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의 유명한 연기파 배우 베니시오 델 토로는 1988년 연기를 시작해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았다. 올봄 천만 관객을 극장으로 부른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 콜렉터로 등장한 것에 이어 이번에는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로 다시 한번 국내 관객들을 찾아왔다.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에서와 같이 이번에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의문의 남자 알레한드로를 연기하며 보는 이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들 예정이다. 큰 키와 강렬한 인상, 그리고 영화 속 다소 센 역할들이 그를 무서운 이미지로 만들었지만, 데뷔 초엔 꽃미모 뿜뿜하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 오늘은 그 시절 이전부터 현재까지 베니시오 델 토로에 대한 이야기를 모아보았다. 


1. 푸에르토리코 출신이다

베네치오 델 토로, 베니치오 델 토로, 베니시오 델 토로…. 한국에서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리는 그의 본명은 Benicio Monserrate Rafael del Toro Sanchez(베니시오 몬세라테 라파엘 델 토로 산체스)다. (본문에서는 베니시오 델 토로로 통일하여 표기한다.) 그는 1967년 푸에르토리코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이 모두 변호사였고, 이뿐 아니라 할아버지, 삼촌, 조카도 변호사로 활동 중인 법조인 집안이었다. 그가 9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12살 때 가족들과 미국 펜실베니아주로 이주하게 된다.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사용해왔기 때문에 당시 영어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학교에 가서도 친구들을 사귀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2. 어릴 적 꿈은 농구선수였다

그런 그에게 친구를 사귀게 해 준 고마운 운동이 있었으니, 바로 농구다. 농구를 함께 하며 교류관계를 넓힐 수 있게 되었고, 당시 그는 NBA에서 선수로 뛰길 꿈꾸기도 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집안의 전통에 따라 베니시오 또한 변호사가 되길 바랐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 스스로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던 중 대학교 시절 우연히 연기 수업을 듣게 되었고, 그때부터 연기에 흥미를 가지게 된다. 이후 말론 브란도, 로버트 드 니로 등 명배우들의 연기 선생님인 스텔라 아들러에게 연기를 배우기 위해 뉴욕으로 떠나게 된다.


3. 배우 인생 첫 번째 터닝포인트, <유주얼 서스펙트>
<007 살인면허>
<유주얼 서스펙트>

그렇게 연기의 길에 들어선 그는 1988년 <빅 탑 피위>를 통해 스크린 데뷔를 하게 된다. 그의 얼굴이 돋보였던 작품은 영화 <007 살인면허>. 갓 스물을 넘긴 베니치오 델 토로의 얼굴은 실로 대단했다. 짙은 눈썹에 종이도 벨 듯 날카로운 턱 선, 퇴폐미 가득 머금은 눈빛까지. 이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공포 탈출>, <벼랑 끝에 걸린 사나이> 등 작은 역할이지만 다수의 영화에서 커리어를 쌓으며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차분히 쌓아간다. 그리고 1995년 <유주얼 서스펙트>를 만나게 된다. 그는 극중 범죄자 프레드 펜스터를 연기했는데, 구겨진 표정으로 웅얼거리는 그 특유의 말투는 베니시오가 감독에게 직접 요청한 부분이었다. 이를 통해 그는 관객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킨다.

007 살인면허

감독 존 글렌

출연 티모시 달튼

개봉 1989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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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얼 서스펙트

감독 브라이언 싱어

출연 스티븐 볼드윈, 가브리엘 번

개봉 1995 미국,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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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젊은 시절) 브래드 피트 닮은 꼴이다

<007 살인면허>에서 잠깐 엿보았듯 그는 젊은 시절 빼어난 미모를 자랑했다. 브래드 피트와 비슷한 이목구비에 닮은꼴로 종종 언급되기도 한다. 두 사람은 영화 <스내치>에 함께 출연하기도 했는데, 아쉽게도 마주치는 장면은 없다.

스내치

감독 가이 리치

출연 베니시오 델 토로, 데니스 파리나, 비니 존스, 브래드 피트, 라드 세르베드지야, 제이슨 스타뎀

개봉 2000 영국,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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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로 자리 잡다
<트래픽> <체>

국내에서 그의 얼굴이 익숙해지게 된 건 조금 더 시간이 지난 후다. 2000년 당시 그는 한국 극장가에 나란히 걸려있는 세 편의 영화 <트래픽>, <스내치>, <웨이 오브 더 건>에 모두 출연했는데, 특히 주목을 받았던 작품은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트래픽>이었다. 그는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 근무하는 멕시코 경찰 자비에 로드리게즈를 연기하며 베를린국제영화제, 미국 배우조합상, 골든글로브 시상식, 아카데미 시상식 등 유수의 영화제에서 남우조연상을 휩쓸게 된다. 이후 다시 한번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과 함께 한 영화 <체>에서 체 게바라를 연기하며 연기 인생의 정점을 찍고, 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다.

트래픽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

출연 스티븐 바우어, 벤자민 브랫, 제임스 브롤린, 돈 치들, 에리카 크리스틴슨, 클리프톤 콜린스 주니어, 베니시오 델 토로, 마이클 더글라스, 미겔 페레, 알버트 피니, 토퍼 그레이스, 루이스 구즈만, 에이미 어빙, 토마스 밀리안, D.W. 모펫, 데니스 퀘이드, 피터 리거트, 제이콥 바가스, 캐서린 제타 존스

개봉 2000 미국,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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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1부 - 아르헨티나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

출연 베니시오 델 토로

개봉 2008 프랑스, 스페인,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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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보다 가벼운 캐릭터를 입다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오스카와 칸을 품에 안은 이 배우가 줄곧 무거운 영화만을 선택해온 건 아니다. 법도 원칙도 없는 미국 국경지대에서 마약 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투입된 정체불명의 남자 알레한드로를 연기하는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같은 영화도 있지만. 그의 새로운 얼굴이 돋보였던, 그리고 최근 관객들에게 가장 크게 각인된 캐릭터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콜렉터가 아닐까. 광적인 수집욕을 가진 콜렉터를 연기하며 머리와 눈썹을 새하얗게 물들이고, 손톱을 새까맣게 칠한 그의 모습은 다른 작품들 속 어떤 역할들보다 강렬했다. 지난해에는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에 DJ(마스터 코드브레이커)로 출연해 짧지만 존재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데뷔 30년이 되었지만 앞으로 보여줄 얼굴이 더 궁금한 이 배우. 다음엔 어떤 놀라운 역할을 들고 대중들을 찾아올까. 우선 익숙한 얼굴인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 속 알레한드로부터 확인하시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감독 제임스 건

출연 크리스 프랫, 조 샐다나, 데이브 바티스타, 빈 디젤, 브래들리 쿠퍼, 리 페이스

개봉 2014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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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감독 라이언 존슨

출연 데이지 리들리, 마크 해밀, 오스카 아이삭, 아담 드라이버, 캐리 피셔, 존 보예가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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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감독 안소니 루소, 조 루소

출연 크리스 프랫, 조 샐다나, 브래들리 쿠퍼, 빈 디젤, 조슈 브롤린, 엘리자베스 올슨, 베네딕트 컴버배치, 스칼렛 요한슨, 톰 홀랜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 헴스워스, 크리스 에반스, 마크 러팔로, 톰 히들스턴, 폴 베타니, 돈 치들, 채드윅 보스만, 데이브 바티스타, 안소니 마키

개봉 2018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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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

감독 스테파노 솔리마

출연 베니시오 델 토로, 조슈 브롤린, 이사벨라 모너

개봉 2018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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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박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