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주간지 <씨네21>이 만든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 공식 데일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잠식 Sultry
마리나 멜리안지 | 브라질 | 2018년 | 96분 | 월드 판타스틱 블루
7.20 BU3 20:00 | 7.22 BU3 10:30

최근 도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도시재활성화)을 소재로 한 호러 판타지가 등장했다. 2016년 리오 올림픽을 앞둔 브라질 리오 데자네이루를 배경으로, 도시개발 과정에서 인간이 얻는 심리적, 육체적 질병을 탐구했다. 영화는 맑은 계곡의 바위 위에 잠들어 있던 아나의 모습에서 시작해 고가도로 폭파로 생긴 먼지 폭풍이 휘몰아치는 도시 한복판으로 시선을 옮긴다. 강제철거로 고통받는 저소득층을 위해 싸우는 변호사 아나는 자신이 사는 아파트마저 매각되었다는 퇴거 안내문을 받고 상심에 잠긴다. 머지않아 이웃 대부분이 떠나고 건축물 평가를 위해 도착한 건축가 페드로와 묘한 긴장 관계를 형성하면서, 아나는 급격히 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온몸에 보라색의 곰팡이가 퍼져 나가며 심각한 가려움증을 앓기 시작한 그녀는 부패한 음식을 먹고 싶다는 기이한 욕망과 무력감에 휩싸인다.

마리나 멜리안지 감독은 신도시를 갈망하는 무분별한 재개발의 풍경을 사회주의적 리얼리즘의 시각에 국한하지 않는다. 생존 전선에 내몰린 철거촌 주민을 비출 때 일견 다큐멘터리적인 화면을 추구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호러와 판타지 장르의 장치들을 활용해 근원적인 공포를 시각화한다. 우울증과 같은 심리적 영역뿐 아니라, 환경오염에 영향받는 유기체의 하나로서 인간이 느끼는 신체적 반응까지 생생하다. <잠식>은 개발에 대한 환상과 허술한 사회 안전망이 우리를 얼마나 분노하게 만드는가에 대한, 브라질 신예 감독의 시네마틱한 대답이다. 

잠식

감독 마리나 멜리안드

출연

개봉 2018 브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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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심장 Knife+Heart
얀 곤잘레스 | 프랑스, 멕시코, 스위스 | 2018년 | 110분 | 금지구역
7.18 BU4 20:00 | 7.21 CH 24:00 

1979년 파리, 게이 포르노 영화감독인 안느는 자신의 애인이자 편집자인 로이스에게 실연당한다. 그리고 얼마 뒤 게이들을 노린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안느의 영화를 찍었던 배우들이 하나 둘씩 살해당한다. 사랑의 아픔을 잊기 위해 더욱 영화 제작에 매진하던 그녀는 점점 표독스러워지다 못해 살인사건을 소재로 <호모사이드>라는 제목의 영화를 만들 것은 종용한다. 모두가 불안에 떠는 와중에, 안느도 살인범도 어느 쪽 하나 멈추지 않고 범죄의 실체는 서서히 정체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포르노 영화 촬영현장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잔혹한 살해 현장의 묘사는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스타일을 차용한다. 예술가이자 사랑에 실패한 연인으로서 파괴적인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는 안느를 연기한 배우 바네사 파라디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2018년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

칼 + 심장

감독 얀 곤잘레즈

출연 바네사 파라디, 케이트 모란, 니콜라스 모리, 노 에르난데스

개봉 2018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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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주자 The Inhabitant
기예르모 아모에도 | 멕시코, 칠레 | 2018년 | 93분 | 월드 판타스틱 레드
7.18 BU5 19:30 | 7.22 BU5 17:30

카밀라는 빚을 갚는 조건으로 상원의원 호세가 받은 뇌물을 훔치기 위해 동생인 마리아와 아니타의 도움을 받아 호세의 저택에 침입한다. 그들은 집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지하실에 감금된 부부의 딸을 발견하고 아이를 풀어준다. 하지만 알고 보니 아이는 악령에 홀린 존재였고 아이를 중심으로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영화는 저택 내부의 일을 다루는 전반부와 엑소시즘이 펼쳐지는 후반부를 눈에 띄게 나눠놓고 진행해 다소 비약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둠을 활용한 실내 공간에서의 공포 연출이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악령으로 인해 과거의 트라우마를 마주한 인물들의 혼란이 흥미롭게 구현된다. 영화의 마지막에 펼쳐지는 엑소시즘 장면 역시 긴박하게 진행되면서 스릴감을 안겨준다. 전작 <스트레인저>(2015)로 부천에 초청됐던 기예르모 아모에도의 신작. 

거주자

감독 길예르모 아모에도

출연 가브리엘라 드 라 가르자, 마리아 에볼리, 파블로 귀사 코에스팅어, 페르난도 베세르릴

개봉 2017 멕시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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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트로피칼 Virus Tropical
산티아고 카이세도 | 콜롬비아 | 2017년 | 96분 | 월드 판타스틱 블루
7.18 SO4 17:00 | 7.20 MM 17:00

콜롬비아에서 도착한 성장 애니메이션. 만화가 파워 파올라의 자전적인 그래픽 노블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보수적인 집안 환경으로 고통받는 사춘기의 초상이 등장하는 영화를 즐긴다면 <바이러스 트로피칼> 역시 기대만큼의 위로를 준다. 가족을 위해 교회를 떠난 전직 목사 아버지와 불임 수술 후에도 임신을 해 악령 빙의라는 소문을 산 어머니 밑에서 파올라와 세 자매는 다사다난한 10대를 보낸다. 영화는 라틴아메리카의 가족 문화를 충실히 묘사하면서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개성을 찾아 나가는 젊은 여성의 고민을 밝은 터치로 담는다. 첫 등교, 첫 데이트처럼 관객 각자의 10대 시절에 대한 선명한 기시감을 불러일으키는 장면들도 많다. 미니멀하고 반복적인 패턴이 돋보이는 흑백의 작화, 청명한 팬플루트 소리의 배경 음악 역시 인상적이다. 


씨네21 www.cine21.com
글 김현수·김소미·김정현 객원기자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공식 데일리 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