전>은 호그와트에서 내가 교과서로 보던 책이야. 그 책은 뉴트 스캐맨더(에디 레드메인) 선생님이 쓰신 건데, 그 집필 과정을 영화로 만들었다고 하니까. 꼭 봐야지.
그래. 다들 파이팅하고. 그럼 이만 총총.
2016년 7월31일
해리 포터
이상 37살이 된 해리 포터가 씨네플레이에 보내온 가상 편지였습니다. 재밌게 보셨나요? 해리 포터 덕후인 짐니 에디터가 바빠서 제가 대신 써봤습니다. 다시 한번 해리 포터 덕후들에게 사과를 전합니다. 그럼 이만 총총.
씨네플레이 에디터 두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