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정우"
하면 떠오르는 것.
연기력?
수려한 외모?
연예인치고는
쪼끔 큰 머리?
음, 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에디터에게
하정우는 곧
먹방의 화신이다.
먹는 연기로만 따지자면
동서고금 모든 배우를
통틀어도 하정우만큼
식욕을 끌어당기는 이는
없을 거라고 확신한다.
신인시절,
그러니까 (본명) 김성훈 시절
대하드라마 <무인시대>에 출연분이다.
방영 당시에는 별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수년이 지나 그의 먹는 연기가
전국적인 인기를 끌면서
발굴된 짤이다.
오늘 씨네플레이는
하정우의 모든 출연작을
샅샅이 뒤져 발견한 먹방 중
특히 더 맛있게 먹는 걸
몇 가지 골라서 소개해본다.
참고로 그의 영화 출연작은
<마들렌>(2002)부터
최신작 <터널>까지
총 30편,
그 중 그가 먹는 신이
포함된 작품만
20편에 달한다.
그 가운데 특히 기억할 만한
13편을 소개한다.
***
이미지가 대부분 gif 파일이니
데이터 사용에 주의할 것!(와이파이 켜서 정독하시는독자분들 감사합니다)
***
<용서받지 못한 자>
(2005)
메뉴: 킹크랩
윤종빈 감독의 데뷔작
<용서받지 못한 자>는
'하정우'로 이름을 올린
첫 번째 영화다.
예비역 병장 유태정(하정우)은
여자친구와 함께 열심히
킹크랩을 발라먹고 있다.
메뉴가 메뉴인지라
어디 좋은 일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태정은 불과 몇 시간 전
친구이자 군대 후임인
승영(서장원)이 자살한 걸 목격하고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나온 상태다.
여자친구에게는 사실을 말하지 못하고
태연한 척 먹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다.
<시간>
(2006)
메뉴: 커피
하정우의 몇 안 되는,
맛없어 보이는 먹방이라 넣어봤다.
보시다시피,
카페 직원에게 정신이 팔려 있다.역시 식욕보단 성욕
곧이어 들어온 여자친구에게
이 광경을 발각당하곤
"그냥 본 건데..."라며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는다.
<추격자>
(2008)
메뉴: ABC초콜렛
4885 아니 지영민(하정우)은
경찰서에 잡혀와서도
저렇게 태연히 초콜렛을
쪽쪽 빨아먹고 있다.
단순한 동작이지만
한눈에 그가
제정신이 아님을
각인시키는 연기다.
<비스티 보이즈>
(2008)
메뉴: 닭꼬치
일본에서도 하정우의 입은
멈추지 않는다.닭꼬치가 오이시데스.
한국에서 거덜난
호스트바 리더 재현(하정우)은
일본으로 적을 옮겨
여전히 여자들 등칠 궁리를 한다.
특유의 양아치 기질로
잘 살고 있는 것 같다.
하정우 옆엔
카메오로 출연한 정경호다.
그는 훗날 하정우의 연출 데뷔작
<롤러코스터>(2013)의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멋진 하루>
(2008)
메뉴: 불고기버거
희수(전도연)와 병운(하정우)은
1년 전에 헤어진 사이다.
이들이 만난 건 희수가
병운이 떼먹은 돈을 받으려고
그를 찾아왔기 때문이다.
옛날에 자주 가던 제주갈치 식당이
문을 닫아서 KFC에 왔다.
"햄버거는 식사가 아니라 스낵"
이라고 투덜대던 병운은
신속하고 자세하게 메뉴를 주문한다.
저렇게 오몰오몰 먹다가
자기 불고기버거가 맛없는지
희수의 징거버거와 반띵 하자고
제안하는 밉상까지 시전한다.
마치 가죽을 씹고 있는 듯한
희수의 표정이 그 분노를 대변한다.역시 칸의 여왕.
<황해>
(2010)
메뉴:
고기찜, 국밥, 김, 컵라면,
후랑크소세지, 총각김치, 찐감자
드디어 성지에 도착했다.
하정우의 먹방 전설은 바로 여기
나홍진 감독의 <황해>에서 시작됐다.
면정학(김윤석)과의 첫 만남부터
알뜰히도 뼈를 뜯어먹던 구남(하정우).
면가의 살인청부를 받고 혈혈단신
한국에 온 그의 처지는
처량맞기 짝이 없다.
업자들에게 국밥을 얻어 먹고 있다.
허기가 단박에 느껴진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보란 듯 김 여러 장을
한꺼번에 쑤셔넣는
저 놀라운 자태는
수많은 패러디짤로 재생산되며
하정우를 먹방신 왕좌에
올려다놓았다.
밤새 상대를 기다리다가
편의점에 와 컵라면을 흡입하는 구남.
옆사람이 소세지를 먹는 걸 보곤
소세지를 들고 편의점을 나선다.
후랑크소세지를 씹었을 때
껍질이 툭 뜯기는 소리까지
들리는 것만 같은 명연이다.
경찰을 피해 산중을 헤매던 구남은
가까스로 민박집에 돌아와
총각김치를 집어먹고
감자까지 한솥 쪄서 먹는다.
갑자기 뜨거운 게 들어왔을 때
반사적으로 일어나는
입가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리얼리티 그 자체다.
p.s.
영화에서는 편집됐지만,
<황해> 때 먹은 호떡은
여태껏 하정우가 기억하는
가장 힘든 먹방이라고 한다.
<의뢰인>
(2011)
메뉴: 쌀국수
<의뢰인> 속에서 그저 스쳐지나가는
이 신은 저-언혀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하정우는 어김없이 잘 먹는다.
아무리 봐도
쌀국수 먹방을 위해
배치된 신이 분명하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2011)
메뉴: 크림빵,
깐풍기, 소주
윤종빈 감독 영화에서
페르소나 하정우의 먹방이 빠질소냐.
취조 중에 크림빵을 먹는 최형배(하정우).
빵을 씹을 때 손에 들어간 힘 때문에
크림이 살짝 삐져나오는 것부터
"더 잘 먹기 위한 각을 찾기 위해"
구태여 세로로 빵을 입에 넣고,
입가를 슥 문지르는 뒷모습 연기까지,
대가다운 디테일이다.
'맨손으로' 입을 닦는 건
그의 식습관일까?
깐풍기를 집어먹고도
어김없이 입가를 훔친다.
소주를 가글한 후 삼키는 건
언젠가 기사식당에서 본 걸
떠올린 애드립이라고 한다.
<베를린>
(2012)
메뉴: 밥
<베를린>에선 수많은 먹방들이
통째로 잘려져 나갔다.
류승완 감독은
표종성(하정우)이 꼬여만가는 작전 때문에
입맛이 없어야 하는데,
하정우가 너무 맛있게 먹는 바람에
다 들어낼 수밖에 없었다고 전한다.
그래서 유명한 바게트 먹방보다
식탁에서 깨작대고 있는 모습만 골랐다.
<더 테러 라이브>
(2013)
메뉴: 헛개차
<더 테러 라이브>의 주인공
윤영화(하정우)는 1분1초가 다급하다.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좌천된
국민앵커 윤영화는 테러범의 도발을
기회로 삼아 특종거리로 이용하려 든다.
이미지 변신할 수 있는
순간을 앞두고
속이 타들어가는 가운데
그는 헛개차를 마신다.
PPL임을 강조하듯
여러 숏으로 나눠찍기까지 했다.
나중엔 인이어에 설치된 폭탄이
경보를 울려대는데도
기를 쓰고 헛개차를 집어
타는 입에 털어넣는다.
목숨걸고 마시는 헛개차인 셈.
에디터가 광동제약 오너라면
즉시 감독과 배우에게
표창을 내렸을 것이다.
<군도: 민란의 시대>
(2014)
메뉴: 이 채소 저 채소
다시,
'윤종빈-하정우' 콤비다.
18살 돌무치(하정우)는 흘러흘러
홍길동의 후예를 자처하는
지리산 도적떼 '추설'에 합류한다.
추설의 리더들은
잔칫상에서 무치가 게걸스럽게
채소를 먹어치우는 모습을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짓는다.
잔칫상에 별별 음식들이 다 있었는데
먹방의 효과를 노리고자
일부러 대파를 집어먹었다고 한다.
<허삼관>
(2014)
메뉴: 고구마, 찐빵
여부가 있을까?
'감독' 하정우는 연출과 주연을 맡은
<허삼관> 곳곳에도 먹방을 심어 놓았다.
오프닝 크레딧이 뜨고 있는 와중에도
고구마를 찰지게 먹던 삼관(하정우)은,
한눈에 반한 옥란(하지원)이 주는
뻥튀기까지 잘 받아먹는다.
가난하지만 열심히 일하는 농부 삼관은
영화 내내 참 복스럽게 먹지만,
가정을 위해 피를 팔아야 하기 때문에
후반부터는 피죽 하나 못 얻어먹은 듯한
몰골만 줄지어 나온다.
영화를 모두 본 사람들이라면,
모든 불화가 마무리되고
가족들과 단란하게 찐빵을 먹는
하정우의 모습이 그렇게
흡족해 보일 수가 없을 것이다.
<아가씨>
(2016)
메뉴: 복숭아
박찬욱 감독은 <아가씨>로
처음 작업한 하정우를 위해(?)
오직 그만이 할 수 있는
먹방을 마련했다.
백작(하정우)이 숙희(김태리)에게
히데코(김민희)가 이제 거의
자신에게 넘어왔다고
간접적으로 일러주는 신이
바로 그것.
준비물은 오직 하나.
과즙 가득한 복숭아였다.
늘 그래왔듯 하정우는
복숭아를 콱 물었을 뿐인데
저렇게 과즙이 폭발했다.
자, 여기까지다.
혹시 이걸로도
하정우 먹방 테러가 모자라다면
그의 최신작 <터널>을 권한다.
갑작스럽게 터널에 갇힌 한 남자의
처절한 생존기를 그리는 영화다.
감자튀김부터
케이크 한 조각, 물 한 모금,
그리고 스포라 밝힐 수 없는 ***까지,
하정우 먹방의 진면목을 보게 될 것이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부장