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폰> 리부트 소식에 가슴 설레는 팬들이 많겠다. 사실, 1997년에 만들어진 첫 <스폰>은 썩 잘 만든 영화가 아니었다. 허술하게 전개되는 스토리와 엉성한 CG에 실망한 원작팬이 많다. 그러나 밤하늘 가득 불길하게 넘실대던 망토의 비주얼과 메탈리카, 마를린맨슨, 콘 등 당대 최고의 뮤지션들이 참여한 OST만큼은 오래도록 회자되었다. 

스폰

감독 마크 A.Z. 디페

출연 존 레귀자모, 마이클 제이 화이트, 마틴 쉰, 테레사 랜들, 멜린다 클락

개봉 199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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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만에 돌아오는 ‘스폰’

완성도가 가장 아쉬웠던 사람은 역시 코믹스의 원작자인 토드 맥팔레인이다. 그는 이 작품의 제작자 중 한 사람이고 ‘범’이라는 역할로 출연까지 하면서 열의를 불태웠으나,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이후로 꾸준히 리부트를 준비해 오던 그는 2016년 무렵, <스폰>의 리부트 시나리오가 거의 완성되었음을 밝혔다. 토드 맥팔레인은 이번 <스폰>이 보통의 히어로물과는 다를 것이며, 저예산으로도 찍을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했었다. 


블룸하우스 제작에 제이미 폭스 주연

그리고 지난 3월, 드디어 <스폰>의 제작계획이 구체적으로 밝혀졌다. 그것도 <겟아웃>, <해피 데스 데이> 등, 저예산 호러 영화로 불패 신화를 쓰고있는 블룸하우스에서 제작한다는 소식이 있었다. 토드 맥팔레인이 그동안 예고했던 시나리오의 설정에 가장 이상적인 제작사를 만나게 된 것이다. 
 

또한 이번 작품은 PG13 등급으로 만든 전작과 달리, R 등급으로 제작된다. ‘스폰’이라는 캐릭터 자체와 블룸하우스의 제작 노하우의 시너지를 기대해 볼 만하겠다. 이어서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에서 남우주연상을 명배우 제이미 폭스가 스폰/알 시몬스 역을 맡게 되면서 팬들의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조금 다른 히어로 영화 ‘스폰’

이번 영화는 토드 맥팔레인이 직접 연출까지 맡게 되었다. 최근 ‘코믹북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우선, 리부트되는 ‘스폰’은 영웅의 탄생과 성장 과정을 다루는 일반적인 히어로 영화의 서사를 따르지 않는다. 감독은 트레일러와 영화 자체에서 스폰을 많이 노출하지 않을 계획이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죠스>처럼, 캐릭터 자체를 최대한 숨기면서 긴장감을 유지하는 진지한 분위기의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굳이 표현하자면, ‘초자연 스릴러(supernatural thriller)’라고 부르는 게 적합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R등급 영화라고 해서, 고어 장면이 넘쳐나는 피칠갑 슬래셔로 만들어지지도 않을 것이다.

오히려 영화는 사립탐정 ‘트위치 윌리엄스(Twitch Williams)’의 시선에서 흘러갈 예정이다. 원작 코믹스에서 트위치 윌리엄스는 경찰 출신의 사립탐정이다. 명석한 두뇌를 가지고 있으며, 왜소한 외모와는 달리 신기에 가까운 사격솜씨를 자랑한다. 코믹스에서는 전신이 방탄인 사이보그 ‘오버킬’과의 전투에서 유일하게 방탄이 아닌 오버킬의 귓구멍에 총알을 박아 넣어 제압한 적도 있을 정도다. 한때, 트위치 윌리엄스 역할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선호한다는 소식이 있었다. 영화에서 트위치의 단짝 ‘샘 버크’ 역할도 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엔 제대로 된 ‘스폰’을 만날 수 있을지 기다려보자. 


씨네플레이 객원 에디터 안성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