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주간지 <씨네21>이 만든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 공식 데일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이사 로페즈 감독

“가장 라틴 아메리카적인 것, 마술적 리얼리즘이 내 영화에도 있다.” <호랑이는 겁이 없지>는 마약조직에 의해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직접 복수에 나서는 호러 판타지 영화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밀어붙인 감독의 뚝심 덕분에 동화적인 상상력과 장르적인 요소가 호기롭게 만난 독특한 작품이 탄생했다.


멕시코의 마약 전쟁을 배경으로 시나리오를 쓰게 된 계기는.
원래 할리우드에서 제2차 세계대전 때 생긴 마약 카르텔의 이야기를 준비 중이었다가 프로젝트가 성사되지 못하고 조국으로 돌아왔다. 전쟁과 마약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다루고 싶다는 생각이 <호랑이는 겁이 없지>로 이어졌다.

문제적 현실을 리얼리즘이 아니라 호러, 판타지 장르의 장치를 빌려 표현했다.
현실을 영화적인 장치로 여과시켜 보여주는 것은 필름메이커의 의무 중 하나다. 라틴아메리카의 마약 전쟁은 그동안 호러나 판타지 장르로 제대로 다뤄진 적이 없다. 그러나 실상을 한번 접하고 나면 이미 그 자체가 호러임을 알게 될 거다. 죽은 사람들의 영혼이 등장하고, 현실과 그 경계 너머의 세계가 합쳐지는 이야기는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아이들의 순진한 상상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미장센들이 인상적이었다.
<피터팬>(1953), <구니스>(1985), <스탠 바이 미>(1986) 등 어릴 적부터 아이들이나 청소년이 등장하는 장르물의 팬이었다. 아이들은 판타지를 진심으로 느끼고 표현할 수 있는 최적의 대상이다. 특히 주인공 소녀인 에스텔라는 <피터팬>에서 처음으로 에버랜드를 경험한 웬디와 비슷한 과정을 겪길 바랐다.

<호랑이는 겁이 없지> 스틸컷

에스텔라가 기원하는 세 가지 소원, 용과 호랑이 등 영화에 사용된 동화적 소재들은 한국에서도 매우 익숙한 것들이다.
바로 그거다. 전 세계 모든 문화에 스며들 수 있는 원형을 찾으려 했다. 대학에서 고고학을 전공했는데, 언어와 문화를 뛰어넘어 인간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작동하는 중요한 상징들을 배웠다. 영화 속에서 엄마의 유령이 복수를 지시하는 것 역시 일부러 멕시코의 <햄릿>을 의도한 결과가 아니었다. 그만큼 햄릿의 서사가 원형에 가깝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본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연락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화제다.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도 있나.
현재 준비 중이다. 사실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그에게 프로듀싱을 부탁하고 싶었는데 접근이 불가능했다. 같은 멕시코 영화인이라서 연락하기 쉬울 거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웃음) 그런데 몇몇 영화제 상영 후, 트위터에서 내 영화를 기예르모의 것과 비교하는 반응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힘입어 “기예르모, 이래도 내 영화 안 볼 거야?”라면서 직접 그에게 도발적인 멘션을 보냈고, 정말 기적이 일어났다.

차기작 계획을 들려준다면.
이번과는 완전히 다른, 코미디영화를 준비중이다. 또 하나는 기예르모와 준비 중인 작품으로 암울한 다크 판타지가 될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초능력자가 등장하는 호러영화도 찍고 싶다.

<호랑이는 겁이 없지> 스틸컷
호랑이는 겁이 없지

감독 이사 로페즈

출연

개봉 2017 멕시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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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www.cine21.com
글 김소미·사진 오계옥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공식 데일리 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