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풀 2>

일 년에 두 편의 메이저급 슈퍼히어로 영화에 출연하는 조쉬 브롤린은 지금까지 현재 슈퍼히어로 영화계에서 가장 바쁜 사람이다.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에서 타노스로 출연, 주인공급 인상을 남긴 이후 불과 1개월 만에 <데드풀2>에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등장한다. 슈퍼히어로 영화를 크게 관심 있게 챙겨보는 사람이 아니라도 <데드풀2>의 케이블을 연기한 배우를 보면서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할 수 있을 것이다.


원래는 데드풀보다 인기가 좋았다?

원작 코믹스의 케이블

케이블은 90년대 ‘엑스맨’ 만화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이다. 90년대 ‘엑스맨’ 만화의 모든 정수를 담고 있다. 거대한 미래에서나 쓸 법한 총기를 주렁주렁 메고 다니고, 90년대 감성 SF 영화에서 나올 법한 슈트를 입고, 한 쪽 눈에서 90년대 ‘엑스맨’ 만화의 대표적 클리셰 중 하나인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방사형 모양의 광선’이 새어 나오고, 신체는 인간의 정상적인 신체 구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근육질이다.

데드풀과는 원래 원작 만화에서 큰 인연이 없는 캐릭터이다. 둘을 이어주는 가장 큰 연결고리는 둘 다 같은 작가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 ‘이미지 코믹스’의 창업자 중 한 명이자 90년대의 만화가 슈퍼스타 중 1인인 롭 라이펠드가 만든 캐릭터인데 등장 시기도 비슷하다. 둘 다 원작 만화 엑스맨의 스핀 오프 타이틀인 <뉴 뮤턴츠>에 등장했는데 케이블이 87호(1990년 3월), 데드풀이 98호(1991년 2월)에 첫 등장했으니 생일로 따지자면 케이블이 1년 앞선 형뻘이다.

1990~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케이블이 인지도 면에서 훨씬 앞서갔었다. 데드풀이 현재의 모습, 즉 작중에서 독자와 자유자재로 소통하고 각종 작품들을 마음대로 패러디하는 특징을 갖게 된 것은 1997년 <데드풀> 미니시리즈의 출간과 함께 일어난 일이다. 데드풀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라이벌 회사 DC 코믹스의 빌런 캐릭터 데스스트록, 그리고 자사의 스파이더맨과 울버린의 특징들을 조합해서 만든 캐릭터였으므로 그의 이름을 단 미니시리즈가 농담조로 일관하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을 수도 있다. 독자들의 반응이 좋자 마블코믹스 편집부는 데드풀의 캐릭터성을 계속 그쪽으로 밀기로 했고, 결국 단역 빌런으로 끝날 예정이었던 ‘대충 장난으로 만든 캐릭터’ 데드풀은 만화 독자들 사이에서 점점 인기와 인지도를 높아져 2010년대 초반에는 거의 마블 코믹스의 메인급 캐릭터로 부상했다. 급기야는 2016년에 영화 <데드풀>이 만들어지면서 만화 독자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에게도 친근한 캐릭터가 되었다.

어쩌다 마이너 캐릭터가 되었나

코믹스 <엑스-포스>

반대로 설정 자체로만 보면 데드풀보다 훨씬 인기가 많을 운명이었던 케이블은 그와는 반대의 길을 걷게 되었다. ‘미래에서 온 엄청난 화력의 근육질 용병’이라는 설정은 충분히 활용도가 높고 매력적이었기에 90년대 초반 케이블은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1990년에 시작된 엑스맨의 <엑스-팅션 어젠다>의 중심에 있던 캐릭터였고, 1991년에 새로 만들어진 팀 <엑스-포스>의 리더로 첫 호부터 매우 위협적인 모습으로 표지에 등장했다. 미래에서 온 사이클롭스와 진 그레이의 아들이라는 설정까지 더해지면서 엑스맨 원작 만화의 주역으로 등극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90년대가 지나가면서 자신보다 더 큰 총을 양손에 들고 다니는 험악한 얼굴의 근육질 히어로들의 인기는 저물기 시작했고 케이블이라는 캐릭터의 활용도는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다. <엑스맨: 에이지 오브 아포칼립스>에서 잠시 활약을 보여주는 듯하더니 마이너급 캐릭터로 전락했던 것이다.

<데드풀 앤 케이블>

케이블이 지면에서 다시 기억에 남을 만한 활약을 보인 것은 <케이블 앤 데드풀> 타이틀이 2004년 간행되기 시작하면서, 그리고 메시아 트릴로지 (국내에 시공사에서 번역 출간한 <엑스맨: 메시아 콤플렉스>, <엑스맨: 메시아 워>, <엑스맨: 세컨드 커밍>)에서 메인급 캐릭터로 등장하면서이다. 그럼에도 이미 마블에서 독자적인 위치에 오른 데드풀과는 인지도면에서 더 이상 비교 불가능한 상태가 돼 앞서 언급한 <케이블 앤 데드풀>의 최근 단행본 제목이 <데드풀 앤 케이블>로 변경되는 굴욕까지 겪는다. 지금까지 공개된 시놉시스와 예고편들을 보면, 이번 <데드풀2>에서도 ‘엑스-포스’를 결성하는 리더가 원작처럼 케이블이 아니라 데드풀인 것으로 보인다. 이것 역시 굴욕스럽지만 인기가 덜 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이번 영화가 잘 풀리면 마블스튜디오/폭스에서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 엑스맨 유니버스를 편입시킬 수 있으니 원래 태생이 엑스맨인 케이블이 활약하는 모습을 미래에서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원작 만화이자 주요 엑스맨 스토리라인인 <엑스-큐셔너의 노래>에서 케이블의 클론이자 숙적인 빌런 스트라이프가 추후 영화에서 등장하길 바라본다. 90년대 초반 유년기 시절 가장 좋아했던 엑스맨 스토리들이 어서 영화로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케이블과 스트라이프
데드풀 2

감독 데이빗 레이치

출연 라이언 레이놀즈, 모레나 바카린, 조슈 브롤린, 재지 비츠

개봉 2018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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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

저자 에드 브루베이커, 크리스토퍼 요스트, Mike Carey, Peter David, Craig Kyle

출판 시공사

발매 2010.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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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서 / 그래픽노블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