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영화제보다 더욱 애정하는 영화제는 국내에서 가장 자연친화적인 무주산골영화제다. 아직 6회밖에 되지 않은 신생 영화제로, 3년째 이곳을 찾은 기자가 보기에 축제로서도, 영화제로서도 점점 알짜배기로 자리매김 중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들 중 좋은 영화들을 선정했다는 점, 가족, 친구, 연인끼리 함께 보기 좋은 야외 공연, 야외 상영이 매일 펼쳐진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 피톤치드 향 가득한 등나무 운동장에서 해질녘엔 가수 정인의 노래를 듣는다. 이어 버스터 키튼의 무성영화 <손님 접대법>이 어쿠스틱 팝 밴드의 연주와 어우러져 상영된다. 완전히 어둑해진 늦은 여름밤, 이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 파이>가 상영됐다. 대학생 때 과제 때문에 족히 3~4번은 봤던 영화지만 야외에서 보는 느낌은 또 달랐다. 이 모든 순간들을 하룻밤 사이에 누릴 수 있다니. 내년에 또 찾을 이유가 충분하다. 잠깐! 무주가 끝이 아니다. 9월7일부터 지난해 인생 영화 <다시 태어나도 우리>를 발견하게 해준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열린다. 앞으로도 자연 덕질은 당분간 계속될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