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가 반환점을 돌았다. 5월 5일 어린이날부터 이어진 3일 연휴로 많은 관객들이 전주를 찾았다. 그만큼 매진되는 영광을 얻은 작품도 많았다. 지난 연휴 동안 관객들의 사랑을 얻었던 영화들을 소개한다. 개막일에 소개했던 추천작 리스트(링크)와 함께 보면서 영화제 후반전을 준비하는 관객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5월7일, 어린이날 대체휴가를 맞아 비 오는 아침부터 많은 관객들이 현장 예매를 기다리고 있다.

스탈린의 죽음

“매진입니다” 소리에 현장 예매 줄에서 탄식이 들린 영화. 아르만도 이안누치 감독의 <스탈린의 죽음>은 1953년 스탈린이 사망한 시점을 배경으로 한다. 스탈린은 소련의 독재자로 알려져 있다. 너무 진지한 영화 아니냐고? 그렇지 않다. 이안누치 감독은 그의 죽음을 우스꽝스러운 블랙코미디로 만들었다. 그래서일까. <스탈린의 죽음>은 러시아를 비롯한 몇몇 나라에서는 상영금지가 되기도 한 문제작이다. 스티븐 부세미를 비롯해 국내 관객들에게도 얼굴이 익숙한 배우들이 많이 나오는 것도 포인트.

스탈린의 죽음

감독 아만도 이아누치

출연 제이슨 아이삭스, 루퍼트 프렌드, 안드레아 라이즈보로, 스티브 부세미, 사이몬 러셀 빌, 패디 콘시딘, 마이클 폴린, 제프리 탬버, 올가 쿠릴렌코

개봉 2017 프랑스, 영국, 벨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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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과 빗방울

74분간의 롱테이크. <아이스크림과 빗방울>은 단 하나의 숏으로 완성된 영화다.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호기심이 동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리허설이 한창 진행되던 중 예매 관객수가 적다는 이유로 공연이 취소된다. 연출자와 스태프, 배우들은 모두 당황하지만 주연 여배우가 리허설을 계속하자고 제안하고 연극팀은 리허설을 이어간다. 취소된 공연의 리허설이 진행되는 동안 현실과 허구의 상황이 뒤섞이면서 <아이스크림과 빗방울>은 다른 영화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에너지를 분출한다.

아이스크림과 빗방울

감독 마츠이 다이고

출연 모리타 코코로, 타나카 레이코, 타나카 타케토, 아오키 유즈, 리쥬 고

개봉 2017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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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한나>는 2013년 <메데아스>로 주목받은 안드레아 팔라오르 감독의 신작이다. 누군지 잘 몰라서 관심이 안 간다면? 샬롯 램플링 주연의 영화라고도 하면 어떤가. 램플링은 소아성애자라는 누명을 쓴 채 감옥에 간 남편을 둔 한나를 연기한다. 그녀는 늘 주변 사람들의 분노에 노출된 채 살아가야만 한다. <한나>는 램플링의 덤덤한 표정 뒤로 서서히 무너지는 한나의 심리적 위축감이 객석을 장악하는 영화다.

한나

감독 안드레아 팔라오로

출연 샬롯 램플링, 안드레 윌름스

개봉 2017 이탈리아, 프랑스, 벨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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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녀

30년 이상 함께 살았던 치키타와 첼라. 어느 날 치키타가 사기 혐의로 감옥에 가면서 첼라는 현실에 홀로 남겨진다. 동성애자 소재 영화가 낯설지 않지만 <상속녀>는 좀 다르다. 색다른 시각을 경험할 수 있다. 이제 막 정체성을 깨달은 이가 아닌, 삶의 대부분을 보내고 말년을 맞이한 이에게 주목하기 때문이다. 올해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 여우 주연상을 수상한 아나 브룬의 연기만으로도 95분의 시간이 꽉 찬다.

상속녀

감독 마르셀로 마르티네시

출연 아나 브룬, 마가리타 이룬

개봉 2018 파라과이, 독일, 우루과이, 브라질, 노르웨이,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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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소녀

경보를 다룬 <걷기왕>의 백승화 감독이 오목으로 눈을 돌렸다. 바둑 기사를 지망하다 포기한 이바둑은 상금을 노리고 동네 오목대회에 출전했다가 김안경을 만나 전국 대회까지 노리게 된다. <오목소녀>는 감독의 전작 <걷기왕>이 떠오르지만 동시에 전혀 다른 색깔의 독특한 재미를 선사한다.

오목소녀

감독 백승화

출연 박세완, 안우연

개봉 2018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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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테베의 7일

<엔테베에서의 7일>은 1976년 발생한 에어프랑스 항공기 납치 사건과 인질을 구출하기 위한 엔테베 작전을 극화했다. 유대인 승객을 인질로 팔레스타인 정치범들의 석방을 요구한 이 사건은 두 민족의 뿌리 깊은 갈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브라질의 조제 파딜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다니엘 브륄과 로자먼드 파이크가 주연을 맡았다. 영화 자체는 호불호가 엇갈리고 있으나 두 배우만으로도 인기가 많은 영화다.

엔테베에서의 7일

감독 호세 파딜라

출연 로자먼드 파이크, 다니엘 브륄, 에디 마산, 벤 슈네처, 논소 아노지

개봉 2018 미국,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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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치

아버지가 유괴당한 딸을 찾기 위해 노트북을 뒤진다. <서치>는 이 스토리에 맞춰 오직 페이스북, 구글, 스카이프, CCTV 화면만으로 영화를 전개한다. 몇몇 영화가 이런 시도를 했지만, <서치>는 ‘좋은 시도’가 아닌 ‘좋은 영화’라는 평을 받으며 동시대의 스릴러 장르를 개척했다. 한국계 할리우드 배우로 대중들에게 익숙한 존 조가 주연을 맡았다.

서칭

감독 아니쉬 차간티

출연 존 조, 데브라 메싱, 조셉 리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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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트롯

<폭스트롯>은 군대로부터 아들 조나단의 사망 소식을 통보 받은 다프나와 마이클 부부를 그린다. 세 개의 챕터로 부부와 아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폭스트롯>은 시각적인 미학과 잘 짜인 구조로 호평 받으며 2017년 베니스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다. 9년 만에 신작을 공개한 사무엘 마오즈 감독은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전쟁을 담은 전작 <레바논>(2009)에 이어 <폭스트롯>으로 세밀하게 세계 정세와 개인의 문제를 풀어낸다.

폭스트롯

감독 사무엘 마오즈

출연 라이어 애쉬케나지, 사라 애들러

개봉 2017 이스라엘, 스위스, 독일,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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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산 탱고

제목만 보면 꼭 외국영화 같은 <카오산 탱고>는 태국에서 촬영한 한국 영화이다. 태국으로 여행을 떠난 영화감독지망생 겸 웹툰 작가가 한 여성을 만나는, 일종의 멜로드라마 로드 무비다. 여기에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과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게 되는 순간까지. <카오산 탱고>는 로드 무비의 전개를 착실하게 따르면서도 그 이상을 성취해낸다.

카오산 탱고

감독 김범삼

출연

개봉 2018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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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혜의 나라

성혜는 29살에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아버지는 편찮으시고, 어머니는 자꾸 손을 벌리라 한다. 시놉시스에서 알 수 있듯 <성혜의 나라>는 대한민국의 20대 청춘이 겪는 고충을 그리고 있다. 성실하다고 말할 만큼 차곡차곡 쌓아 올린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풍경은, 일상을 영화적 순간으로 승화시킨다.

성혜의 나라

감독 정형석

출연

개봉 2018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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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 빠진 가방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전설적인 영화 <라쇼몽>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소설 ‘덤불숲’을 원작으로 한다. 러시아의 루스탐 캄다모프 감독은 러시아를 배경으로 이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스크린으로 소환한다. 각 인물들의 엇갈린 진술을 기반으로 하는 전개는 유사하지만, 흑백 화면으로 펼쳐지는 상류층의 공간과 러시아의 풍경은 또 다른 황홀경을 선사한다.

밑 빠진 가방

감독 루스탐 캄다모프

출연 안나 미할코프

개봉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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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oom

<roooom>은 44세대 원룸을 배경으로 네 개의 이야기를 다룬 옴니버스 영화다. 최익환 감독은 네 편의 이야기를 하나의 주제나 성찰로 관통하려는 욕심 없이 이를 목격하는 관리인의 시선으로 엮어낸다. 옴니버스 영화답게 각 이야기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며 공간을 활용하는 다양한 방식이 흥미롭다.

roooom

감독 최익환

출연

개봉 2018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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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주는 고등학생 육상 선수다. 약초꾼 할아버지와 하반신 마비 장애를 가진 남동생과 간신히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할아버지가 부상을 입고 남동생이 사라진 한주는 결단을 내려야만 한다. 평범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앵커>는 최정민 감독의 세밀하게 연출력으로 차근차근 정서를 쌓아올리며 존재감을 빛낸다.

앵커

감독 최정민

출연

개봉 2018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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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