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이다. 눅눅한 공기가 달라붙어 마음도 어쩐지 눅눅해지는 시기다. 아가미가 있었다면 그걸로 숨을 쉬었을 지도 모른다. 추적하게 내리는 비처럼 아무 이유 없이 처지고 우울할 땐 마음을 잔잔하게 울려 주는 영화를 처방해주자. 날씨도 축축한데, 영화가 억지로 눈물을 짜내면 마음은 더 지치고 만다. 그러니 조심스럽게 영화를 골라야 한다. 오늘은 억지 눈물 없이, 마음을 울리는 감동적인 영화 다섯 편을 선정했다.
괴물의 아이
バケモノの子, 2015
감독 호소다 마모루
출연 야쿠쇼 코지, 미야자키 아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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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습기에 지쳤을 땐 호소다 마모루가 만든 세계가 좋다. 영화의 따뜻한 온기가 장마의 눅눅함을 거둬줄 것만 같다. <괴물의 아이>는 외로웠던 소년과 괴물이 만나 서로의 가족이 되어주는 이야기다. 시부야의 뒷골목에서 방황하던 렌을 제자가 없던 쿠마테츠(야쿠쇼 코지)가 거둬들인다. 괴물의 세계 들어선 렌은 큐타(미야자키 아오이)라는 이름을 얻고 쿠마테츠와 함께 살아간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둘이지만, 결국 둘이라서 가능한 이야기다. 혼자는 외롭다. 티격태격하는 사이에 둘은 천천히 가족의 형태를 만들어 간다.
어느 날, 큐타는 괴물과 인간 사이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방황하던 아이를 잡아주는 건 부모의 몫인 것처럼, 큐타가 스스로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드는 것은 쿠마테츠의 몫이었다. 영화가 흘러가는 동안, 철없던 쿠마테츠가 아버지가 되어 있었다.

- 괴물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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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호소다 마모루
출연 야쿠쇼 코지, 미야자키 아오이, 소메타니 쇼타, 히로세 스즈, 야마지 카즈히로
개봉 2015 일본
내일의 안녕
Ma ma, 2015
감독 홀리오 메뎀
출연 페넬로페 크루즈, 루이스 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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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시한부를 선고 받는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모아 놓은 돈 다 쓰고, 먹고 싶은 것 잔뜩 먹고 싶다. 호화 여행을 떠나도 좋다. 하지만 그래도 죽음의 순간엔 후회가 남을 것 같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인생의 마지막에선 행복하지 않던 일들이 떠오르니까. 영화 <내일의 안녕>에서 주인공 마그다(페넬로페 크루즈)는 유방암 말기 선고를 받는다. 갑작스레 찾아 온 시한부 삶이지만 그녀는 '무엇을 할 지'보다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한다.
주저앉아 있기엔 인생이 너무 짧았기에 그녀는 남은 삶을 행복하게 보내기로 마음 먹는다. 그녀는 자신의 아들 다니(테오 플라넬), 사고로 가족을 잃은 아르투로(루이스 토사)와 함께 사랑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아픈 그녀에게 축복처럼 새 생명이 찾아온다. 그녀의 오늘이 행복할 이유가 늘었다. 내일이 찾아오는 게 두렵다면, 오늘을 살아보는 건 어떨까. 오늘이 안녕해야 내일의 안녕이 찾아온다.

- 내일의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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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훌리오 메뎀
출연 페넬로페 크루즈, 루이스 토사, 에시어 엑센디아
개봉 2015 스페인, 프랑스
로즈
The secret Scripture, 2017
감독 짐 쉐리단
출연 루니 마라, 잭 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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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캐롤>에서 케이트 블란쳇과의 사랑을 연기했던 루니 마라가 또 다른 용감한 사랑을 연기했다. 영화 <로즈>에서 주인공 로즈(루니 마라)는 자신의 아이를 잔인하게 살해했다는 죄로 정신병원에 50년 간 갇혀 지낸다. 정신과 의사 그린 박사는 로즈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되고, 로즈는 오랜 시간 묻어 왔던 자신의 인생을 회고한다. 로즈는 2차 세계 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대 초, 나치의 폭격을 피해 아일랜드 발리티반으로 떠난다.
발리티반은 카톨릭의 규율을 엄격하게 따르며 여성의 순결을 중시했던 곳이었기 때문에 아름다운 외모의 당당한 도시여성이었던 로즈는 그 속에서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로즈는 영국인 마이클(잭 레이너)과 사랑에 빠지지만 2차 세계대전으로 이별을 하게 되고, 그녀에게 관심이 있었던 남자는 점차 그녀를 소유하기 위해 집착하며 사건을 꾸민다. <아버지의 이름으로>의 감독 짐 쉐리던과 <캐롤>의 루니 마라 조합이니 안 볼 수가 없다.

- 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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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짐 쉐리단
출연 루니 마라, 잭 레이너
개봉 2017 아일랜드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Kahlil Gibran's The Prophet , 2014
감독 로저 알러스, 개턴 브리찌, 조앤 C. 그라츠
출연 리암 니슨, 셀마 헤이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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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릴 지브란의 시집 <예언자>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읽힌 책으로 알려져있다. 이 시집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는 총 9명의 개성 있는 애니메이터가 다양한 형태로 사랑, 결혼, 일, 아이들, 음식, 선과 악, 죽음, 그리고 자유를 표현한다. 이 영화는 <라이온 킹>의 감독 로저 알러스가 연출했으며 리암 니슨이 무스타파 역을 맡았다. 영화 <원스>의 주인공 글렌 핸사드와 아일랜드 싱어송 라이터 데미안 라이스가 OST에 참여했다.
영화는 시인 무스타파(리암 니슨)와 입을 닫아버린 소녀 알미트라(쿠벤자네 왈리스)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로 인생의 진리와 사랑을 이야기한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철학 책을 한 구너 읽은 듯 한 묵직한 감동이 온다. 잔잔한 음악과 다채로운 이미지, 깊이 있는 이야기가 조화롭게 공존한다.
"서로 사랑하되 사랑이 족쇄가 되어선 안 되고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기되 서로 홀로 있게 하길."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중 결혼

-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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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로저 알러스, 개턴 브리찌, 폴 브리찌, 조앤 C. 그라츠, 모하메드 사이드 하리브, 톰 무어, 니나 페일리, 빌 플림턴, 조안 스파, 미첼 소차
출연 리암 니슨, 셀마 헤이엑, 존 크래신스키, 쿠벤자네 왈리스
개봉 2014 미국
인생을 애니메이션처럼
Life, Animated, 2016
감독 로저 로스 윌리엄스
출연 오웬 서스킨드, 론 서스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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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아 오웬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처음 세상과 소통했다. 다큐멘터리 <인생을 애니메이션처럼>은 자폐아 오웬이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통해 느리지만 조금씩 성장해 가는 과정을 담았다. 용기가 필요할 땐 <헤라클레스>, 친구를 원할 땐 <정글북>, 진짜 소년이 되고 싶을 땐 <피노키오>를 보며 세상을 이해했다. 3살 때 말문을 닫았던 오웬이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처음 말문을 열자 가족들은 오웬에게 언제나 디즈니 대사로 말을 걸었다. 그가 세상을 디즈니로 이해한다면, 그를 디즈니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면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가족의 사랑과 자신의 용기를 통해 그는 드디어 세상으로 나왔다. 닫았던 문을 열었다. 이 영화는 책 <Life, Animated>를 바탕으로 제작했는데, 이 책의 저자가 바로 오웬의 아버지 론 서스카인드다. 책이 오웬의 과거를 담고 있다면 영화는 오웬의 현재를 담고 있다. 영화 속에서 오웬은 대학을 졸업하고 독립을 해야 하는 순간에 있다. 인생의 과도기에서 천천히 성장하는 오웬의 모습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몰아치지 않고 천천히 차오르는 영화다.

- 인생을 애니메이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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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로저 로스 윌리엄스
출연 오웬 서스킨드, 론 서스킨드
개봉 2016 미국, 프랑스
씨네플레이 김명재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