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

2018년 5월 13일(현지시각), 마곳 키더가 사망했다. 1978년 <슈퍼맨>에서 클라크 켄트의 동료이자 슈퍼맨의 연인 로이스 레인 역으로 전 세계인들을 사로잡았던 그는 우리 곁을 떠났다. 로이스 레인이 아닌 배우 마곳 키더를 기억하기 위해 그의 배우 인생을 간략하게 정리해봤다.

슈퍼맨

감독 리차드 도너

출연 말론 브란도, 진 핵크만, 크리스토퍼 리브, 마곳 키더

개봉 1978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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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곳 키더의 본명은 마가렛 루스 키더. 1948년 10월 10일, 캐나다의 옐로나이프 시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영화배우가 되길 꿈꿨던 그녀는 다이어리에도 늘 영화배우가 되겠노라 적곤 했다. 폭발물 전문가인 아버지를 따라 자주 이사를 다녀서 12년 동안 11개의 학교로 옮겨 다녀야 했고 어린 시절 감정 기복이 심해 14살 때 처음으로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시카고 시카고> / <쾍저 포춘 해즈 어 커즌 인 더 브롱스>

그러던 중 다행히 한 학교에 자리를 잡으며 그토록 바라던 연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교내 연극으로 경험을 쌓은 후 20살이 된 1969년, 캐나다의 TV 드라마 <우젝> 중 한 에피소드에 출연하면서 데뷔했다. 에이전시와 계약한 이후 1969년 <시카고 시카고>에 아델라인 역으로, 1970년 <쾍저 포춘 해즈 어 커즌 인 더 브롱스>에서 자젤 역으로 출연했다. 

<시스터즈>

연기를 더 공부하기 위해 뉴욕으로 거처를 옮긴 후 제니퍼 설트를 만났다. 두 사람은 브라이언 드 팔마, 마틴 스콜세지, 스티븐 스필버그 등 당시만 해도 잘 알려지지 않은 영화인들을 만나다가 <시스터즈>의 출연 제의를 받았다. 1972년 브라이언 드 팔마가 연출한 이 영화에서 마곳 키더와 제니퍼 설트는 호연을 펼쳐 영화계에 눈도장을 찍었다.


<블랙 크리스마스> / <그레이트 왈도 페퍼>

이후 마곳 키더는 <블랙 크리스마스>, <그레이트 왈도 페퍼>, <나인티투 인 더 쉐이드> 등에 출연했다. <나인티투 인 더 쉐이드>에서 만난 토마스 맥가이언 감독과 결혼하고 딸을 얻게 돼 약 3년 정도 연예계를 떠났다. 마곳 키더는 이 기간 동안 다시 감정 기복이 심해졌고, 1977년 맥가이언 감독과 이혼하면서 배우 복귀작을 찾게 됐다. 그때 키더의 에이전시가 추천해준 작품이 바로 <슈퍼맨>이다. 마곳 키터는 <슈퍼맨>의 오디션을 보고 로이스 레인 역으로 캐스팅된다.


<슈퍼맨> 촬영장의 마곳 키더와 크리스토퍼 리브

<슈퍼맨>으로 멋지게 재기한 마곳 키더는 <윌리와 필>, <비탄>, <고독한 영웅> 등 왕성하게 활동한다. 대개 코미디나 드라마 장르의 작품이었지만 <아미티빌의 저주>처럼 공포 영화에도 출연해 장르를 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슈퍼맨> 시리즈에도 꾸준히 출연해 ‘크리스토퍼 리브의 슈퍼맨’ 하면 모두가 마곳 키더의 로이스 레인을 떠올렸다.

<윌리와 필>
<아미티빌의 저주>
<고독한 영웅>

1980년대까지 매년 한 작품 이상 출연하며 열정적인 활동을 펼쳤던 마곳 키더는 1990년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불운하게도 2년간 배우 활동을 중단했다. 배우 활동을 못하자 자연스럽게 생계가 어려워졌고, 결국 파산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면서도 걸프전 발발 당시, 쿠웨이트에서 미국이 저지른 행동들에 대해 반발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1978년 CBS 방송 출연 모습.

1990년대 후반은 마곳 키더에게 떠올리기 싫은 시간일 것이다. 자서전을 준비하면서 그는 점점 정신쇠약에 빠져들었고, 예전부터 그를 괴롭혔던 조울증이 재발했다. 전 남편이 자신을 살해하려 한다는 과대망상에 빠져 집을 나서 행방불명됐다가 사흘 후, 전혀 관계없는 한 가정집 뜰에서 노숙자 같은 모습으로 발견돼 대중들에게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재활 치료를 받은 마곳 키더는 정신 질환에 대한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버자이너 모놀로그>로 연극 무대에 복귀하고 영화 촬영에도 임하는 등 다시 배우 활동을 시작했다. 슈퍼맨 관련 드라마 <스몰빌>에도 출연하는 등 여전히 로이스 레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던 그는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총 135편의 영화, TV 드라마 등에 출연한 열정적인 배우였다.

2015년 원더콘 현장에 참석했던 모습.

‘롤링스톤즈’ 1981년 7월호 표지

▶<슈퍼맨 2> 촬영 당시, 제작자들은 리차드 도너 감독을 경질하고 리처드 레스터 감독으로 교체했다. 촬영에 불참하면서 감독 교체를 반발한 진 핵크만(렉스 루터 역)만큼은 아니지만, 마곳 키더 역시 제작자들에게 불만을 표했다. 제작자들은 속편 <슈퍼맨 3>에서 슈퍼맨의 고향 친구 라나 랭(아네트 오툴)을 메인 히로인으로 내세우고 로이스 레인의 분량을 대폭 줄이는 치졸한 모습을 보였다.

2005년, 미국에서 거주한 지 34년 만에 시민권을 획득했다.

총기 규제 강화를 위해 클라크 켄트(슈퍼맨의 위장 신분)를 패러디한 마곳 키더.

자신이 생각하는 신념을 적극적으로 전하는 성격이다. 1984년 민주당 대통령 경선에 참여한 제시 잭슨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앞서 언급했던 걸프전 반대는 물론이고, 2005년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침공에도 반대 표를 던졌고, 인터뷰에서도 “그가 뉴스에 나올 때마다 방에서 나오고 싶을 만큼 짜증난다”고 비난한 바 있다. 2016년 대선에서는 버니 샌더스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슈퍼맨을 코스프레한 팬들과 마곳 키더(가운데)

<맨 오브 스틸>에서 에이미 아담스가 연기한 로이스 레인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마곳 키더는 “에이미 아담스는 정말 대단한 배우다. 그런 배우를 데려다놓고 1960대의 고전적인 여성상을 연기하게 하니 정말 웃기다”라며 시대착오적인 제작진을 비판했다.

블랙 크리스마스

감독 밥 클락

출연 올리비아 핫세, 케어 둘리

개봉 1974 캐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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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와 필

감독 폴 마주르스키

출연 마이클 온키언, 레이 샤키, 마곳 키더

개봉 1980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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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티빌의 저주

감독 스튜어트 로젠버그

출연 제임스 브롤린, 마곳 키더

개봉 1979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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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