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두두 에디터가 쓴 해리 포터 가상 편지 잘 보셨나요? 이번엔 제가 답장을 보내봤습니다. 더위 먹어서 오락가락할지도 모르니 가벼운 마음으로 봐주세요!
▼혹시 해리 포터가 보낸 편지를 아직 못 보셨다면 먼저 보시고 스크롤 내리시길!▼
해리 오빠, 안녕. 나는 한국에 사는 짐니라고 해. (지니 아니야, 짐니야.) 나 지금 한국어로 쓰고 있는데, 영어로 자동번역해서 볼 수 있지? 오빠 마법사잖아. 생일날 보낸 편지는 잘 받았어.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 이젠 정말 빼박 37살이구나. 참, 네빌 롱바텀 오빠도 그쯤 생일이었다던데. 7월 30일인가? 네빌 오빠한테도 축하한다고 전해줘! 아직 연락하고 지낸다면 말이야. 지난주에 오빠가 보낸 편지 사람들이 많이 보고 재밌다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어! 혹시 오빠가 답장 기다리고 있을까봐, 내가 대표로 이렇게 보내. (누가 보내라고 해서 보내는 거 아니야. 내 의지로 보내는 거야.)
영국에서 공연 중인 <해리 포터와 저주 받은 아이> 연극 얘기 들었어. <죽음의 성물>에서 19년 후 얘기라고 하던데. 과업에 시달리며 남편이자 아버지의 삶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오빠와 가문의 무게를 짊어진 오빠 둘째 아들 알버스 세베루스 포터가 중심이 되는 이야기라며? 아니, 가만있어 보자, 19년 후면 몇 살이야. 아무튼 오빠도 이제 중년으로 다시 태어나는구나. 한국에서는 올해 말쯤 책으로 나온대. 영국 못 가는 '포터헤드'들은 한국에서 엉엉 울면서 오매불망 책 나오길 기다리는 중이야.
아, 책 나올 때쯤 <신비한 동물 사전>도 개봉하겠다. 지난주에 3차 예고편 나온 거 봤는데 장난 아니더라. 오빠랑 론 오빠, 헤르미온느 언니 등등이 안 나와서 너무 아쉽지만, 뉴트 스캐맨더(에디 레드메인) 선생님이 나오니까! 벌써부터 기대되고 막 그른다.
개봉하면 오빠도 지니 언니랑 아들램 딸램 손잡고 가서 꼭 봐. 그리고 어땠는지 우리 블로그에 후기 남겨줘. 씨네플레이 아이디랑 비번 알려줄게. 제목은 '<신비한 동물 사전> 공개, 해리 포터의 반응은?'으로 부탁해!
지니 언니는 요즘도 잔소리 심해? 님부스 시리즈 새로 나온 거 샀다 그랬나? 오빠 그러니까 잔소리 듣는 거야~ 요즘 애들 교육비가 얼마나 많이 드는데. 거기다 오빠네는 애가 셋이잖아. 걔네 마법학교 뒷바라지하려면 있는 빗자루를 갖다 팔아도 모자랄 판에 자꾸 사면 어떡해. *오러 생활은 안 힘들어? 돈은 잘 벌구? 방금도 말했지만 애들 키우려면 열심히 벌어야지. 참, 론 오빠도 오빠랑 같이 오러로 일하다가 때려치우고 장난감 가게에서 일한다는 소식 들었어. 역시 사람이 적성에 맞는 일은 다 따로 있나 봐.
*오러: 마법부 소속 부서 중 하나로 어둠의 마법사들을 추적, 체포하는 임무를 맡은 마법사를 일컫는다. 마법사판 강력계 형사.
론 오빠 얘기 나와서 말인데, 헤르미온느 언니랑 둘은 잘 지내지? 편지에 쓴 거 보니 아직도 깨가 콸콸 쏟아진다구? 딸램 로즈 위즐리랑 아들램 휴고 위즐리는 잘 자라고 있구? 엄마 아빠가 잘 지내니까 화목하게 알콩달콩 잘 지내겠지. 둘 다 위즐리 가의 붉은 머리를 가졌으려나? 로즈는 엄마 닮아 안 봐도 예쁘겠지? 참 나이가 들수록 왜 이리 남의 가정에 관심이 많아지나 몰라. 오지랖이 태평양이야 아주~
응? 뭐라구? 너무 의식의 흐름에 따라서 쓰고 있는 거 아니냐구? 편지가 다 그런 거 아니겠어? 하고 싶은 말 쭉 써놓고 보면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막 횡설수설이고. 아니, 그나저나 (급 화제전환) 엄마아빠 손 잡고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보러 간 게 엊그제 같은데, 그게 벌써 15년 전이란 말이야? 시간이 왜 이렇게 빨라. 그땐 나도 작고 어린 초딩이었는데.. 버논 숙부네 살면서 벽장 밑에서 구박당하는 거 보고 나도 완전 맴찢..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한국은 이제 본격적인 휴가철 시작인데, 그쪽 세계도 휴가 시즌이 있어? 더우면 휴가 줘야지. 매일 출퇴근길 정수리에 꽂히는 직사광선에 꿉꿉한 날씨에 아주 탈진할 지경이니 말이야. 어쨌든 더운데 버터비어 마시면서 잘 버티구. 더울 땐 주문을 외워! 아씨오 선풍기! 아씨오 에어컨!
2016년 8월
미친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한국에서
더위 먹은 짐니가
오늘의 편지는 여기까지! 과연 해리 포터는 또 답장을 보내줄까요? 오면 읽고, 안 오면 말고!
씨네플레이 에디터 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