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식 Sultry
마리나 멜리안지 | 브라질 | 2018년 | 96분 | 월드 판타스틱 블루
7.20 BU3 20:00 | 7.22 BU3 10:30
최근 도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도시재활성화)을 소재로 한 호러 판타지가 등장했다. 2016년 리오 올림픽을 앞둔 브라질 리오 데자네이루를 배경으로, 도시개발 과정에서 인간이 얻는 심리적, 육체적 질병을 탐구했다. 영화는 맑은 계곡의 바위 위에 잠들어 있던 아나의 모습에서 시작해 고가도로 폭파로 생긴 먼지 폭풍이 휘몰아치는 도시 한복판으로 시선을 옮긴다. 강제철거로 고통받는 저소득층을 위해 싸우는 변호사 아나는 자신이 사는 아파트마저 매각되었다는 퇴거 안내문을 받고 상심에 잠긴다. 머지않아 이웃 대부분이 떠나고 건축물 평가를 위해 도착한 건축가 페드로와 묘한 긴장 관계를 형성하면서, 아나는 급격히 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온몸에 보라색의 곰팡이가 퍼져 나가며 심각한 가려움증을 앓기 시작한 그녀는 부패한 음식을 먹고 싶다는 기이한 욕망과 무력감에 휩싸인다.
마리나 멜리안지 감독은 신도시를 갈망하는 무분별한 재개발의 풍경을 사회주의적 리얼리즘의 시각에 국한하지 않는다. 생존 전선에 내몰린 철거촌 주민을 비출 때 일견 다큐멘터리적인 화면을 추구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호러와 판타지 장르의 장치들을 활용해 근원적인 공포를 시각화한다. 우울증과 같은 심리적 영역뿐 아니라, 환경오염에 영향받는 유기체의 하나로서 인간이 느끼는 신체적 반응까지 생생하다. <잠식>은 개발에 대한 환상과 허술한 사회 안전망이 우리를 얼마나 분노하게 만드는가에 대한, 브라질 신예 감독의 시네마틱한 대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