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충격적인 작품으로 평단을 놀라게 하는 라스 폰 트리에(Lars von Trier) 감독이 신작 <더 하우스 댓 잭 빌트>로 다신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14, 칸 영화제에서 이 작품이 상영되던 중 지나친 폭력묘사를 견디지 못한 관객 100여 명이 퇴장하는 사건이 있었다. 영화는 1970년대를 배경으로 연쇄 살인마 잭(맷 딜런)의 범죄 행각을 다루고 있는데, 여성과 아이에 대한 폭력묘사가 도를 지나쳤다는 평가다.

더 하우스 댓 잭 빌트

감독 라스 폰 트리에

출연 맷 딜런, 브루노 강쯔

개봉 2018 덴마크, 프랑스, 독일, 스웨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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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하우스 댓 잭 빌트>

문제아 라스 폰 트리에의 행적들
 
그의 작품에 대한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도그빌>을 포함한 많은 영화에서 여성에 대한 지나친 폭력이 반복되었다. <안티크라이스트>에서는 성기 절단 장면이 문제였다. 섹스 중독을 소재로 한 <님포매니악>은 일반적인 극영화가 그리는 섹스 장면의 범위를 훨씬 넘어선 표현으로 많은 화제를 낳았다.

안티크라이스트

감독 라스 폰 트리에

출연 윌렘 대포, 샤를로뜨 갱스부르

개봉 2009 덴마크, 독일, 프랑스, 스웨덴, 이탈리아, 폴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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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포매니악 볼륨1

감독 라스 폰 트리에

출연 샤이아 라보프, 샤를로뜨 갱스부르, 스텔란 스카스가드, 스테이시 마틴

개봉 2013 덴마크, 독일, 프랑스, 벨기에,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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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영화 자체만큼이나 그의 말과 행동은 자주 문제를 일으켰다. 아무리 우울증, 고소공포증 등 다양한 정신질환으로 괴로워하고 있는 라스 폰 트리에지만, 단순히 예술가의 기행이라고 덮을 수 없는 범죄 수준의 행동도 많았다.

<멜랑콜리아>

지난 2011년 칸 영화제에서는 초청작 <멜랑콜리아> 상영 이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그는 나치와 히틀러를 이해하며, 유대인을 싫어한다고 발언했다.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애매한 태도가 현장의 기자들을 더욱 자극했다. 영화제 측이 감독에게 항의하자, 사과문을 공식 발표하긴 했지만, 사태는 수습되지 않았다. 이에 칸 영화제는 그를 ‘기피 인물(persona non grata ·기피 인물)’로 지정하고 이후, 당해 연도 칸영화제 공식 행사의 입장을 금지했었다.

멜랑콜리아

감독 라스 폰 트리에

출연 커스틴 던스트, 샤를로뜨 갱스부르

개봉 2011 덴마크, 스웨덴,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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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캠페인이 한창이던 지난해 10, 비요크는 덴마크감독에게 촬영 중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뮤지션으로서 많은 작품에 출연한 것은 아니기에, 덴마크 감독은 정황상 비요크가 주연했던 <어둠 속의 댄서>의 감독 라스 폰 트리에임이 분명했다. 감독은 성추행을 일삼았고 영화계에 크게 미련이 없던 비요크가 강력하게 항의하자, 그녀가 마치 현장에서 굉장히 까다로운 사람이라는 듯이 떠들고 다녔다고 한다.

어둠 속의 댄서

감독 라스 폰 트리에

출연 비요크, 까뜨린느 드뇌브, 데이빗 모스, 피터 스토메어, 조엘 그레이, 카라 세이무어, 블라디카 코스틱, 쟝 마르 바, 빈센트 패터슨, 시옵한 폴론, 젤리코 이바넥, 우도 키에르

개봉 2000 덴마크, 독일, 스웨덴, 네덜란드, 미국, 영국, 핀란드, 노르웨이, 아이슬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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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포매니악 볼륨 2>

논란 속의 거장
 
이런 논란 속에서도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작품은 언제나 놀라운 완성도로 평단과 시네필들을 홀리곤 했다. 한 차례 그를 추방했던 칸 영화제의 이력만 돌아봐도 그의 위대함을 알 수 있다. 라스 폰 트리에의 작품은 그동안 14번이나 후보에 올랐고 그는 그중에 6개의 트로피를 가져갔다.
 
예술 영화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도 그의 문제작들은 대부분 많은 관심을 받으며 개봉했었다. 유지태가 카메오로 출연한다는 <더 하우스 댓 잭 빌트> 역시 칸에서의 논란과는 상관없이, 혹은 그 논란을 무기로 국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니까 이번에도 불편하고 아름다운그의 영화를 관객들은 주목하고야 말았다. 뭔가 지는 기분이다.


씨네플레이 객원 에디터 안성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