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벤지 Revenge 코랄리 파르쟈 ㅣ 프랑스, 영국 ㅣ 108분 ㅣ 부천 초이스: 장편 금발의 미녀가 선사하는 잔혹한 액션 복수극 <로리타>(1962)의 주인공을 연상시키는 금발의 미녀, 사막 한가운데의 호화 주택, 불륜 관계 속의 애정행각 등으로 섹스플로이테이션 영화라고 의심하기 쉽지만 조금만 기다려 보자. 나도 모르게 여배우의 뒤태에 빠져 죄책감을 느끼게 될 무렵 영화는 급격히 잔혹한 액션 복수극으로 선회한다. 21회에 <로우>(2017)가 있었다면 22회에는 <리벤지>가 있다!
11월 November 라이네르 사르넷 ㅣ에스토니아, 네덜란드, 폴란드 ㅣ115분 ㅣ월드 판타스틱 블루 에스토니아 시골 마을의 전설로 풀어내는 기묘한 스토리 소박한 에스토니아의 농촌에는 살아 움직이는 물건들과 사후세계에서 돌아오는 조상들, 유령과 악마, 늑대인간이 공존한다. 흑백의 영상으로 그려져 더욱 기묘하고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내는 판타스틱한 소공동체 속의 전설. 악마의 장난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약한 인간의 운명이 애절하다.
칼 + 심장 Knife + Heart 얀 곤잘레스 ㅣ프랑스, 멕시코, 스위스 ㅣ102분 ㅣ금지구역 매력적인 사운드 트랙이 돋보이는 마이너 영화의 끝판왕 애인 로이스의 변심에 절망하는 게이 포르노 감독 안느. 의문의 연쇄살인마에 의해 포르노 배우들이 하나둘 죽어 나가는 와중에도 안느는 이에 영감을 받아 <호모사이드>라는 문제작을 만드는 데에 열정적이다. 70년대 캠프 미학과 슬래셔, 지알로 등 비주류적인 모든 것을 섞어놓은 작품으로, 올해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입성했다. 감독인 얀 곤잘레스의 형인 안토니 곤잘레스가 이끄는 M83의 사운드트랙이 매력적이다.
김봉석 프로그래머
슬럼가 대습격 Buy Bust 에릭 마티 ㅣ필리핀 ㅣ128분 ㅣ월드 판타스틱 레드 동남아 액션의 판을 바꿀 필리핀 액션 대작 <슬럼가 대습격>은 필리핀의 중견 감독 에릭 마티의 액션 대작이다. 마약 조직의 보스를 체포하기 위해 특수부대가 슬럼가에 진입한다. 미로 같은 공간에서 누구의 편인지조차 애매한 거주민들을 대피시킬 수도 없다. 슬럼가를 배경으로 액션 장면이 거의 한 시간 동안 격렬하게 이어진다. 인도네시아 액션 영화 <레이드 : 첫번째 습격>(2011)의 흥분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줄 것이다.
고독한 늑대의 피 The Blood of Wolves 시라이시 카즈야 ㅣ일본 ㅣ126분 ㅣ월드 판타스틱 레드 일본의 신세계, 시라이시 카즈야의 야쿠자영화 지금 일본에서 가장 활발하게 영화를 찍으며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신진 감독 시라이시 카즈야의 야쿠자 영화. 신임형사 히오카는 야쿠자 전쟁 일보직전의 히로시마에서 선임인 오카미와 함께 현장에 뛰어든다. 경찰과 야쿠자, 누가 적이고 동료인지 판단하기 힘든 아수라장에서 히오카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야쿠자영화의 고전 <의리없는 전쟁>(1973)의 오마주를 선명하게 드러내며, 21세기 야쿠자영화의 신경지를 보여주는 걸작.
슈퍼히어로 조쉬 Bhavesh Joshi Superhero 비크라마디티아 모트와네 ㅣ인도 ㅣ153분 ㅣ월드 판타스틱 블루 인도 영화, 어디까지 봤니? 인도영화에는 춤과 노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세상의 모든 장르와 내용이 담겨 있다. 부패한 정부에 저항하며 거리에 나섰던 조쉬와 친구들은 세상을 바꾸겠다며 ‘슈퍼히어로’를 자처한다. 젊음의 치기와 정의감으로 장난처럼 시작한 일이지만 세상의 악은 그들을 가만두지 않았다. 개인의 인생과 세계의 정의 사이에서 갈등하는 젊은이들의 열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영화.
남종석 프로그래머
안나와 종말의 날 Anna and the Apocalypse 존 맥페일 ㅣ영국 ㅣ107분 ㅣ월드 판타스틱 블루 틴에이저들의 우정과 액션, 로맨스가 신선한 좀비 엽기 뮤지컬 만약 <글리>, <하이스쿨 뮤지컬>, <풋루즈>가 <새벽의 황당한 저주>와 합쳐진다면? 스코틀랜드에서 날아온 <안나와 종말의 날>은 다양한 장르적 요소를 재치 있게 버무린 뮤지컬 영화다. 안나와 친구들에게는 좀비가 된 눈사람, 게걸스러운 총각파티가 모두 장애물이지만, 서로의 안전을 위해선 무엇이든 해내는 우정을 보여준다.
세 친구 Braid 밋지 페어원 ㅣ미국 ㅣ85분 ㅣ월드 판타스틱 레드 특이한 촬영기법과 환각적인 이미지로 무장한 사이코호러 마약 중계자 틸다와 페툴라는 오래된 절친이다. 거대한 마약 거래 현장을 급습한 경찰을 피하기 위해 둘은 마약을 팽개치고 달아난다. 이로 인해 쫓기는 신세가 되자 어릴 적 친구 데프니의 집으로 찾아간다. 올해 미국 트라이베카 영화제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세 친구>는 모델 출신 배우인 밋지 페어원의 감독 데뷔작이다. 특이한 촬영기법과 프로덕션 디자인이 영화 속 현실과 환각적인 이미지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초현실적인 악몽을 제시한다.
어두움The Dark 저스틴 P. 랭 ㅣ오스트리아 ㅣ95분 ㅣ부천 초이스: 장편 언데드의 훌륭한 재창조를 렛미인으로 보고 싶다면? 저스틴 P. 랭 감독이 단편으로 제작한 동명의 졸업작품을 배경으로 만든 <어두움>은 그의 장편 데뷔작으로, 올해 뉴욕 트라이베카 영화제에서 많은 호평을 받았다. <렛 미 인>(2008)의 분위기가 흐르면서도, 비극적인 상황에 도달한 십대 소년과 소녀의 관계를 독창적으로 그려냈고, 언데드(죽지 못한 자)의 관념을 훌륭하게 재창조해내며, 마음속 깊이 영화를 각인시킨다.
모은영 프로그래머
청춘빌라 살인사건 Dogs in the House 신해강 ㅣ한국 ㅣ93분 ㅣ코리안 판타스틱: 장편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이는 짜릿한 코믹 잔혹 소동극 선혈 낭자한 핏빛 소동극에 휘말리게 된 동네 목욕탕 집 남자들과 사채업자 그리고 그 가족들의 이야기. 결말을 예상할 수 없는 전개와 쫀쫀한 구성, 거친 욕설과 피로 물들인 폭력이 난무하는 가운데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한, 미움보다 동정을 유발하는 캐릭터들이 있다. 무엇보다 주연을 맡은 김영호를 비롯한 배우들의 찰진 연기와 앙상블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웃음과 감동이 교차하는 신해강 감독의 장편 데뷔작.
밤의 문이 열린다 Ghost Walk 유은정 ㅣ한국 ㅣ90분 ㅣ부천 초이스: 장편 유령의 시간 속에 자신과 주변의 상처를 회복해가는 여성의 미스터리한 이야기 혜정의 삶은 살아 있지만 사실 유령과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죽음과 삶의 경계, 그 어딘가에 있는 유령의 시간을 헤매며 지나온 시간을 되돌리려는 여성의 기이한 여정을 통해 유령보다 더 유령처럼 살아가는 도시인의 모습과 상처, 현실에 대한 성찰을 담은 영화다. <캐치볼>(2015), <밀실>(2016) 등의 단편으로 주목받았던 유은정 감독의 장편 데뷔작.
데스트랩 The DMZ 오인천 ㅣ한국 ㅣ93분 ㅣ코리안 판타스틱: 장편 한정된 공간 속 긴장감에 눈을 뗄 수없는 영화가 온다 오인천 감독의 여성 액션 신작 <데스트랩>은 한정된 공간에서 제한된 인물로만 이루어진 영화로 끝까지 긴장과 에너지를 놓치지 않는다. 인적 없는 외딴 곳이지만 왠지 감시의 시선이 느껴지는 듯하고, DMZ라는 특수한 공간과 뜬금없이 마주치는 정체불명의 인물들은 마치 급변하고 있는 최근의 국제 정세를 예견하고 있는 듯하다. 애리조나영화제 최우수 액션 영화상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