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

<유전>에 대한 평단의 호평이 끊이지 않고 있다. 관객들을 깜짝 놀래키는 데 집중하며 공포를 오락거리로 소비하던 최근 몇 공포 영화와 차별점을 둔, 묵직한 호러 영화가 등장했다는 것. <유전>은 오컬트 호러 계보를 이었다는 평을 받으며 21세기 오컬트 영화 대표작으로 떠올랐다.

그렇다면 여기서 잠깐! ‘오컬트’의 정의는 무엇이며, <유전>이 이었다는 오컬트 계보의 성격은 어떤 걸까?이번주 알쓸신잡에선 오컬트의 정의, <유전>과 함께 언급되는 고전 오컬트 명작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오컬트’란?
호러라고 해서 다 같은 호러가 아니다. 호러 영화는 여러 종류의 형식으로 나뉜다. 유혈이 낭자하는 고어, 그로부터 파생된 고문 포르노,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린 파운드 푸티지….  이중에서도 가장 굵직한 게 바로 오컬트다. 오컬트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 현상을 말한다. 단순하게 영적인 존재를 다룬 작품을 오컬트로 분류한다고 보면 된다. 영혼, 귀신, 악마, 흑마술, 저주는 물론 사탄 숭배, 사이비 종교 소재까지 모두 오컬트에 포함된다.

<이블 데드>
<폴터가이스트>
<사탄의 인형>

오컬트 영화는 우리 주변에서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호러물이다. <이블데드>(1981)는 유혈낭자 스플래터물임과 동시에 악령에 들린 친구들이 서로를 죽여나가는 오컬트적 성격을 띄고 있고, 물건이 제멋대로 움직이며 관객들의 공포를 자극하던 <폴터가이스트>(1982) 역시 오컬트물에 속한다. 살인범의 영혼이 빙의된 인형 처키를 주인공으로 삼은 <사탄의 인형> 시리즈도 대표적인 오컬트물. 최근 호러 영화 시장을 꽉 잡고 있는 <컨저링> 유니버스의 작품들, 일본 호러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링>(1998)과 <주온> 시리즈 모두 오컬트에 포함된다. 충무로에 오컬트 바람을 불러일으켰던 영화는 엑소시즘을 소재로 삼았던 <검은 사제들>(2015)이다.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나홍진 감독의 <곡성>(2016)도 빼놓을 수 없다.

이블 데드

감독 샘 레이미

출연 브루스 캠벨

개봉 1981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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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터가이스트

감독 토브 후퍼

출연 조베스 윌리암스, 크레이그 T. 넬슨, 베아트리스 스트레이트

개봉 1982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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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탄의 인형

감독 톰 홀랜드

출연 캐서린 힉스, 크리스 서랜던, 알렉스 빈센트

개봉 1988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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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적 오컬트 호러 계보를 이은 <유전>

<유전>

(스포일러 없이 깊은 이야기를 할 순 없겠지만) <유전>을 관통하는 테마 중 하나는 저주다. 일주일 전 숨을 거둔 엄마의 죽음에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애니(토니 콜렛). 생애 내내 불안한 가정사를 지녔던 그녀에게 또다른 의문의 사고가 발생한다. 고통에 시달리던 애니는 자신에게 접근한 이웃 조안(앤 도드)을 통해 어머니가 품고 있던 비밀을 알게 된다. 자신의 어머니로부터 시작돼 본인은 물론 본인의 자녀들까지 관통하는 저주의 실체를 알게 된 애니. 애니는 가족을 둘러싼 저주에 맞서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유전>

<유전>은 최근 할리우드에서 밀고 있는 전형적인 오컬트 영화와 다른 길을 걷는 영화다. 치고 빠지는 자극적인 공포보단 촘촘히 쌓아올린 서스펜스로 관객을 압도한다. 기이한 분위기, 경악스러운 배우들의 표정만으로 더 많은 것을 상상하게 만드는 힘. 되물림되어 내려오는 저주라는 실체를 알 수 없는 존재와 맞선다는 점, 그 저주가 가족 드라마와 만나 더 큰 비극을 빚어내고, 극 중 흩뿌려진 힌트들이 모여 충격적인 결말로 달려간다는 점 등에서 <로즈메리의 아기>, <오멘>, <엑소시스트>와 같은 고전 오컬트 호러 명작들이 떠오른다. 초자연적인 존재 앞에서 한없이 나약해지는 인간의 비극을 담은 작품들. <유전>이 위 영화들의 계보를 이을 적자라 평가받는 이유다.

유전

감독 아리 에스터

출연 토니 콜렛, 밀리 샤피로, 가브리엘 번, 알렉스 울프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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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과 함께 보면 좋을 고전 오컬트 명작 5
아리 에스터 감독은 <유전>에서 “(가족에 대해) 자신이 선택할 수도 없는 환경에서 태어난 것, 완전히 무력한 상태에 대한 공포”를 다루고 싶었다 밝혔다. 실제로 인터뷰에서 “<로즈메리의 아기>는 <유전>의 기준인 영화”였고, “<지금 보면 안돼>는 중요한 참고 자료로 쓴 영화”라 밝히기도. 결말을 비롯한 극의 내용을 몇번이고 계속 곱씹어봐야하는 재미가 있다는 점에선 <위커 맨>이 떠오르기도 한다. 여러모로 호러 장르에 한획을 그었다 평가받는 고전 오컬트 명작들의 성실한 재현이 빛나는 작품. <유전>과 함께 보면 더 재미있을 고전 오컬트 명작 5편을 소개한다.


로즈메리의 아기 Rosemary's Baby, 1968
국내에선 국내 출시명 <악마의 씨>로 더 잘 알려진 작품. 로즈메리(미아 패로우)는 배우인 남편 가이(존 카사베츠)와 맨해튼의 아파트에 이사한다. 이들은 이웃 노부부와 가까워져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아파트에서 의문의 사고사가 발생하고 로즈메리는 악몽을 꾼 뒤 임신하게 된다. 불길한 사건이 끊이지 않는 나날들. 로즈메리는 이 아파트가 악마숭배자들의 소굴이라 의심한다. 오컬트 호러의 시작을 알렸다 평가 받는 작품. 불신으로부터 증폭된 불안, 그를 담아낸 긴장감 넘치는 연출이 독보적으로 빛나는 작품이다.

로즈메리의 아기

감독 로만 폴란스키

출연 미아 패로

개봉 1968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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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시스트 The Exorcist, 1973
여배우 크리스 멕넬(앨런 번스타인)의 딸 레건(린다 블레어)에게 이상한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병원을 전전해도 병명조차 알아내지 못하는 상황. 레건의 얼굴이 흉측한 악령으로 변하고, 자해를 서슴치 않는 상황이 반복되자 크리스는 카라스 신부(제이슨 밀러)를 찾아가 엑소시즘 의식을 부탁한다. 여태까지 나온 엑소시즘 영화의 교본이 된 작품. 악마에 빙의된 레건이 몸을 거꾸로 뒤집고 계단을 내려오는 장면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다.

엑소시스트

감독 윌리엄 프리드킨

출연 엘렌 버스틴, 막스 폰 시도우, 리J.콥, 키티 윈, 잭 맥고런, 제이슨 밀러, 린다 블레어

개봉 1973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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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보면 안돼 Don't Look Now, 1973
뜻하지 않은 사고로 딸을 잃은 존(도날드 서덜랜드)과 로라(줄리 스리스티) 부부는 아이를 잃은 슬픔을 지울 수 없다. 어느날 앞을 못 보는 심령술사가 죽은 딸의 영혼을 만나게 해주겠다고 약속한다. 죽은 딸과 교감할 수 있단 사실을 믿지 않던 존. 그의 앞에 죽은 딸과 비슷한 누군가가 나타나고, 존은 영적 세계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다. 죄책감과 불안함이 사람을 어디까지 치닫게 만드는지 보여주는 섬뜩함. 보는 이의 심리를 어지럽히는 교차편집이 심리적 공포감을 더한다. 몰아치는 마지막 10분이 압권인 작품.

지금 보면 안돼

감독 니콜라스 뢰그

출연 줄리 크리스티, 도날드 서덜랜드, 힐러리 메이슨

개봉 1973 이탈리아,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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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커 맨 The Wicker Man, 1973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자 경찰인 하위(에드워드 우드워드)는 한 소녀의 실종사건을 수사하고자 스코틀랜드의 한 섬으로 파견된다. 이 섬엔 고대 드루이드 신앙을 믿는 주민들이 모여 살고 있다. 하위는 섬 공동체 주민들의 오래된 종교적 믿음, 문화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삐걱이던 나날을 보내던 중, 하위는 소녀가 섬에서 진행될 축제의 제물로 희생될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품는다. 하위는 소녀를 찾아 고군분투한다. 독창적인 스타일로 평단의 주목을 받았던 로빈 하디 감독의 데뷔작. 맹목적인 믿음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관객을 혼란에 빠뜨린다. 상황에 맞지 않게 경쾌한 분위기가 괴이함을 더했다.

위커 맨

감독 로빈 하디

출연 에드워드 우드워드, 크리스토퍼 리

개봉 1973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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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멘 The Omen, 1976
6월 6일 새벽 6시. 갓 태어난 아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쏜(그레고리 펙)은 같은 시각 병원에서 태어난 데미안을 데려와 친자식처럼 키운다. 그로부터 5년 뒤, 데미안을 부르던 유모가 난간에서 떨어져 죽는 사고가 발생한다. 브레넌 신부는 쏜을 찾아와 데미안이 악마의 아들이라 말하고, 그를 죽이지 않으면 부인도 뱃속에 든 태아도 모두 죽게 될 거란 사실을 전한다. 불길한 사건이 이어지자 쏜은 아들 데미안이 진짜 악마인지 의심하기 시작한다. 오컬트 정석이라 불리는 <오멘>은 ‘오멘의 저주’로도 유명한 작품이다. <오멘> 출연을 결정한 후 주연배우 그레고리 펙의 아들이 사망한 것을 시작으로 여러 사고에 휩싸인 스태프들의 사망 소식이 줄줄이 이어졌다.

오멘

감독 리차드 도너

출연 그레고리 펙, 리 레믹

개봉 1976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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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 21 www.cine21.com
 유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