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악당들이 난장판을 벌이며 활약하는 영화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배트맨이 고민하는 고담 시티의 깨끗한 밤 문화 조성 방안 (혹은 우리 엄마 마사), 슈퍼맨이 고민하는 더 나은 인류의 미래 (혹은 우리 엄마 마사)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이 악당들은 그저 어떻게 하면 한 번 더 나쁜 짓을 할 수 있을지 궁리할 뿐이다. 예를 들면 우리가 익히 잘 아는 절대 악당 조커처럼 말이다.
그리고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주요 배경은 미드웨이 시티라는 가상의 도시인데 고담 시티와 메트로폴리스 시티 사이에 위치해 있다. (서울과 인천 사이에 있는 부천 정도쯤 될까. 농담이 아니라 부천영화제 찾는 해외영화인들이 종종 고담 시 같다고 한다.)
그러니까 할리퀸도 미드웨이 시티의 밤거리를 누비는 악질 중의 악질 중 한 명이었다. 원래는 조커와 함께 고담 시티의 밤거리를 활보하며 나쁜 짓을 일삼고 다녔는데 어느 날 배트맨에게 딱 붙잡혀 지금은 벨 리브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위에 보이는 사진이 바로 (영화 시작과 함께 확인 가능한) 그녀의 수감 현장 모습인 것이다.
할리퀸의 임무
<수어사이드 스쿼드>에는 '태스크포스-X' 프로젝트라는 게 등장하는데 이건 합법적으로 작전을 펼칠 수 없는 비밀 작전에 공권력 대신 투입하기 위해 수감 중인 악당을 대상으로 차출해 만든 팀을 말한다.
할리퀸도 정부 비밀기관의 국장인 아만다 월러가 계획한 '태스크포스-X' 프로젝트에 뽑힌 교도소 수감자 중 한 명이다.
팀의 구성원 중엔 일반적인 성격의 악당도 있고 초능력을 지닌 '메타휴먼' 악당도 있다. 쉽게 말해 아만다 월러 국장 마음대로 뽑는다. 그런데 왜 이들은 아만다 국장이 맡기는 말도 안 되는 임무를 군소리 없이 해내야 하냐고? 그건 아만다 월러 국장이 그들의 목에 폭탄을 집어넣어 강제로 일을 시키기 때문이다. 임무에 성공하면 파격적인 조건으로 감형을 시켜줄테지만 임무에 실패하면 죽음뿐이다.
할리퀸도 다른 '태스크포스-X' 프로젝트 팀원들, 그러니까 '수어사이드 스쿼드' 멤버들과 함께 알 수 없는 작전에 투입된다. 어떤 작전인지는 스포일러와 연관이 있기 때문에 설명할 수는 없다.
왜 할리퀸을 주목할까
DC의 야심작,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희한한 건 할리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다. 지금 그녀에게 보이는 전 지구적 관심은 슈퍼히어로 영화 좋아하는 남자 덕후 관객의 영역을 한참 초월한 인기다. 다들 왜 이렇게 할리퀸에게만 열광하는 걸까.
그건 그녀가 가진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매력 덕분일 것이다. 이성적이 아니라 야성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일단 나쁜 여자, 혹은 상여자의 매력이 풍긴다. 평소 못된 남성 악당들이 하던 짓을 그녀도 똑같이 하는데 그 효과는 여자가 한다고 해서 주목받는 것 이상이다. 단지 몸매가 섹시하고 얼굴이 예뻐서만은 아니라는 말씀.
그녀에게선 성적 매력 이상의 무언가가 존재한다. 마초들만 우글거리는 가상 히어로 세계에서 그녀는 싸우다 말고 길거리 쇼윈도에 전시되어 있던 핸드백을 주워 걸친다. 그러다가 싸울 때는 미친 듯이 피를 탐한다. 거침없이 쑤시고 거침없이 패대기친다.
과거의 조커같은 악당에게서 우리가 절대악의 기운을 느꼈다면 할리퀸에게선 절대재미의 기운이 느껴진다고 표현하면 어울리려나?
백문이 불여일견 이랬으니 일단 그녀에 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영화를 보고 난 뒤에 나눠야 할 것 같다. 스포일러 따위 잠시 접어두고 마음 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어서 오기를.
할리퀸에 관한 상세한 캐릭터 정보는 위의 링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해 할리퀸은 고담 시티의 밤거리를 주름잡는 악당 조커의 연인 캐릭터다. 조커를 유일하게 웃을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이 바로 할리퀸인 것. (조커는 늘 웃고 있는 캐릭터인데...) 그녀가 평범한 정신과 의사 '할리 프랜시스 퀸젤'이었다가 조커의 연인이 되는 슬픈 사연(?)은 위의 링크, 그리고 영화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영화에 플래시백으로 그녀에 관한 사연이 아름답게 등장한다.)
'마고 로비'가 탄생시킨 할리퀸
호주 출신 배우 마고 로비는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함께 출연해 전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그녀는 겉 모습 이상의 연기 장악력을 보여주면서 급성장한 연기파 배우다.
이제는 할리우드 배우들이 슈퍼히어로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와 못 하는 배우로 나뉘기도 하는데 그것이 성공의 보증수표 혹은 인기의 척도라고 한다면 마고 로비는 지금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중이다. 지금의 할리퀸의 인기를 끌어올린 건 적어도 팔할 정도는 마고 로비의 덕택이라 하겠다.
마고 로비는 미친 듯이 마력을 뿜어내는 할리퀸을 자연스럽게 연기하기 위해 조커 역의 자레드 레토와 리허설을 전혀 하지 않은 상태에서 모든 촬영을 마쳤다. 촬영 전에는 체조 기술과 사격술을 배웠고 그녀가 할리퀸이 되기 전에 정신과 의사였다는 이유를 들어 직접 정신의학도 공부했다.
이 정도면 마고 로비가 얼마나 프로페셔널한 배우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할리퀸은 괜히 하늘에서 뚝 떨어진 캐릭터가 아니다.
경쟁자는 데드풀
여하튼 마고 로비는 할리퀸에 캐스팅된 다음 코믹스를 정독하면서 할리퀸 캐릭터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할리퀸이 1990년대에 이르러 처음 캐릭터로 만들어졌다는 사실부터 지금까지 그녀가 어떤 나쁜 짓을 일삼으며 인기를 얻었는지 등을 말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DC코믹스는 최근 만화책에서부터 이미 할리퀸을 마블의 데드풀 대항마같은 존재로 키울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할리퀸은 데드풀이 그랬듯 마찬가지로 유머러스하고 제멋대로이면서 엄청난 욕망 덩어리이고 또 타고난 싸움꾼이라 사람들에게 자극적인 볼거리와 이슈를 안겨준 캐릭터였다. 데드풀이 인기를 얻은 것과 똑같은 경우라 하겠다. 지금의 관객들이 어떤 안티 히어로를 원하는지를 데드풀과 할리퀸이 증명해 보인 셈이다.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원더우먼을 비롯해 여성 히어로만 성공시키는 DC)
할리퀸의 패션
할리퀸을 연기한 마고 로비의 연기력 만큼이나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극중 할리퀸의 패션이다. 초창기 코믹스 상의 코스튬은 극중에서 플래시백을 통해 잠깐 등장하는 정도이며, 주로 입고 나오는 의상은 위의 사진과 같다. 기존 코스튬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듯 하다. 마고 로비는 플랫 슈즈를 신고 카메라 테스트를 했을 때 모두가 키가 더 컸으면 좋겠다는 의견에 따라 직접 아디다스 하이힐 슈즈를 골랐다고 한다. 그것이 그대로 할리퀸의 극중 의상이 되었고 촬영 내내 다리가 너무 아파서 후회했다고. 덕분에 우리는 근사한 할리퀸의 코스튬을 볼 수 있게 됐다.
원작 코믹스에서 그녀의 주요 무기는 망치인데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는 야구 배트로 등장한다. 하지만 눈썰미 좋은 관객들은 망치도 등장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터.
그리고 한 가지 더. 할리퀸을 만나기 전까지 하양, 파랑, 빨강 조합은 오직 건담에게만 허락된 색 조합이라 여겼던 덕후들이여, 이제 그녀에게도 색을 허하라.
할리퀸의 차기작
이미 할리퀸의 미친 듯이 치솟는 인기에 힘입어 할리퀸 단독 영화 제작이 결정됐다. 게다가 다른 DC 히어로가 등장하는 영화에서도 그녀를 볼 수 있을 듯싶다.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데이빗 에이어 감독은 애초 이 영화를 '악당들의 시각에서 본 배트맨 영화'로 구상하길 원했고 배트맨의 등장을 강력하게 원했던 만큼 앞으로 배트맨과 맞붙을 조커와 할리퀸의 활약도 기대해볼 만하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가로등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