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할리우드를 뒤흔든 사건은 전미 시청률 1위 프로그램 <로잔느>의 제작 취소였다. 미국 중서부 지방 노동자 계층의 삶을 다룬 <로잔느>는 블루칼라 노동자 계층이나 남부 보수성향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주연배우이자 제작자인 로잔느 바의 인종 차별 발언이 도를 넘으며 ABC는 단칼에 프로그램을 폐지했다. 할리우드 사람들은 철저히 상업 논리로 돌아가는 업계도 지켜야 할 선이 있음을 보여줬다며 ABC의 결정을 환영했다. 이번 사건은 정치적 정의가 경제적 목적보다 앞서는 매우 드문 사건으로 기억될 듯하다. 그 외에 주목할 만한 일과 재미있는 말들을 정리했다.


어머니가 제가 영화에서 죽는 걸 볼 때마다 우세요.
- 마이클 B. 조던

마이클 B. 조던은 <크리드>, <블랙 팬서> 등을 통해 연기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배우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출연 작품을 선택할 때 가장 먼저 스토리와 캐릭터에 공감하고 주위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HBO TV 영화 <화씨 451>은 그의 선택 기준에 맞지 않았지만, 특별한 이유 때문에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조던은 할리우드리포터 라운드 테이블에서 처음엔 프로젝트를 거절했지만, 어머니 때문에 다시 검토했다고 밝혔다. 조던의 어머니는 아들이 영화 속에서 죽을 때마다 매번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조던 또한 “매번 극중에서 죽는 연기만 보여줄 수는 없다.”라고 생각하면서 감독과 미팅을 가졌고, 마이클 섀넌이 출연하고 자신이 3막까지 생존한다는 것을 알고 합류를 결정했다. 그는 어머니가 “영화 속에서 내가 끝까지 살아 결국 이기는 걸 한 번은 보셨으면 했다.”라고 덧붙였다.


이영화로 수많은 인종차별주의자들이 화낼 걸 생각하니 너무 행복해요.
- 타이카 와이티티

<토르: 라그나로크>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의 신작 <조조 래빗> 촬영이 시작됐다. 제작사 20세기폭스는 영화 매체에 공식 언론 자료를 배포하며 영화 프로덕션 개시를 알렸는데, 여기엔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의 소감도 포함되어 있다. 와이티티는 “드디어 제 반전 풍자 영화를 촬영하게 돼서 기뻐요.”라고 운을 띄우고, “훌륭한 출연진을 모았습니다. 드디어 나치와 그들의 믿음을 마음껏 놀려댈 수 있어서 정말 신납니다.”라 덧붙였다. 그리고 “이 영화로 수많은 인종차별주의자들이 화낼 걸 생각하니 너무 행복해요.”라고 영화를 만드는 목적(?)을 드러냈다.
<조조 래빗>은 싱글맘 밑에서 자라며 상상의 친구 히틀러만이 유일한 동지인 독일 소년이 주인공이다. 순진한 애국주의로 무장한 소년은 자신의 세계관을 뒤집는 한 소녀를 만나면서 자신의 가장 큰 두려움을 마주하게 된다. 로만 그리핀 데이비스가 소년을, 스칼렛 요한슨이 소년의 어머니를 연기하며, 히틀러는 와이티티가 직접 연기한다. 독특한 개성의 코미디로 많은 사랑을 받은 와이티티는 모국 뉴질랜드의 인종차별을 강력히 비판해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과연 그가 인종차별을 어떤 방식으로 풍자할지 영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다.


완전 ‘미션임파서블’ 같았어요.
- 니콜라이 코스터-왈다우

최근 촬영을 마무리한 <왕좌의 게임>시즌 8은 내용 유출을 방지하려는 보안이 그 어느 때보다 철저했다. 니콜라이 코스터-왈다우(제이미 래니스터 역)의 최근 인터뷰에 따르면, 배우들은 모든 대본을 종이가 아니라 디지털 파일 형태로 받았고, 해당 장면의 촬영이 마무리되면 대본 파일은 자동 삭제됐다. 코스터-왈다우는 “원래 정말,정말 엄격했지만 올해는 그 정점을 찍었다.”라고 말하며 “‘이 대본은 스스로 파기됩니다.’라는데 마치 <미션 임파서블> 같았다.”라고 덧붙였다. 에밀리아 클라크(대너리스 타르가르옌 역) 또한 다른 인터뷰에서 제작진들이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모든 수단 방법을 총동원했고, 자신은 대너리스의 마지막 장면을 서로 다른 내용으로 여러 번 찍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첩보 영화를 방불케 할 만큼 철저하게 비밀로 붙여진 <왕좌의 게임>마지막 시즌은 2019년 공개 예정이다.


8년을 기다렸지만, 8년을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네요.
- 제이슨 모모아

이소룡의 아들 ‘브랜든 리’의 유작으로도 유명한 판타지 액션 <더 크로우>는 1994년 이후 리부트가 몇 번이나 시도됐으나 무산됐다. 가장 최근 진행된 리부트 프로젝트는 제이슨 모모아가 주연을, <더 넌>코린 하디 감독이 연출을, 소니 픽쳐스가 배급을 맡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헝가리 부다페스트 촬영 시작 5주 전인 지난 주, 제작 과정이 모두 중단되고 모모아, 하디,  소니 픽쳐스 모두 프로젝트를 떠났다. 제이슨 모모아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8년을 기다렸다. 감독님과 소니 픽쳐스에 미안하지만 8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한 원작 코믹스 작가인 제임스 오바와 팬들에게도 “이 작품이 당연히 받아야 할 것이 아닌 것은 연기할 수 없다.”라고 사과의 뜻을 표했고, “가장 알맞은 시기에 다시 준비하겠다.”라고 밝혔다. 코린 하디 감독 또한 프로젝트 하차를 아쉬워하며 모모아와 소니 픽쳐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주요 플레이어들이 프로젝트를 떠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더 크로우>영화화 판권을 가진 제작사 데이비스 필름과 소니 픽쳐스간 창작적, 재정적 이견이 커서 소니가 배급권을 포기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모든 약엔 부작용이 있지만, 우리 약의 부작용에 인종 차별은 없습니다.
- 사노피 (‘앰비엔’ 제조사)

5월 30일(현지시각), <로잔느>가 주연배우 로잔느 바의 인종차별 발언 때문에 전격 캔슬됐다. 바는 자신의 트위터에 오바마 대통령의 선임보좌관인 발레리 재럿을 “무슬림 형제단과 ‘혹성탈출’ 유인원이 낳은 아이”라는 차별적, 모욕적 내용을 업데이트했다. 바는 곧바로 트윗을 지우고 사과했지만 이미 비난 여론은 들끓었다. 동료 배우와 제작진들은 바의 발언이 드라마 전체의 가치를 대변하지 않는다고 공격했고, <로잔느>를 방영하는 ABC는 발언 몇 시간 만에 다음 시즌 제작을 취소했다.
바는 캔슬 결정이 발표된 후 트위터에 “그 트윗은 새벽 2시에 앰비엔(불면증치료제)을 먹고 쓴 것이다.”라고 변명했다. 이에 대해 앰비엔 제조사인 제약회사 사노피는 “회사의 모든 구성원들은 인종, 종교, 국적 구분 없이 전세계 사람들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 매일 노력하고 있습니다. 모든 약물 치료에 부작용은 있지만, 사노피 약의 부작용 중엔 인종차별은 없습니다.”라고 반박했다.
<로잔느>는 21년 만에 TV로 돌아온 후 전미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했지만 주연이자 제작자인 로잔느 바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와 인종차별 발언 등으로 매 순간마다 논란을 몰고 왔다. ABC는 그동안 바에 대한 논란을 최대한 방어해 왔으나, 이번에는 넘어가지 않기로 결정한 듯하다. 현재 방송사와 제작사는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출연진, 제작진을 위해 새 작품 제작을 논의하고 있다.


겨울달 / 에그테일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